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 본 기업의 미래는..이젠 기술 아닌 '지속가능'
다수 국내외 기업, 탄소감축 등 친환경 기술 제시
(라스베이거스=뉴스1) 문창석 기자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국제 가전 전시회 'CES 2022'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회는 첨단 기술의 향연인 동시에 앞으로 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진지한 자리였다.
행사의 출발을 알린 지난 4일 기조연설에서 연사로 나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을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규정했다. 기술 혁신과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통해 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회장은 "전자업계와 고객사, 소비자 모두가 작은 변화를 만드는데 동참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세대가 원하는 변화를 이루고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지속 가능한 일상'이라는 기조 아래 제품 개발부터 유통·사용·폐기까지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노력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실제로 이번 CES에서 최첨단 가전제품들이 즐비한 삼성전자 부스의 입구 한켠에는 TV 포장 박스를 생활 소품으로 업사이클링한 '에코 패키지'가 큰 자리를 차지했다. 그동안 소비자의 이목은 가전제품 자체에만 집중됐지만, 이젠 가전을 어떻게 포장·배송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은 전년 대비 30배 이상 많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조하고,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가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건전지 없이 실내조명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솔라셀 리모컨'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고, 2025년까지 디스플레이 제품과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전력을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모두 '친환경'을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TV에선 '모두를 위한 기술'(Technology for everyone)이라는 목표를 위해 장애인 접근성을 향상하는 새로운 기능들이 소개됐다. TV 방송에서 수화는 일부 프로그램만 제공됐지만, 이를 아바타가 하게 해 모든 방송에서 수화를 볼 수 있게 했다. 또 청각장애인이 이용하는 자막은 기존에는 화면 하단에 고정됐지만 주요 화면을 가리지 않은 위치에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도 공개됐으며, 소리 크기 같은 정보를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보이스 가이드도 나왔다.
SK그룹은 '탄소감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현재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 충북 충주 인등산 숲을 모티프로 한 녹색 부스를 꾸려 '넷제로' 플랜과 친환경 기술을 소개했다. '생명의 나무'라 불린 전시장에선 탄소 저감 메시지를 담은 거대 디스플레이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관람객들에게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며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중공업은 자율운항 선박인 '아비커스'를 경험해볼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을 만들었다. 또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로 그린 수소를 만드는 설비와 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들은 결국 바다를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탄소 감축으로 주목받는 '대체육' 관련 기술들도 소개됐다. SK그룹은 부스 투어를 마친 관람객들에게 전시장 밖의 SK 푸드트럭에서 대체육으로 만든 핫도그와 대체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받을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했다. 국내 스타트업인 양유는 단백질 우유로 만든 비건 치즈를 소개했으며, 미국의 마이코테크놀러지(MycoTechnology)는 버섯균을 활용해 만든 소고기 대용 대체육을 선보였다.
다른 주요 국내 기업들도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LG전자는 부스를 구성하는 데 사용한 합판을 접착제 대신 나무찌꺼기를 압착해 만든 제품으로 사용했다. 두산밥캣은 유압 관련 시스템이 모두 제거돼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트랙로더·전기굴착기·무인지게차 등 친환경 장비 3종을 전시했다.
해외 기업 중에서도 친환경을 강조한 곳이 많았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독일의 보쉬는 환경 보호를 위한 화재감지 센서를 공개했다. 미국의 농기구 회사인 존디어는 잡초만 골라 선택적으로 제초제를 뿌려 제초제 사용량을 77%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으며, 레인스틱은 샤워로 버려지는 물을 재순환해 80%의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솔루션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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