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IB씨] 22년 전 대성공 후 돌아온 칼라일..연초부터 빅딜 예고

임세원 기자 2022. 1.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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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몸값 투썸 플레이스 인수이어 현대 글로비스 6,000억원 투자 발표
2000년 한미은행 인수, 2014년 ADT캡스 인수 후 수년 만에 한국 관심 높아져
[서울경제]

‘칼라일(Carlyle)그룹이 돌아왔다’

요즘 인수합병(M&A)업계에는 이런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모펀드(PEF)란 말이 생기기도 전인 2000년 외환위기 당시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고, 2018년 ADT캡스 매각으로 이름을 날렸던 세계 3대 사모펀드입니다. 특히 한국인인 이규성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잇따라 인수 경쟁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죠.

연말 연시 터뜨린 잇따른 빅딜

칼라일은 새해 벽두부터 대형 딜을 발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바로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것이죠.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지분 10%를 6,113억 원을 받고 칼라일에 넘겼습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향방은 지난해 내내 시장의 관심이었습니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특혜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말 발효되기 때문이죠. 총수 일가가 상장사의 지분 20%를 보유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됩니다. 정의선 회장은 지분이 23.29%에서 20%로 줄었습니다.

그 밖에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11%), 칼라일(10%), 현대차(4.88%), 현대차정몽구재단(4.46%) 순으로 변경됐습니다. 칼라일은 주요 재무적 투자자 둘 중 하나가 됐습니다.

칼라일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이사 1인을 현대글로비스에 지명할 수 있고 정의선 회장이 주식을 매각할 경우 동반 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정 회장은 칼라일 덕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면서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칼라일과 현대차 그룹의 공식적인 인연은 2017년부터입니다. 현대카드와 협업하던 GE캐피탈이 경영상 이견을 거듭하다 지분 43%를 매각했는데 칼라일 계열 운용사가 이중 일부를 사들였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칼라일 그룹의 초청으로 이규성 공동대표와 단독 대담에 응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들의 반대속에 실패한 후였죠. 그는 이자리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해 자본시장과 소통을 늘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주가치 훼손 사례로 지적됐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 대한 투자 가치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정 회장이 칼라일을 통해 대외적으로 소통한 셈입니다. 비교적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지닌 현대차는 이렇듯 칼라일과 꾸준하게 신뢰를 높여왔고, 칼라일은 결국 다른 국내외 PEF를 제치고 글로비스 투자 기회를 꿰찼습니다.

(왼쪽)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규성 칼라일 그룹 공동대표가 2019년 5월 24일 열린 칼라일 그룹 초청 대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시장 놀라게 한 투썸플레이스 1조 인수가 시작

칼라일은 지난해 말 투썸플레이스 인수로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투썸플레이스의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책정한 때문이었죠. 투썸플레이스는 CJ그룹이 설립했지만, 성장에 한계를 느끼자 2018년 또 다른 외국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 등 에 넘긴 상태였습니다. 앵커PE를 비롯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싱가포르투자청 등에 쪼개서 지분을 매각한 가격이 총 4,500억 원입니다. 만 3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칼라일이 2배 넘는 가치로 사들인 것이죠.

특히 커피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라는 막강한 1위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높지 않았던 데다, 이미 앵커PE가 사모펀드가 할 만한 접근은 다 한 상태였습니다. 사모펀드가 더 가치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죠.

칼라일은 2020년 11월부터 CJ그룹으로부터 뚜레쥬르 인수를 추진했지만 수백억원의 가격 차이와 우발 채무 등의 처리를 놓고 합의하지 못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시장의 식음료 사업에 대한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 됐죠.

22년 전 대박 이후 잠잠했던 성공···올해는 달라질까

칼라일은 22년 전인 2000년 JP모건과 함께 한미은행 지분 40%를 4,500억 원에 인수했고 3년 후 씨티그룹에 되팔아 6,600억 원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당시 이를 주도했던 인물이 김병주 현 MBK파트너스 회장이죠. 그때는 지금보다 더욱 사모펀드의 은행 인수는 규제 대상이었지만, 칼라일은 빈틈을 찾아 이를 성사 시켰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의 M&A시장에 허점이 많았기에 논란이 일었던 거래이기도 하죠.

칼라일은 이후 현대HCN·이오테크닉스·테이팩스·약진통상 등에 투자했습니다. 대규모 투자는 적었고 손실도 있었습니다.

케이블 방송 현대 HCN에는 2006년 1,600억 원을 투자했지만, 10년만에 350억 원을 손해본 후 되팔았습니다. 레이저반도체 장비인 이오테크닉스에는 2010년 300억 원을 투자해 2013년 217억 원의 차익을 봤습니다. 테이팩스는 국내 PEF인 스카이레이크와 손잡고 1,100억 원에 인수했다가 2016년 600억 원을 챙겨 팔았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재무 구조가 악화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약진통상은 2013년 800억 원에 인수했다가 7년 만에 140억 원에 팔았으니, 실패에 가깝습니다.

2018년 드디어 ADT캡스 매각으로 오랜만의 성공의 단맛을 맛봅니다. 2014년 2조 원을 약간 넘는 가격에 인수했다가 SK텔레콤에 2조 9,000억 원 넘게 팔면서 1조 원 가까운 차익을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이어 이상현 당시 한국 대표가 퇴사하면서 사실상 방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뒤를 이은 것은 서울사무소를 이끄는 함석진 전무와 송민섭 전무입니다. 함 전무는 맥킨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18년 스탠다드차타드 PE에서 영입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송 전무는 미국계 PEF 워버그핀커스와 씨티은행 등 IB를 거친 인재입니다. 이들 외에 소수의 주니어 인력이 뭉쳐 투썸플레이스와 현대글로비스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칼라일은 올 상반기 최대 5조 원 규모가 거론되는 SK온 투자유치에 초대 받으며 또 한 번 빅딜을 예고했습니다.

투자업계에서는 그 동안 뜸했던 칼라일이 투썸플레이스 인수에 성공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대형 투자에 성공하면 본사에서 보는 눈이 달라지고 투자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덩치가 커지기 마련”이라면서 “칼라일이 투썸 플레이스 인수 완료를 계기로 국내 시장에 대형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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