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담합' 공정위 판단은?.. 해운업계 12일 '운명의 날'

공정거래위원회의 12일 해운사 담합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국내외 해운사들의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론을 앞두고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12일 전원회의를 열고 국내외 23개 선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전원회의는 법 위반 기업을 제재할지, 어떤 처벌을 내릴지 등을 정하는 공정위 최고 의결 기구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을 포함해 상임·비상임위원 9명이 참석한다.

앞서 공정위는 국내외 23개 해운사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간 동남아 노선 운임을 담합, 모두 8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보고 지난해 5월 이들 해운사에 최대 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23개 해운사 중 국내 선사는 ▲HMM ▲SM상선 ▲장금상선 ▲동영해운 ▲범주해운 ▲동진상선 ▲남성해운 ▲팬오션 ▲천경해운 ▲고려해운 ▲흥아라인 ▲흥아해운 등 12곳이다.

국내 해운업계는 동남아 노선 운임비 조정은 해운법상 공동행위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이라며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을 내려선 안된다고 반발한다.

해운법 29조는 외항화물운송사업자는 다른 외항화물운송사업자와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단 공동행위를 하려면 화주 단체와의 사전 협의, 해양수산부 신고, 자유로운 입·탈퇴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운업계는 동남아 노선 운임 조정 관련 내용을 해양수산부에 신고했고 화주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는 등 적법한 과정을 거쳤다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58조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지만 다른 법에 의한 정당한 행위는 법적용을 예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만약 공정위가 해운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8000억원의 과징금을 그대로 부과할 경우 국내 선사가 물어야 할 과징금 규모는 최대 5600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일부 주장을 수용해 과징금 규모를 2000억원대로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해운업계는 단 1원의 과징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최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과징금이 1원만 나와도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라며 “해외 국가의 보복과 화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운업계는 과징금 결정이 내려질 경우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만약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그 규모에 상관없이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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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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