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산업' 시대 변화를 앞서가는 한국 경제의 열쇠

변상근 2022. 1. 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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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글로벌 물류의 요충지인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건설은 동일 인물에 의해 시작됐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프랑스 기술자이자 외교관 페르디낭 레셉스(Ferdinand Marie de Lesseps)는 1859년 수에즈 운하 건설공사에 착수해 10년 만에 운하 개통에 성공했지만 1879년 다시 맡은 파나마 운하 건설에는 실패했다. 결정적인 실패 원인은 현지의 특수한 사정을 제대로 파악해서 대처하지 못하고 기존 성공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우선 굴착지역 중앙 부근 고도가 높은 파나마는 해발 15m 이하 평지인 수에즈에서 성공했던 수평식 운하 공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또한 열대우림지역인 파나마에서 빈발하는 황열 등 풍토병에 대비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결과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이른바 '성공 함정'에 대한 경계와 새로운 시장 환경 대응 중요성을 강조하는 레셉스 사례는 2022년 한국 경제에도 시사점이 크다. 최근 글로벌 산업 환경이 급변하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공급망 '디커플링'과 함께 주요 원자재를 비롯한 핵심 품목 글로벌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육성 경쟁도 우리 강점 산업 초격차 확보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이 산업경쟁력 새 원칙으로 부상하면서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신시장 선점을 향한 기업들의 쟁탈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며 산업의 비교우위가 디지털 역량 중심으로 전환되는 한편 새로운 소비공간과 산업이 디지털 세상에 구현되는 메타버스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우리 산업이 순조롭게 적응하고, 이에 더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기업들과 합심해 최선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가적인 공급망 관리체계를 강화해 공급망 안정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우리 산업구조는 국제 분업체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요인에 노출되어 있고, 이러한 교란 요인은 국가 간 정치·외교적 갈등, 전염병, 자연재해와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촉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광범위한 정보 수집과 정교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해외 상무관과 무역관, 수입기업 등 국내 업계와 핫라인을 구축해 공급망 이상 동향을 실시간 감시하는 한편 위험징후를 정확히 선별해 내기 위한 일선 정보체계 보강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포착한 위기 요인에 대해서는 수입 다변화, 비축 확대와 같은 다각적 방안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을 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대해서는 위기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로써 준비해야 한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경쟁의 핵심은 자국 내 생산 역량과 기술 수준이므로 기업 투자를 유도할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에 집중하려고 한다. 특히 현재 국회에서 막바지 논의 중인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은 국가적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중요한 출발선이므로 조속한 제정과 함께 글로벌 경쟁 상황에 맞춰 보완해 나가도록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 나아가 규제특례, 인력양성 등 패키지 지원에 착수해 우리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계획과 비전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아울러 올해를 '2050 탄소중립' 이행의 원년으로 삼고 향후 30년의 미래 성장을 지향하는 저탄소 혁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먼저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과 전력계통망 보강 등 에너지 부문이 탄소중립을 리드해 산업계에 충분한 이행 준비 시간과 안정적인 친환경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에는 기업들의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한 만큼 연구개발(R&D), 세제, 정책금융 등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정부가 함께 짊어지고 나가겠다. 탄소중립이 정의로운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클린팩토리 보급 등 중소·중견기업 생산·경영 혁신에 대한 지원과 함께 저탄소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 육성 프로젝트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나아가 우리 산업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더욱 가속화시켜 산업의 혁신엔진을 확충하는 정책적 노력도 기울일 것이다. 우선 100대 디지털전환 선도모델 지원과 전국적인 로봇 보급을 통해 전 산업으로 디지털 DNA가 확산되는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을 기반으로 산업데이터 생성활용 생태계를 조성해 업계가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생산성을 혁신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에 더해 우리 주력산업이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스마트 모빌리티, 지능형 가전, 첨단 센서 등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글로벌 주요 기관의 평가는 안정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3.3%, 3.0%로 전망했다. 특히 OECD에 따르면 한국이 2023년까지 G20 선진국 중 코로나19 위기 전 대비 가장 빠른 성장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양호한 경제전망의 중심에 탄탄한 글로벌 경쟁력으로 위기극복을 견인하는 'K-산업'이 있다. 이제 우리 산업은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맞닿아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그린·디지털 시대에 대응해 나갈 것이다. 슬기로운 위기관리와 발 빠른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경로를 개척하는 글로벌 산업강국을 기대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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