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2년 연속 K리그2 MVP.. 안병준이 부산에 와서 깨달은 것
(베스트 일레븐=부산)
◆ '피치 피플'
부산 아이파크 FW
2022 K리그2 MVP
안병준
지난 2년간 쉴 새 없이 상대 골문을 뒤흔들었다. 2년 연속 K리그2 MVP와 득점왕. 지금 이 순간, K리그2에서만큼은 안병준만큼 독보적인 골잡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넘치듯 많은 걸 이뤘지만, 안병준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 출발선에 섰다. K리그 도전 4년차에 돌입한 그는 <베스트 일레븐>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3년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최고의 골잡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마저 즐기는 새 시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K리그에서 날려버린 아픔
Q. 항상 이 시기에는 새롭게 각오를 다질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동계 훈련 캠프에 합류했나?
"다가올 시즌에서 안 다치기 위해서라도 동계 훈련 동안 몸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해요. 일단 일본에 가서 열흘 정도로 자가 격리한 후 가족들과 함께 하며 정신적인 힐링도 했고요. 이제 동계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Q. 지난해 K리그2 MVP에 올랐을 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꽤 화제가 됐는데
"그렇죠. 지난 2년간 MVP를 받았는데, 수원 FC 시절에는 팀이 승격까지 했으니 정말 좋은 한 해였습니다.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안 다치고 개인상을 받아서 기뻤던 반면, 팀 성적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어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그렇게까지 기대는 안 했어요."
Q. 감독, 취재진 등 주변에서 안병준 선수가 작년 K리그2 최고의 별로 인정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저는 김천 상무의 정승현 선수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활약도 했고, 성적도 올렸으니까요. 주변에서 '그래도 너 역시 가능성 있어'라고 말을 해주긴 했지만, 우승팀 주장인 정승현 선수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절 뽑아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J리그에서 꽤나 고생했다가 K리그에 와서 만개하고 있는데, 자부심을 가질 듯한데
"그렇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많이 다쳤어요. 프로 데뷔 후 2년은 거의 재활만 했으니까요. 그때 정말 힘들었고, 부상에서 벗어난 후에도 몇 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어요. 주변에서 응원을 해주셨지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그때는 저 자신에게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랬던 제가 K리그에 와서 큰 상까지 받았습니다. 저보다 주변 사람들이 기뻐해주시는 게 더 기분이 좋습니다."
후배들에게 밥 사는 득점왕
Q. 개인 성적도 성적인데, 박정인 등 후배들을 잘 이끄는 베테랑의 면모가 참 보기 좋다.
"(박)정인이가 많이 성장했는데, 그게 저 때문은 아니에요. 저는 처음 봤을 때부터 정인이가 엄청나게 좋은 공격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공격 포인트 다섯 개가 목표라고 하던데, 함께 뛰면 그 정도는 해낼 거라고 말했으니까요. 물론 나이 차가 나긴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전 솔직히 제 나이에 비해 정신연령이 좀 어리거든요(웃음). 그래서 나이 차 같은 위화감은 잘 느껴지지 않아요."
Q. 그런데 후배들이 골 넣거나 도움을 주면 꼭 밥을 사던데, 이유가 있나?
"그냥 선수들끼리 밥먹는 기분 내는 거죠. 어시스트 했으니까 밥사달라 이런 것도 있었고, (이)상헌이 같은 경우는 경기에서 골 넣으면 밥을 사달라고 말하길래 사준 적도 있습니다. 제가 프로 1~3년차 때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일본에서 뛰었을 그때 선배 선수들이 정말 살겁게 절 대해주셨거든요."
Q. 한국 팬들에게 알려졌을 만한 선수가 있는지?
"나카무라 켄고. 일본 J리그에서는 최고의 레전드죠. 그러니까 지금의 저와 (김)정민이처럼 열 살 차이가 나는 형인데, 그때 절 엄청 잘 챙겨주셨어요. 나카무라 선수만 있는 게 아니에요. 코바야시 유우, 예전에 월드컵에도 나갔던 이나모토 준이치 등 제게 친절하게 대한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Q. 그런데 박정인 선수는 장어 덮밥은 많이 얻어먹었어도, 약속한 오마카세는 아직 못 얻어먹었다던데
"하하. 정인이가 언젠가 공격 포인트 다섯 개가 목표라고 하길래 '너 정도면 열 개는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열한 개(8득점 3도움)를 했잖아요? 진짜 해냈으니 가려고 했는데 아직 타이밍이 안맞았어요. 워낙 바쁘잖아요? 대표팀에도 가고(웃음)…."
부담마저 행복한 골 사냥꾼
Q. 이번 시즌 좀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일단 그 질문에 앞서 거취 여부에 팬들의 관심이 정말 많은데, 얘기해줄 수 있나? 부담이 된다면 얘기를 안 해도 된다.
"일단 저는 부산하고 계약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부산 구단에는 나름의 입장이 있고, 저는 그 점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작년에 부산에 오게 됐을 때 선수로서 깨달은 게 있어요. 선수는 일단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1부리그든 2부리그든, 내가 뛰고 있는 리그가 어디든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로서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Q. 훈련 분위기는 어떤지?
"그런데 저도 작년에 늦게 팀에 합류해선지 작년 동계훈련 분위기는 사실 잘 몰라요. 일단 시즌 끝났을 때와 비교해보면 나간 선수들도 있고 새로운 선수들도 있네요. 선수단 규모는 작년보다 조금 줄었다고 생각하고, 보다 어려진 느낌이 듭니다."
Q. 작년에 히카르도 페레즈 부산 감독이 성장을 강조했다. 올해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독님께서 성장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셨는데, 프로축구 선수 처지에서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당장 경기장에서 내는 결과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매 경기 이기기 위해 승부에 나서고, 그 과정을 통해 선수들이 성장하는거라고 봅니다.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K리그 MVP와 득점왕 2연패를 달성했으니 견제는 더 심해질 거 같다. 그리고 이제 안병준 정도면 어느 정도 득점하는 게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팬들도 있다. 부담되지 않는가?
"공격수가 상대 수비에게 견제받는 건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이 정도는 골 넣어야 한다'라는 식의 부담은 없어요. 공격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골을 넣지 못하게 되면 주변에서 기대감이 떨어지잖아요. 그런데 전 그게 프로로서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봅니다. 도리어 '그 정도 넣는 게 당연해'로 생각해주신다면 그건 그만큼 많은 기대를 받는 일이라 봐야겠죠. 그래서 전 그런 부담감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팬들에게 각오를 전한다면?
"올해를 통해 한국 생활 4년 차가 되는데, 지난 3년간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 팬들이 정말 많이 응원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선수로서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도 K리그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올해도 잘하고 싶습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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