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윤성수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韓 첨단의료 뒤처져.. 혈액암 환자 중국 간다"

김명지 기자 2022. 1.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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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3세대 항암제 CAR-T 센터 오픈
韓, 황우석 트라우마로 세포치료 밀려
악성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 곧 약평위
"시한부 6개월 환자, 기다릴 수 없어"
"CAR-T 신약 국내 바이오업계도 가능"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가 지난해 12월 2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한국이 아직도 안 해요? 왜 안 해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기 전인 지난 2019년 해외 학회를 나가면 유럽⋅중국⋅일본 의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T세포)’ 치료제에 대한 얘기다.

대표적인 CAR-T 치료제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가 꼽힌다. 세계 최초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한번만 맞으면 악성 백혈병이 낫는 ‘기적의 원샷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악성 소아 백혈병에 걸려 살아날 가망이 없던 7살 미국의 ‘에밀리 화이트헤드’라는 소녀의 임상 시험으로도 킴리아는 유명하다. 2012년 이 치료를 받은 에밀리는 작년 7월 ‘9년째 암이 재발하지 않았어요’라는 팻말을 들고 웃었다. 에밀리는 내년에 대학에 진학한다.

킴리아는 지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한국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일본 의사들은 킴리아가 국내 승인을 받기 전까지 윤 교수에게 “도대체 뭐 때문에 그래?”라고 물었고, 적당히 둘러대면 “의사가 하겠다는데 정부는 왜 안 한다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에밀리화이트헤드가 지난해 7월 30일 '9년째 암이 재발하지 않았어요' 팻말을 들고 웃고 있다. /에밀리화이트재단

‘카(CAR)티(T)’는 도대체 어떻게 기적을 만들고, 왜 한국 도입은 늦었던 걸까.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폭탄을 직접 내 몸에 집어넣는 방식이었다면, CAR-T는 환자 몸의 주력군인 면역 세포(T세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꺼내서, 암세포를 상대해서 더 잘 싸울 수 있게 유전자를 조작한 후 환자 몸에 다시 집어넣는다. 이렇게 강해진 T세포가 몸 속에 있는 암세포를 찾아내 없애는 원리다.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T세포가 암세포를 잘 찾아낼 수 있도록 유전자를 끼워 넣은 방식이라고 한다. 암세포들은 T세포 공격을 피하려고 정상 세포인 척 가장하는데, 그걸 꿰뚫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은 20년 전만 해도 줄기세포 연구와 개발 강국으로 꼽혔으나,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세포 치료 연구 자체가 터부시됐다. 세포 치료 임상연구나 논문 제출 건수는 미국 다음으로 2위이던 것이 최근에는 일본·중국·인도 다음인 5위권으로 주저앉았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르면서 첨단 바이오 규제 완화의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2019년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2020년 8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시행됐지만, 이번엔 코로나19가 제동을 걸었다.

CAR-T 치료제 가격이 비싼 것도 한몫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 정보로 ‘맞춤 제작’을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국가 주도 의료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고가의 약은 진입이 어렵다.

노바티스 제공

예를 들어 국가마다 다르지만 킴리아는 미국에서 한 번 시술에 약 5억원(46만달러)이 든다. 킴리아는 환자 혈액을 비행기에 실어 미국 노바티스 본사로 보내서 치료제로 만들어 다시 본국으로 보내기 때문에 환자 혈액을 추출해 치료제를 받기까지 3~4주가 걸린다. 여기에 치료제를 환자 몸에 이식하는 전문 의료진과 기관이 있어야 한다. 노바티스는 킴리아를 이식하는 의료기관도 매우 까다롭게 관리한다.

서울대병원 CAR-T 센터를 총괄하는 윤성수 서울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한국은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임상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고, 임상의 수준은 세계 톱인데, 난치성 질환 치료제인 CAR-T는 일본은 물론 중국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도 걸음마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CAR-T 센터는 작년 12월 23일 문을 열었다. 윤 교수는 “중국은 대학병원마다 CAR-T 센터를 두고 있는데, (한국은) 서울대병원 센터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3곳이다”라며 “CAR-T 치료를 받으려고 중국에 가는 혈액암 환자가 많다”고 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도 이번에 개원하는 서울대병원 센터에 대해 “한국 의료법에 윤리 심의가 굉장히 까다로운데, 서울대병원이 이런 정부 규정을 모두 통과해 허가받은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4일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윤 교수를 만났다. 대한혈액학회 학회장을 지낸 윤 교수는 첨단 의료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一서울대병원 CAR-T 센터가 개원했다고 들었다. 축하드린다.

