'푸른 하늘' 약속했던 文대통령.. 현실은 '뿌연 하늘'에 숨이 턱

세종=박성우 기자 2022. 1.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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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급 차량 단속 등 국민 희생만 강요.. 中협상엔 '소극적'
작년 미세먼지 감축 홍보.. 코로나·동풍 영향 커
전문가 "국외發, 미세먼지 지속.. 중국과 논의 필요"
文 '청천계획' 실패 인정.. 이재명 후보 "직접 들여다 볼 것"

전날부터 해외에서 유입된 초미세먼지(PM 2.5)에 더해 대기 정체로 국내 미세먼지가 누적되며 9일 전국 곳곳에서 숨쉬기 갑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월요일인 10일 출근길에도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전망이다. 올해 첫 초미세먼지 위기경보가 발령돼 공기 질이 나쁜 수도권, 충남에서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이날 오후 12시43분 대기질 모니터링 사이트 IQAir(아이큐에어)에 따르면, 공기질이 나쁜 전 세계 10곳의 도시 가운데 서울과 인천이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10위권 내 도시 2곳 이상이 뽑힌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1위는 중국 선양이었다. 일각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며 “출근길이 무서워진다”는 등의 하소연이 빗발쳤다.

공기질 및 공해 도시 순위(AQI) /아이큐에어 홈페이지 캡처

◇국민 희생만 강요하는 미세먼지 대책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국민들의 희생만 요구할 뿐, 정작 미세먼지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발 스모그 영향에 대기정체로 미세먼지가 누적되면서 발생했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열어 2021년 12월~2022년 3월 말 겨울철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대응을 위한 ‘3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계획’을 논의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겨울철이면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제도로, 2019년 12월부터 시행했다.

현재 시행 중인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비롯해 ▲운행차량 배출가스 집중점검 ▲석탄화력 가동중단 확대 및 상한제약(80%) ▲도로청소 강화(하루 2회 이상) ▲다량배출사업장 상시 점검 등을 통해 추진된다.

이 제도의 핵심 내용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배출가스 등급제 5등급 차량을 대상으로 일정 시간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 외 다른 조치도 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5등급 차량 운행 단속에 방점이 찍히면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 지난 2017년 4월 13일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발표하기 전 기침을 하고 있다. /조선DB

실제 관련 뉴스 댓글에는 “생계형 차량은 어떡하라고 악법도 이런 악법이 없다”, “오염의 주범인 중국에 대해선 입도 열지 못하는 한심한 정부”, “코로나도 미세먼지도 모두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국민들만 희생하라고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또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화력 가동중단을 확대할 경우,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일조량 감소로 태양광 발전량까지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탈원전을 외치면서 필요한 경우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실제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전발전량은 1만5741GWh로 역대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8월 1만5088GWh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동풍 영향 많은데... 정부는 자화자찬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자화자찬식 평가를 하는 것도 시민들을 화나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덕분에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가 2015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1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변수가 작동한 결과다. 국내에서 발생 초미세먼지가 줄기도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중국발 오염물질 유입이 감소했고 동풍이라는 자연 현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2020년부터 공장 가동, 항공기 운항 등이 큰 폭으로 줄면서 전 세계 대기 및 수질 상태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지난해 중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역시 29㎍/㎥로 2020년 같은 기간 31㎍/㎥와 비교해 6.5% 줄었다.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의 배출가스 5등급 운행제한 차량 단속 카메라.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와의 외교 갈등을 빚으며, 석탄 공급 부족으로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산업 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가정용 전기가 끊어지고 가로등과 신호등까지 꺼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전력 생산의 60%를 석탄 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또 풍향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보통 중국의 내륙 지역과 산업 생산 시설이 밀집된 동부 해안 지역을 거치지는 서풍이 국내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부터 동풍 기류 유입이 많았다. 지난해 동풍 기류의 바람은 34.4%로 지난 10년 평균 25.7%보다 많았고, 특히 북동풍이 2배 증가했다.

◇중국 협력 필수인데, 정부는 소극적... ”미세먼지, 3분의 2 이상 국외 영향”

문제는 겨울철 북서풍이 평소 수준으로 돌아가고 위드코로나에 따른 생산량 증가 및 중국의 석탄 발전소 가동 등이 동반될 경우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요인이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중국에서 석탄 발전소나 공장을 가동하면 국내 대기 상황은 직격탄을 맞는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알려진 국내 미세먼지의 중국 등 국외 영향은 32%에서 75% 수준까지 폭이 상당히 큰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중국 정부와의 주요 의제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악화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세먼지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중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한·중 양국간 대기질 개선 협력체계인 ‘청천(晴天·푸른 하늘)계획’을 직접 점검하고 ‘아·태 다자간 대기협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2019년 11월 중국과 청천 계획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사실상 이 지사가 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직접 들여다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는 중국 등 국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3분의 2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이 줄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계속적으로 유입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내 미세먼지 저감대책과 함께, 중국과의 협상도 중요하기 때문에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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