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 번 중국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을 팔지 않는 이유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2. 1. 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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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경영진의 기습적인 집단 매도로 소액 주주들의 분노가 커진 가운데,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 내 금융 계열사(앤트그룹)의 전자 결제 서비스다. 현재 39%(5101만5205주)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다(최대 주주는 카카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집단 매도 이후,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의 지분 매각에 증권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조선일보DB

카카오페이 소액 주주들 사이에선 “워낙 고평가되어 상장하니까 중국 자본부터 먹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황당하게도 한국 경영진한테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지난해 11월 상장 후 한 달 여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약 900억원을 현금화했다. 류영준 대표는 주당 20만4017원에 23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469억원을 챙겼고, 추가로 48만주의 스톡옵션을 더 행사할 방침이다. 류 대표가 손에 쥘 현금은 약 1200억원.

회사 가치를 높여 주주 환원에 힘써야 할 상장사 대표가 오히려 상장 후 한 달 만에 대량 주식 매도를 해서 1200억원대 현금을 챙기고, 다른 회사(카카오) 대표로 자리를 옮기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상장을 앞둔 시점에 여의도 증권가가 걱정한 것은 사실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집단 주식 매도가 아니라, 2대 주주인 알리페이의 지분 매각이었다.

기자들이 이런 점을 놓칠 리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지난 해 10월 상장 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다(그때 기자들은 경영진에게 알리페이가 아니라, 경영진의 주식 매각 계획에 대해 물었어야 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장기주 재무 총괄 부사장(CFO, 60억원 현금화)은 2대 주주인 알리페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알리페이는 사업 시작 초기부터 전략적 투자자로서 많은 영역에서 협업해 왔으며,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고 같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 지분 매각은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현 경영진이 주식 대량 매각과 관련해 사내 간담회를 여는 등 내부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공정성 비판과 함께 경영진이 보여주기식 대처만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집단 주식 매도로 돈방석에 오른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작년 10월 기자 간담회 모습. 가운데가 스톡옵션 행사로 469억원을 현금화한 류 대표. 그 옆 검정 티셔츠를 입은 이가 신원근(60억원 현금화) 차기 대표다.
지난해 12월 10일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날, 류영준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집단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알리페이는 지난 2017년 6월 2억달러를 시작으로 2020년과 2021년에 카카오페이에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금액은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7일 종가로 계산해 보면 현재 알리페이의 지분 가치는 약 7조8300억원으로, 4년여 만에 1860% 수익률을 올리게 된다.

3년 연속 적자(2021년 추정 PER 5061배, PER는 높을수록 고평가) 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지면서 그야말로 ‘저세상 수익률’을 올렸고, 정보가 가장 빠른 회사 경영진부터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먹튀까지 하는 상황인데, 과연 알리페이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신규 상장주는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존 주주 지분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는다(보호 예수). 알리페이의 경우 10.65%의 지분은 6개월 보호 예수가 걸려 있지만, 나머지 28.47%는 내일이라도 당장 팔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해 11월 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 주가 추이

일단 중국의 현 상황을 토대로 살펴 보면, 알리페이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 도전을 앞두고, ‘모두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중국에선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단속과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텐센트가 징둥닷컴, 씨그룹 지분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있고, 알리바바 그룹 역시 웨이보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알리바바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알 수 없지만, 텐센트가 출자 지분을 적극 처분하거나 배당으로 나눠주는 것과 비슷하게 사업을 압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일부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지분을 대량 매각한 가운데, 카카오 노조는 대표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태가 조기에 진압되지 않으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게 불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알리바바의 선택이 다를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업공개(IPO) 시장 전문가 B씨는 “알리바바가 지분을 줄이고 싶었다면 구주 매출로 내놨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지분을 당장 매도할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가능성까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0년차 증권업계 관계자인 C씨는 “페이는 개개인의 다양한 금융 정보가 집중되고 거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가져 올 수 있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에선 온라인 페이를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양분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뚜렷한 세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씨는 “카카오 지분 6.3%를 보유한 중국 텐센트도 지난 2012년에 720억원을 투자해 큰 이익을 거뒀지만 카카오 지분을 하나도 줄이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 시장 침투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알리바바 역시 (카카오페이 지분을) 팔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는 왕개미연구소의 27번째 보고서(벌써 9조2000억… 中 텐센트가 한국 증시에서 웃는 이유)를 참고하세요.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는 3650만명이며,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2000만명에 달한다. 이용자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카카오페이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는 알리페이가 향후 지분 매각에 나선다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테니, 작년 기자 간담회에서 경영진이 밝혔던 것처럼, 지분을 매각하지 않아야 주주들에겐 이득이다. 하지만 만약 C씨가 설명한 이유 때문에 알리페이가 지분을 팔지 않는다면? 찜찜하고 불편한 것은 왕개미연구소장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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