“2021년 상반기에는 센터를 열 계획이었는데, 좀 많이 늦춰졌다. 킴리아가 2021년 3월 허가받을 것으로 예상해서 2020년 11월부터 인체세포 등 관리업(조혈모세포실)과 처리업(GMP) 허가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2021년 봄에 센터 개원에 필요한 GMP 시설 인체 세포 처리업 허가를 획득했는데, 그해 여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임상 연구를 진행하려고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새로 공사를 시작했다. GMP 시설을 사용할 때는 임상 스케줄이 겹칠 수 있어서 임상과에서 자체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획보다 좀 (개원이) 늦춰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

一결과적으로 잘 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2021년 12월 식약처의 (GMP시설허가와 별도로) 관리업 허가를 승인받았다. 서울대병원처럼 (골수)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이면 CAR-T 치료제를 시술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셈이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혈액내과에 있는 전임의, 전공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원내 교육을 진행했고 2021년 가을에 CAR-T 임상시험을 시작해 노하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一서울대병원 CAR-T 센터 개원을 앞두고 국내 혈액암 환자들의 기대가 크다고 들었다. 반응은 어떤가.

“문 열기 전부터 문의가 들어왔다. 킴리아의 치료 대상군(혈액암)이 아닌 고형암(간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 암세포가 덩어리로 자라난 암) 환자들도 치료를 문의할 정도다. 이 밖에 림프종은 CAR-T 치료를 하는 데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에 65세 이상 고령층도 시술이 가능해서 이런 환자들의 문의도 많다.”

一CAR-T 센터가 세워지면서 한국의 첨단 의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봐도 되나.

“그건 맞긴 한데... 사실 CAR-T는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많이 늦었다. 특히 중국에 비해 늦었다. 최근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 첨단의료기술을 촉진하기 위한) 첨단바이오재생법이 생겼지만, 여전히 규제가 강하다.“

一중국의 경우 생명 윤리 규제가 강하지 않아 세포 치료 분야에서 특히 앞선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중국이 전 세계 CAR-T의 ¼ 이상을 한다. 건수로 그렇다. 중국은 병원마다 (CAR-T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가 하나씩 들어와 있다고 한다. 건수가 워낙 많으니, 새로운 신약도 많이 시도한다. 한 환자에게 CAR-T를 2번 이식한 경우도 있다.“

一T세포를 여러 번 이식하는 것도 가능하단 건가.

“한 환자에게 혈액암에 특화된 T세포를 이식하고, 또 다른 암으로 바꾼 타깃으로 T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식일 것이다. 얀센의 다발성골수종 CAR-T 치료제 개발도 중국에서 하는 것으로 안다. 중국의 수술 성적이 좋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진도 여러 장 찍어서 그중에 좋은 사진 하나 건지는 것처럼, 그만큼 많이 수술을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一첨단 치료에는 고도의 생명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중국이 치고 나간 것을 보니 의외다.

“첨단 치료는 어느 나라든 시도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 킴리아는 아주 첨단 치료가 아니다. 킴리아가 2017년 미국 FDA를 통과하고 나서 많이 알려졌지만, (임상 시험 등을 고려하면) 10년 이상 된 기술이다. 개념도 오래됐다. (T세포를 변형하는 CAR-T) 치료제 개념은 20년 전에 이스라엘에서 나왔다. 그러니 유전체 기술 이런 것은 중국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이런 첨단 치료는 한국이 충분히 치고 나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한숨)”

一국내 바이오벤처도 CAR-T 치료제 임상도 해 주는 것으로 안다. 최근 현황이 궁금하다.

