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맛 그대로 내는 AI, 비건 치즈..눈길 끈 푸드테크 [CES 2022]
[경향신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선 ‘푸드테크’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식생활 분야에서는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CES 주최 측은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2027년이면 3420억달러(약 4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최초로 푸드테크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작물 재배부터 식재료, 조리, 잔반 처리까지 CES에서 눈길을 끈 국내·외 푸드테크 기술을 모아봤다.
작물 재배 기술에선 한국 기업 엔씽이 2020년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 기술로 스마트시티 부문 최고혁신상을 탄 데 이어 올해에도 지속가능성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엔씽은 컨테이너별로 구축한 자동화 운영 시스템을 통해 작물 재배 과정에 인력과 물 소모는 줄이고 병충해·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같은 면적의 노지와 비교하면 수확량이 40~100배 많다. 사막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재배가 가능해 지난해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컨테이너 농장을 구축했다.
엔씽은 올해 2~3월엔 국내에 대규모 농장을 지어 인근 도시에서 소비하는 지역 내 생산·소비 모델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날 베네치안 엑스포의 부스에서 만난 김주희 엔씽 기획운영팀장은 “우리 목표는 세계 도시 곳곳에 농장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화성에 진출해도 인터넷, 전기, 물만 있으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 그로브 테크놀로지스는 소가 먹을 건초를 실냉서 자동으로 대량 생산하는 ‘타워팜’을 선보였다. 재배틀을 고층빌딩처럼 높이 쌓아 공간 효율을 높였다. 약 84㎡에서 하루에 6000파운드(약 2721㎏)를 생산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 정도 건초를 야외에서 생산하려면 50에이커(약 20만㎡)의 땅이 필요하고 물은 20배가 더 든다. 그만큼 소를 사육하는데 소모되는 땅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식물성 식재료 분야에서도 그간 주를 이뤘던 콩으로 만든 대체육을 뛰어넘은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다. 한국의 양유는 미국 자회사 아머드 프레시가 개발한 비건(식물성) 치즈 제품을 내놨다. 현장에서 큐브 모양의 플레인 치즈를 맛봤는데 쫀득함이 덜했지만 맛은 기존 치즈와 비슷했다. 아몬드를 착즙한 후 우유를 치즈로 발효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앤드류 유 아머드 프레시 대표는 관람객들에게 시식을 권하며 “비건 치즈는 맛과 영양 부족이 난제였는데, 우린 다양한 맛을 구현했고 제조 과정에 단백질 등의 영양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대체육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연구가 활발했다. 마이코테크놀로지는 버섯 균, 네이처스파인드는 곰팡이와 자체 발효 기술을 활용해 만든 대체육을 각각 선보였다.
조리 기술에선 국내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전문 요리사가 자신의 조리 과정을 한 번 보여주면 인공지능(AI) 로봇이 이틀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손맛을 재현해낸다. 야외에 마련된 비욘드허니컴 부스에서 김민지 셰프의 조리법을 재현한 연어토스트를 받아 먹어봤다. 연어가 부드럽고 아래 깔린 샐러리, 마요네즈와도 잘 어우러졌다. 정현기 대표는 “인공지능이 분자 단위로 맛을 수치화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욘드허니컴 부스엔 음식이 나올 때마가 줄이 길게 늘어섰다. CES 주최 측이 VIP 투어 코스에 비욘드허니컴을 넣으면서 외국 ‘큰손’들도 많이 다녀갔다. 요리가 팔리면 셰프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 셰프는 예술가로서 창작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투자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비욘드허니컴의 로봇 한 대는 요리사 3명 몫의 일을 한다. 정 대표는 “고급요리가 아니라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상식을 만들겠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한 후 구독이나 급식 등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 요카이 익스프레스는 라면, 우동, 스파게티, 덮밥 등 요리를 빠르게 조리해 내놓는 자판기를 선보였다. 10여가지 메뉴가 있었는데 기자가 한국식 소고기 짬뽕을 고르자 2분이 채 안돼 나왔다. 맛은 집에서 끓여먹는 짬뽕 라면과 비슷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판기 놓을 공간만 있으면 식당을 할 수 있다”며 “물만 붓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인스턴트와 다르다. 냉동 상태로 보관하던 재료를 빠르게 조리해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테슬라 사옥을 비롯해 공항, 호텔 등에 들어가 있다.
식습관을 관리하고 잔반을 줄이는 기술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 누비랩은 이날 부스에서 인공지능(AI)으로 배식 전후 음식을 스캔해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AI 푸드 다이어리’ 기술을 시연했다. 식판을 카메라에 가져가니 1초만에 음식 종류와 중량이 화면에 떴다. 카메라 한 대는 음식 종류를, 다른 한대는 부피를 판별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의 식사 전후 식판 모습을 꾸준히 스캔해 데이터로 쌓으면 아이들 식습관과 부족한 영양소를 분석할 수 있다. 메뉴별 잔반량을 집계해 향후 소비량을 예측하고 버려지는 음식을 줄일 수도 있다. 강혜연 매니저는 “식당 운영자는 식자재 비용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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