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北 극초음속미사일, 한미 방공망으로 막을 수 있나
軍 "마하5~6은 우려 수준 아니다"지만.. 완성시엔 "부담"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군 당국이 지난 5일 시험 발사된 북한의 자칭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해 "극초음속비행체 기술에 도달하지 못한" 탄도미사일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하면서 방어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미 양국 군과 정보당국 등의 탐지·분석값을 종합했을 때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이 '극초음속'으로 불리는 마하5(음속의 5배·초속 약 1.7㎞) 이상의 속도에 도달하긴 했으나, 전체적인 비행특성이나 발사현장 사진을 통해 확인된 미사일의 형상은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국이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극초음속무기', 즉 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형 미사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판단에서다.
현재 주요국들이 개발 중인 속도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무기'는 HGV 미사일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등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이 가운데 HCM은 순항미사일에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해 발사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고도 20~30㎞ 이하 저고도로 날 수 있고, HGV 미사일은 일반 탄도미사일의 로켓엔진 추진체 전방에 글라이더처럼 비행하는 활공형 탄두(HGV)를 장착한 것이다.
HGV 미사일을 발사하면 목표 고도(40~100㎞)까진 추진체의 힘으로 상승했다가 HGV가 분리되면서 지구 중력과 공기 흐름에 따라 표적까지 활공하며 날아간다.
HGV는 이 과정에서 내장된 유도장치의 도움으로 고도나 경로를 바꿀 수 있어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HGV가 수십㎞ 이하 초저고도로 날아올 경우엔 지구 곡률 때문에 지평선 위로 올라온 뒤에야 지상레이더에 탐지되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발사에 앞서 작년 9월28일 시험한 '화성-8형' 미사일을 이 같은 HGV 미사일 목표로 하고 있는 무기로 보고 있다.
다만 군 당국은 '화성-8형'이 시험 발사 땐 마하3(초속 약 1.02㎞) 안팎의 속도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단 이유로 "개발 초기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의 '화성-8형' 시험발사 당시 비행고도와 거리는 구체적은 밝히지 않아 '탐지·분석에 애를 먹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반면 군 당국은 북한이 이달 발사한 자칭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해선 "마하6(초속 약 2.04㎞) 의 속도에 비행고도는 50㎞ 이하였으며, 비행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700㎞엔 이르지 못한 게 확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미사일의 속도가 앞서 '화성-8형'에 비해 빨라지긴 했지만, 이는 탄두부에 HGV 대신 원추형의 '기동 탄두 재진입체'(MARV) 기술을 적용한 데 따른 결과일 뿐이란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미사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성-8형'처럼 바닥이 평평한 HGV는 양항비(글라이더 날개의 특정 받음각에서 발생하는 양력과 항력의 비)가 커서 같은 속도로 더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반면, 원추형의 MARV는 속도는 빠르지만 양항비가 작다"며 장거리 활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에서 확인되는 MARV 탄두의 보조날개(카나드)만으론 '선회기동'과 같은 제한된 수준의 비행 중 경로변경만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군 당국의 이 같은 판단은 북한이 이번에 쏜 자칭 '극초음속미사일'의 탄두부에 "추력기가 달려 있지 않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어 추후 북한이 추력기가 달린 MARV 탄두를 개발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이번 '극초음속미사일'과 같은 방식의 탄도미사일이라고 소개한 '현무ⅡC'에도 비행 중 방향 전환과 목표물을 향한 정밀유도 등을 위한 측추력기가 장착돼 있다. '현무ⅡC'의 종말단계 최고속도는 마하9(초속 약 3.06㎞)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한미연합 탐지자산으로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모습. 군 관계자는 특히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대해 "그리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최고속도 마하5~6의 미사일은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이거나 앞으로 준비해나갈 방어체계상에선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우리 군의 미사일 능력이 "정밀유도 기술과 고위력 탄두 등 질적인 측면에서 북한보다 우세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그 징후가 포착되면 발사 전 단계에서 선제 타격하는 '전략적 타격체계'와 타격에 실패했을 땐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구축을 함께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KAMD는 당초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과 '천궁Ⅰ' 등 고도 30㎞ 이하 하층방어체계 위주로 구축돼왔으나, 2010년대 후반부터 '패트리엇' 성능 개량과 '천궁Ⅱ' 개발을 통해 유효사거리 및 요격가능고도 확대를 추진해왔다.
군 당국은 또 오는 2024년까지 고도 40~70㎞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체계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경우 '광역 방어'엔 한계가 있지만, 고도 40~150㎞ 범위 내 요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군 당국은 고도 70~500㎞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해군 이지스구축함에 SM-3 요격 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과거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개발했다"는 이유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또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5년간 다양한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포),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의 개발을 진행해왔다. 북한은 이 가운데 일부 무기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른바 "전략무기"로 개발 중인 상황이다.
군사 소식통은 "북한의 최근 3~4년 간 시험해온 신무기들 가운데 당장 실전배치가 가능한 건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다양한 무기 개발을 동시에 진행 중인 사실이 주목해야 한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중거리·준중거리탄도미사일 기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실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조셉 뎀시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연구원도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이 HGV인지 MARV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어떤 경우에든 회피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사일방어체계엔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작년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당시 수립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전술핵무기와 장거리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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