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개미 보호'vs '재무범죄 척결'..오스템임플란트 고민하는 당국

강은성 기자 2022. 1. 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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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투자자 보호가 대원칙..신뢰회복 요구도 커" 딜레마
감사의견 비적정 가능성도 높아 거래정지 기간 길어질수도
4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인 이 회사에서 자금관리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횡령금액은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의 91.8%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준으로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다. 2022.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상장사 최대규모 자금 횡령사태가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재개 여부를 놓고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2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거래재개를 통해 시장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하지만 1880억원의 자금횡령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내부통제에 구멍투성인 회사를 그대로 거래재개시킬 경우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국 "투자자 보호가 대원칙…신뢰회복 요구도 커" 딜레마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사실 공시에 따라 지난 3일 오전8시35분부터 이 회사의 주권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상장기업에서 횡령, 배임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코스닥시장상장규정 제18조 및 시행세칙 제19조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된다. 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15거래일간(1월24일까지) 거래정지를 시켜놓은 상태다. 추가 사실확인 등이 필요할 경우 혹은 실질심사 대상으로 확정되면 거래정지 기간은 더 길어진다.

문제는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 보호 방안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이 서로 대치된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심리는) 법과 원칙대로 해야겠지만 소액주주 보호와 시장 신뢰도 회복 모두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려운 판단을 해야할 것 같다"면서 "횡령 사실에 대한 수사결과도 지켜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정지 기간이 현재 예고된 15거래일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도 "일단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요구하는 다른 투자자들의 요구도 외면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유관기관과 면밀히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는 지난해 9월30일 기준으로 1만9856명, 전체 주주의 99.9%다.

'회삿돈 1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오스템 직원 이모씨(45)를 발견해 이날 오후 9시10분쯤 체포했다. 2022.1.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감사의견 비적정 가능성도 높아 거래정지 기간 길어질수도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들은 거래소가 거래를 재개해주기만을 오매불망 바라고 있다. 만약 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경우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일정기간(7일)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지는데, 이 기간 매매가는 가격제한폭이 따로 없어 하한가 이하로 추락하게 된다. 통상 주식가격의 10분의1 수준으로 매도되는 경우가 많다.

오스템임플란트 종목토론방에서는 각자 투자금액을 인증하며 위로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 인증글도 있다. 한 소액주주는 "주식을 정리하려고 해도 거래가 정지돼 있으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재개되어도 하한가 맞겠지만 결론이 금방 날 것 같지도 않은데 하루하루 피마르는 시간만 지나간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장기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던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담보삼아 대출을 받았는데, 증권사에서 현재 거래정지 상태라 만기 연장을 해 줄수 없으니 대출을 상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매일 숨이 턱턱 막힌다"고 토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회사가 횡령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일이 이지경이 되도록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운영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 관리종목 지정 내지는 상장폐지까지 시킴으로서 시장 신뢰를 회복시켜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요건을 살펴보면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 '한정' 등의 의견을 받거나 자본잠식이 50% 이상 될 경우가 해당된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오는 3월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의견으로 '비적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상장폐지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횡령액도 자기자본의 92%에 달하기 때문에 횡령액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다면 자본잠식 요건에 해당될 수도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 시총 20위권 기업으로 견조한 실적과 성장성을 자랑하는 기업이었는데 이런 횡령문제를 전혀 몰랐다면 그것도 큰 문제이기 때문에 상장사 전반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4분기부터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증시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시장의 경우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하면 천문학적인 벌금과 상장폐지가 아닌 기업의 파산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2002년 발생한 엔론사태인데, 엔론은 분식회계 사건이긴 하지만 회사가 파산했고 당시 엔론의 감사인인 미국 5대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이 해체되는 초강력 철퇴를 가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국내시장의 경우 지난 2015년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과 4조원대 분식을 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거래가 정상재개됐는데, 횡령 '피해'를 주장하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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