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삼성 찾은 정의선, 퀄컴 만난 박정호..기업간 협력 강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각 기업 경영진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 주목 받았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CES 2022'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은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21 FE', '네오 QLED TV' 등을 살펴본 후 "아주 얇았던 삼성 TV가 인상 깊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 증강현실(AR) 기반의 삼성전자 미래 운전 기술이 장착된 차체에 한 부회장과 함께 앉아 미래차 운행 시스템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이번 일을 두고 업계에선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이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사가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사업 분야는 차량용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로봇 등으로 다양하다. 또 정 회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LG든, 삼성이든, SK든 같이 할 분야가 있으면 어디서든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해 삼성과 현대차가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주문한 만큼, 이번 일을 기점으로 양사의 논의가 급물살 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후 전장 사업을 확대 중인 한편, 최근 차량용 반도체 신제품을 속속 내놓는 등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사촌동생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도 만났다. 'CES 2022'에서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정 사장을 응원하는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정 사장은 지난 5일 LVCC 웨스트홀에 위치한 현대중공업그룹 부스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그룹 미래 비전인 '퓨쳐 빌더'를 공개한 바 있다.
정 사장도 정 회장이 적극 키우고 있는 로봇 제품을 살펴보기 위해 6일 LVCC 웨스트홀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부스를 찾았다. 정 사장은 이곳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공연을 관람하고 '퍼스널 모빌리티'에도 탑승했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 SK그룹 부스도 방문했다. 삼성전자 부스에선 화면에 빛 반사를 방지하는 '매트 디스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고, SK 부스에선 김무환 그린투자센터장으로부터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정 사장은 "이종산업에서 배우는 게 굉장히 많다"며 "우리가 같은 사업만 보다보면 우리가 제일 잘 한다는 자만심에 빠져서 혁신이 멈출 수가 있는데,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게 굉장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일 코펠 가문 일원이자 후계자 중 한 명인 디에고 코펠 이사와 환담을 나눴다. 코펠은 멕시코 10대 기업 중 한 곳으로, 현지 최대 유통업체이자 삼성전자의 멕시코 최대 파트너사 중 하나다. 코펠 이사는 이날 한 부회장에게 "승진을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며 훈훈한 광경을 연출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노태문 MX사업부 사장은 SK텔레콤 부스를 찾아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유 대표 역시 지난 5일 전시관 개장과 동시에 삼성전자 전시 부스를 찾아 노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약 30분간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살펴봤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앞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폭넓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유 대표는 "삼성이 융합을 통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SK텔레콤도 모바일부터 유선, IPTV까지 아우를 수 있는 융합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은 'CES 2022' 기간 동안 경쟁사인 LG전자가 마련한 가상 체험 전시관을 비롯해 TCL, 하이센스 등 다양한 전자 업체들의 부스를 둘러봤다. 또 삼성전자 부스에선 "올해 국내 가전 매출의 85~90%를 비스포크에서 낼 것"이라는 목표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CES 2022' 기간 동안 현대차 등 주요 기업의 부스를 돌아보며 기술 트렌드를 열심히 살폈다. 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최고경영자를 만나 반도체와 ICT 전 영역에서 협력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퀄컴과 손잡고 메모리 반도체 강점을 키울 방침이다. 퀄컴과 데이터센터용 애플리케이션·컴퓨터(PC)에 탑재할 수 있는 고속 메모리를 같이 개발할 방안을 모색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스마트팩토리 같은 5세대(5G) 통신 사업에서 투자할 방법을 논의했다.
박 부회장은 "글로벌 ICT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SK ICT 패밀리는 ICT 전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장벽 없는 협력을 통해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CES 2022' 현장에서 새해 첫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에서 '탄소 중립'을 경영 화두로 제시한 김 부회장은 경영진과 SK이노베이션 계열 회사별 '탄소 중립' 실행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선 국내 기업의 총수와 최고경영자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단상에 올라 혁신 기술과 미래 비전을 공개하는 한편, 기업간 협력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일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이종산업간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듯 하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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