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재계 리더]⑧ 김남호 DB 회장, 철강·가전 그룹을 금융·IT로 바꿔

권오은 기자 2022. 1.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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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012030)그룹이 김남호 회장 취임 이후 2년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DB손해보험(005830)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방점을 찍고 경영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김 회장은 2020년 7월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DB를 어떤 환경 변화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DB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래픽=이은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2조1780억원, 순이익 739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까지와 비교해 순이익이 31.7% 늘었다. 증권사들은 DB손해보험이 지난해 4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경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B하이텍(000990)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8468억원, 영업이익 2609억원을 냈다. 증권사들은 DB하이텍이 지난해 4분기에 33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연간 3600억원에서 올해 48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이 받쳐주면서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DB손해보험의 주가는 김 회장 취임 전인 2020년 6월 30일 종가 4만2850원에서 최근 6만원 안팎으로 4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DB금융투자는 2배 넘게, DB하이텍은 3배가량 뛰었다.

1975년생인 김 회장은 그룹 안팎의 예상보다 일찍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50년간 DB그룹을 이끌었던 아버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사생활 논란으로 경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10년 넘게 DB그룹에서 일했던 만큼 업무 파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이 그룹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9년으로 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했다. 이후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 영업, 공정관리, 인사 등 실무경험을 쌓았다. 이어 2015년부터 DB금융연구소에 합류했다. DB금융연구소는 그룹 금융 계열사의 경영 전략 등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김 회장은 DB금융연구소에서 3년간 일하며 그룹 금융부문의 경영수업을 받았다.

김 회장은 2010년대 DB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전공인 금융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네트워크를 토대로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016380))과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 동부팜한농(현 팜한농),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 등을 매각하면서 DB그룹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DB그룹이 지금의 금융·정보통신(IT) 중심으로 재편하는 기틀을 닦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B하이텍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DB하이텍 제공

경영권 역시 안정적인 상황이다. DB그룹은 DB손해보험을 정점으로 한 금융부문과 DB아이엔씨(DB Inc)를 정점으로 한 IT부문이 양대 축이다. 김 회장은 DB손해보험의 최대 주주로 지분 9.01%를 보유하고 있다. 김준기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더하면 23.21%다. DB손해보험은 산하에 DB생명보험과 DB금융투자 등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DB Inc의 지분도 16.83% 가진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한 지분율은 43.83%다.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거느리고 있다.

DB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6년 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60여개였던 계열사가 20여개로 줄어들면서 ‘재계 10위’ 그룹이라는 위상을 회복하기까지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매출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돌면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실적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시대 기업경영의 목표는 생존을 넘은 성장으로 요약된다”며 “최소 10년 뒤의 미래를 향한 큰 그림과 전략 구상 등 이전과 다른 차원의 준비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사는 중단기 성장목표와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제품, 기술, 영업, 고객 관리 전반에 대해 재점검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그 어느 때보다 높여야 한다”며 “미래에도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도전적이고 능동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에 옮겨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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