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손아섭의 '롯데 31번' 누구에게로? "승엽이가 원하더라고요"

고봉준 기자 2022. 1. 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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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에서 NC로 이적한 손아섭(왼쪽)의 등번호 31번이 새 주인을 찾았다. 평소 아끼는 후배 나승엽이 올 시즌부터 31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곽혜미 기자

-롯데 상징했던 손아섭의 ‘백넘버 31번’

-NC 이적으로 후배 나승엽이 새 주인으로

-나승엽 “선배님의 상징성 이어가겠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어느덧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등번호가 있다. 바로 31번이다. 주축 외야수 손아섭(34)이 10년 넘게 쓰면서 이대호(40)의 백넘버 10번과 함께 21세기 롯데를 대표하는 숫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는 손아섭이 더 이상 롯데의 31번을 사용할 수 없다. FA 계약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이를 다른 선수에게 물려주게 됐다.

의미가 큰 숫자인 만큼 예상대로 꽤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악바리로 소문난 선배를 따라 새 시즌 더욱 이를 악물고 뛰겠다는 의지를 담아 몇몇 선수들이 31번을 원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등번호 쟁탈전. 최후의 승자는 “존경하던 선배가 사용하던 등번호를 달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웃었고, 이를 물려준 선배는 “후배가 새 백넘버를 달고 더 좋은 선수가 되길 기원하겠다”며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손아섭에게 31번은 특별한 등번호다. 2007년 손광민이란 이름으로 데뷔한 손아섭은 99번과 68번을 차례로 달고 뛰다가 2010년부터 31번을 새 백넘버로 장착했다. 앞서 택한 개명과 더불어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변화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손아섭은 공교롭게도 2010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고, 이후 꾸준한 활약을 바탕으로 롯데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31번도 손아섭의 근성을 상징하는 백넘버가 됐다.

그러나 롯데 31번과의 동행은 영원할 수 없었다. 손아섭은 지난달 4년 64억 원의 FA 계약을 통해 NC로 이적하면서 이를 내려놓게 됐다.

손아섭은 8일 전화통화에서 “사실 이제는 롯데 소속이 아닌 상황이라 내 등번호를 누구에게 물려준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몇몇 후배들이 31번을 원해서 내심 기뻤다. 특히 아끼는 동생인 나승엽(20)이 이를 가장 달고 싶어 했다. 어느 날은 전화가 와서 ‘제가 선배님 등번호를 갖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나 역시 네가 31번을 달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화답해줬다”고 말했다.

사실 나승엽만큼 31번을 원하던 선수는 한 명 더 있었다. 우완투수 최준용(21)이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악바리 선배를 평소 롤모델로 여겼던 최준용은 이별 선물로 손아섭의 31번이라도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등번호 자체가 투수보다는 야수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후배 나승엽에게 양보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손아섭은 “(최)준용이와 (나)승엽이가 모두 내 등번호를 원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31번 자체가 야수에게 맞을 것 같다는 이유로 준용이가 양보를 했다고 하더라. 이제 31번을 승엽이가 새로 달게 된 만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NC 손아섭.

지난해 프로 입단 때부터 손아섭을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았던 나승엽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나승엽은 “지난해 달았던 51번도 좋았지만, 손아섭 선배님의 31번을 더 갖고 싶었다. 다행히 선배님께서 여러모로 도움을 주셔서 새 등번호를 달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해 계약금 5억 원을 받고 입단한 나승엽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손아섭과 돈독한 인연을 쌓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선배에게 더 다가갈 수 있었고, 또 생소한 외야 수비를 연습하면서도 손아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손아섭 역시 고교 시절 내야수를 주로 보다가 프로 데뷔 후 외야수로 전향한 케이스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나승엽에게 귀중한 조언을 건넬 수 있었다.

나승엽은 “데뷔 직후부터 손아섭 선배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 롤모델이었던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면서 “31번은 롯데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선배님과 더는 같이 뛸 수 없어서 아쉽지만 앞으로 내가 그 상징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또 선배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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