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혼다 제친 현대차 비결은..북미 사장 "한국이 브랜드"[인터뷰]

라스베이거스(미국)=정한결 기자 2022. 1. 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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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2]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한국이 브랜드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시장 진출 35년 만에 숙적인 혼다를 제쳤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뚫고 현대자동차·기아가 총 148만9118대를 판매하며 146만6630대를 기록한 혼다를 넘어섰다.

그러나 안주하기는 이르다. 현대차·기아 두 브랜드를 합산한 수치임에도 차이는 2만대에 그쳤다. 여전히 미국인들은 발음도, 알파벳 H로 상징되는 로고도 비슷한 '혼다'와 '현다이(현대의 미국 발음)'의 구분을 어려워한다.

당장 구글에 영어로 현대와 혼다 두 단어를 나란히 치면, 구글은 '현대와 혼다가 같은 브랜드인가요(Is Hyundai same as Honda)'를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로 선정한다. 현대는 설립 55년, 혼다는 74년이 됐지만 불과 지난해에도 미국 자동차 전문지를 중심으로 "혼다는 일본, 현대는 한국 브랜드"라고 친절하게 그 차이를 설명하는 기사들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에서 향후 어떻게 성장할 계획일까. 그 중심에 선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대권역담당,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을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페인 출신의 무뇨스 사장은 푸조·시트로엥(PSA), 대우차 이베리아 법인, 도요타, 닛산을 거친 사업 운영 부문 전문가다. 닛산에서는 전사성과총괄(CPO)을 역임했으며, 2019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지난해 북미 역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혼다 제친 현대차…무뇨스 사장 "더 성장할 수 있다"
무뇨스 사장은 우선 지난해 성과에 대해 "자랑스럽게도 혼다를 넘어섰다"며 "도요타 다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두번째로 큰 아시아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향후 성장 잠재력도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SUV와 전기차, 럭셔리로 구분되는데 각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이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시장의 트렌드에 기반하여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투싼·싼타페·싼타크루즈 등 훌륭한 SUV 포트폴리오를 갖췄으며 SUV 판매 비중이 전체의 약 65%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전체 판매의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특히 지난해 BEV(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0% 이상 증가했다"며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40~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지난해 전년 대비 판매량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J.D 파워가 발표하는 소비자 평가지수에서도 BMW, 아우디, 렉서스 등 경쟁사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 무뇨스 사장의 설명이다.

미국 시장 내 성장 걸림돌로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발목을 잡은 반도체 공급난과 물류대란을 꼽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위기를 기회 삼아 성장했다며, 향후에도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해에는 경쟁사 대비 생산 물량 손실도 적었으며, (전반적인) 대처를 잘했다"며 "현대·제네시스의 소매 시장 점유율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지 생산 부품(반도체)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며 반도체 자체 생산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다만 그는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무뇨스 사장은 "많은 새로운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했고 테슬라같이 굉장한 성공을 이룬 곳도 있다"며 "우리는 겸손하고 배고픈 자세로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더 개선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서 전기차 생산할 것…전기차 인프라도 확대"
무뇨스 사장은 향후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무뇨스 사장은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수립 중이라 아직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기차 충전소 50만대 구축' 계획에도 발맞추기로 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충전업체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와 계약을 맺고 코나EV 고객이 저렴한 가격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향후 이를 아이오닉5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아이오닉의 경우 충전 인프라를 갖춘 자동차 딜러들만 판매를 허용하는 등 고객들이 충전으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게할 방침이다. 무뇨스 사장은 "충전 인프라 확대와 관련해 전세계의 모범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며 "전기차 뿐만 아니라 수소차 충전 인프라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브랜드 파워도 전격 강화하기로 했다. 무뇨스 사장은 "다른 브랜드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 중이며 그룹 내 광고회사인 이노션과도 협업하겠다"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트림·옵션을 제공하고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점차 브랜드 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 자체가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브랜드 강화를 위해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활용 중"이라며 "한국은 기술 강국이며 현대차도 기술에 강점이 있다. 한국과 현대차는 최첨단 기술로 서로의 브랜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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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미국)=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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