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비싸게 팔아야 하니 마음 아파요"..1월 꽃값 2~3배 폭등 '아우성'

윤희일 선임기자 2022. 1. 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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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장미. 농촌진흥청 제공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 일, 꽃 값이 폭등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파요. 꽃 가격이 2~3배나 올랐어요.” 최근 한 플로리스트(꽃을 포장해 판매하거나 행사장 화훼장식을 하는 전문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1월 꽃 값 폭등 속에 꽃을 파는 사람, 꽃을 통해 사랑을 전하는 전문가의 고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전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7)는 성수기인 지난해 성탄절 이전 한 단(10송이)에 9000원 정도에 들여오던 장미를 지난 3일과 5일에는 1만8000~2만7000원 선에 구매했다. 한 단에 8000원 하던 유칼립투스는 2배 가까이 오른 1만5000원선에 사왔다. 꽃다발에 빠질 수 없는 안개꽃 한 단은 1만2000원선이었지만 2만5000~3만원선으로 급등했다. 1만원 수준이던 거베라는 1만5000~2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꽃의 종류에 따라 2~3배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이씨는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해도 2~3배 올랐는데, 꽃을 다루는 일을 10년 이상 하면서 1월 꽃값이 이렇게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9일 밝혔다.

이씨는 고객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거의 원가로 꽃다발을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꽃의 종류를 조절해 가면서 원가로 팔아도 예전에 2만원 정도 하던 꽃다발을 3만~3만5000원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화분에서 이익이 조금 나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월 졸업이 크게 늘어난 요즘, 오랜 고생 끝에 학교 문을 나서는 자녀를 위해 꽃다발을 사는 부모들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졸업하는 아이에게 주려고 3만5000원을 주고 산 꽃다발이 예전의 2만원짜리와 비슷한 느낌이었다”면서 최근 폭등한 꽃값을 안타까워 했다.

장미.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급등한 꽃 값이 1월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월 꽃 값의 폭등은 이례적인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꽃 값은 성탄절을 앞두고 오르다가 1월 들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하지만, 올해는 1월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데 반해 수요량은 급증하면서 1월 꽃 값이 폭등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 1월 꽃 출하량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년 1월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화훼농가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꽃 소비가 줄어들자, 재배 작물을 다른 작물로 전환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외국에서 수입하는 꽃의 양도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당수 학교가 졸업식을 1월로 앞당기면서 꽃 수요는 크게 늘어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40% 정도의 학교가 1월에 졸업식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겨울철에 꽃을 출하하기 위해서는 난방을 강화해 꽃을 피워야 하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1월 꽃 소비가 적었기 때문에 농가들이 난방비 부담을 우려해 1월 출하를 준비하지 않으면서 올해 갑자기 발생한 1월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것도 가격 급등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설연휴가 있는 1월말 쯤에는 꽃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꽃 출하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런 사태는 나머지 졸업과 입학이 몰려 있는 2~3월과 가정의 달이 있는 5월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과 2021년 화훼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1테이블 1플라워 운동(사무실 등의 책상 1개에 꽃(꽃병 등) 1개를 놓자는 운동)을 펼치는 등 대대적인 꽃 소비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부진이 이어지자 화훼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상만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화훼의 수익이 줄면서 연간 화훼 생산량이 최근 7% 정도씩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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