“국내에서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중에서는 큐로셀이 가장 앞선 것 같다. 다 열거하기가 그런데, 다른 회사도 많이 있다. 기존 CAR-T 치료제의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효과는 개선하는 방식의 다양한 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치료제는 (강화된 T세포가) 항원 두 가지를 공격했다면, 세 가지를 공격하게 하는 식이다.”

一한국 바이오벤처가 개발하는 CAR-T 치료제에 승산이 있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신약 개발에 아예 뒤처졌다는 인식이 있다.

CAR-T 치료제는 일반적인 ‘먹는 약’과는 개념이 다르다. 소수의 난치성 환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필요하지 않다. 난치성 질환이나 말기 암 환자는 기존의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기대 여명(생존 기간)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이런 환자에게 새로운 CAR-T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 바이오벤처에)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 (머지않아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CAR-치료제도)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一첨단의료 분야를 제외하고, 한국의 혈액암 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골수 이식 등 일반 치료 행태, 연구를 위한 치료, 완치를 위한 치료는 미국과 비교해서 전혀 차이가 없다. 물론 기초 연구는 미국을 따라가지 못한다. 약제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이 세상에 미국처럼 신약을 내놓는 나라는 진짜 미국 하나밖에 없다. 현재 신약 연구는 미국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약을 개발하면 전 세계가 혜택을 보는 그런 구조다.”

一건강보험공단이 1월 중순 킴리아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을 결정하는 약평위(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개최한다. 킴리아와 같은 고가의 면역항암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큰 편이다.

“현재 킴리아의 비용은 약 4억원 대다.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서는 3억6000만원 정도로 승인을 받았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본 것 같다. 가격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평생 1회 치료로 일부 환자는 완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킴리아의 건보 적정성을 얘기할 때 ‘PNH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를 예로 많이 든다. 이 질환에 쓰이는 치료제 약값은 1년에 약 4억8000만원이다. 이 약은 현재 급여가 된다. 10년이면 48억원이 든다. 킴리아가 원샷 치료제인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훨씬 적은 것 아닌가.”

(노바티스는 한국의 킴리아 대상 투여 환자는 연간 2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一그래서 킴리아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나.

“킴리아는 기존에 없던 혁신 치료제라는 상징성이 있지 않나. 2회 이상 재발했거나 3차 치료 혹은 그 이후에 치료가 안 되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다. 기존의 다른 치료제로는 6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25세 이하 급성 B세포 림프모구 백혈병 환자는 킴리아를 한 번만 투여하는 것으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많이 급여를 많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환자를 앞에 두고 마냥 급여를 늦추기도 어렵다.”

一난치성 환자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의료 보험 체계상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국가 재정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신약 개발 측면에서도 약평위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킴리아가 승인되면, 국내에서 CAR-T 치료제에 도전하는 많은 바이오벤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나아가 K-바이오 산업 발전의 효과도 있지 않겠나.”

一CAR-T 센터를 도입하려는 국내 병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CAR-T 센터가 있느냐 없느냐가 국내 대형 병원 의료 수준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른바 최후의 치료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이다. 지금은 혈액암 환자들이 병원을 볼 때, ‘골수이식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한다. 골수이식을 할 수 없는 병원은 ‘항암치료는 할 수 있지만, 골수이식을 하려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식이다.”

윤 교수를 인터뷰한 것은 지난해 12월 24일이다. 열흘쯤 후인 지난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가발과 모발 이식 수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퍼주기’ 논란이 일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탈모약) 관련 건보 부담은 (연간) 700억 원이 채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탈모) 먹는 약 시장이 1100억 원 규모인데, 건보 책임(65%)이 700여억 원 정도라는 것이다. 가발, 모발 이식 수술은 고려하지 않고 추산한 비용이다.

노바티스는 한국의 킴리아 투여 환자군을 연간 약 200명으로 예측한다. 일본 정부는 노바티스와 협상에서 킴리아 비용을 3억 6000만원까지 낮췄다. 이를 역산하면 한국에서 악성 백혈병 치료에 한 해 드는 비용은 700여억원 정도라는 뜻이다. 이 후보는 탈모약에 건보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를 ‘신체의 완전성’ 측면이라고 했다. 국내 수많은 암환자들은 ‘생존’을 위해 한 달 몇 천만에 이르는 비급여 항암치료제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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