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요리 발상지 인천] ①짜장면, '국민음식' 될지 몰랐다
간편·저렴한 음식으로 각광..'100대 민족문화상징' 선정
[※ 편집자 주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즐겨 찾는 짜장면, 새콤달콤한 쫄면은 인천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냉면과 따끈한 진국이 스며든 온면도 인천에서 특성있게 가공돼 인기가 높습니다.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던 이들 면요리는 이제 '국민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신년을 맞아 인천에서 짜장면과 쫄면 등의 태동 배경과 변천사를 다룬 '면요리 3부작' 기사를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06년 7월 선정·발표한 '100대 민족문화상징'을 보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짜장면이다.
태극기·무궁화·독도·한글 등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들은 물론, 식생활 분야에서 김치·된장·고추장·불고기·소주·막걸리 등 한국인의 '소울푸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짜장면이 중국에서 건너온 이방인의 음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어느새 한국인의 '국민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짜장면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00년대 초 인천에서다.
1883년 인천항이 외세에 의해 강제 개항되고 이듬해 지금의 인천 차이나타운 터에 중국인의 집단 거주지인 청국 조계지가 설정되면서 중국요릿집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1908년 산동회관이란 이름으로 개업하고 4년 뒤 개명한 공화춘(共和春), 대불호텔을 개조한 중화루(中華樓), 3층 목조호텔을 개조한 동흥루(東興樓) 등 대형 음식점도 있었지만, 가정집이나 상점 한쪽에 식탁 3∼4개만을 갖춘 소형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인천항에서 일하는 항만 노동자가 중국요리 맛에 이끌려 이곳을 자주 찾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도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게 유력한 정설이다.
학계나 업계에서는 한국식 짜장면은 1950년대에 제 모습을 갖춘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외국인 무역규제 강화에 따라 화교들은 대거 음식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는데 중국음식점이 늘어나며 경쟁이 심해지자 주요 고객층을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에 맞춰야 했다.
영업 수완이 뛰어난 화교들이 중국 된장인 미옌장(甛麵醬)을 비벼 먹는 '자지앙미옌(炸醬麵)'과는 다르게 달콤한 캐러멜을 첨가하고 물기를 적당히 유지하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자 짜장면은 인기를 얻게 된다.
짜장면이 인천뿐 아니라 전국 곳곳으로 퍼지며 '국민음식' 지위에 오른 것은 산업화 시대 간편하고도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짜장면은 볶은 장을 미리 만들어 놓아 조리시간이라고 해봐야 면을 삶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단무지나 양파 외에 별도 반찬을 곁들일 필요도 없고 국물이나 육수가 없어 배달도 쉽다.
짜장면이 인천에서 탄생한 유래를 놓고 다국적 음식문화의 융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화재청이 발간한 '인천 문화유산 이야기 여행' 책자는 "인천 개항장은 한중일 3국과 구미(歐美) 각 국민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며 "중국에서 온 짜장면이 서양 캐러멜과 만나고 일본 단무지·한국 김치를 곁들이게 된 것은 다국적 음식문화의 소산"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에서는 짜장면의 역사성과 음식문화를 전승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인천 중구는 국내 짜장면 발상지로 알려진 공화춘 건물을 매입해 2012년 국내 최초로 짜장면박물관을 개관했다.
공화춘은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중국요릿집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정부의 화교정책 등으로 1983년 폐업했다. 이후 방치되던 공화춘 건물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4월에는 등록문화재 264호로 지정됐다.
한 세기가 지났어도 짜장면은 간짜장·삼선짜장·백년짜장·유니짜장·사천짜장·쟁반짜장·고추짜장·유슬짜장 등 다양한 메뉴로 진화하며 여전히 친근한 메뉴로 남아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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