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혁신적' 극찬한 맞춤형 안경에 들어간 한국의 손 기술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3D 기술을 이용해 맞춤 안경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브리즘이 세계 가전전시회(CES)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브리즘은 2017년 5월, 3D 프린터 전문가와 IT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가 함께 설립한 3D 안경 제작 기업이다. 안경 제조·유통 브랜드가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브리즘 뿐 아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CES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CES에서 들려 온 한국 기업들의 소식을 정리했다.
◇세계 최고 가전 전시회
CES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IT·가전·테크 전시회로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독일 베를린 ‘IFA’,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불리는데, 참가 기업과 방문자 숫자 면에서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이 기술 역량을 겨루는 장이고, 유망한 신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CES에 부스를 내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를 둔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는 그해 시장에 처음 출시된 제품 중에서 기술성, 디자인,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에 CES 혁신상을 수여한다. 현지시간으로 4일에 열려 8일 막을 내린 CES2022에선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한국 기업들이 받은 혁신상 수만 100여 개에 달했다. 이중 스타트업 활약이 두드러졌다. 3D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 맞춤 안경을 만드는 브리즘뿐 아니라, 맞춤형 영양제 구독 서비스를 하는 알고케어, 스마트 모니터 거치대 도트힐 자율주행 레이더 센서를 개발한 비트센싱, 증강현실 안경 기술을 보유한 레티널 등 29개사가 혁신상을 탔다.
◇올해 29곳 수상으로 최고 기록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CES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에는 5곳이, 2021년에는 20곳이 받았고 올해는 더 늘어 29곳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냈다.
CES 참가 비용은 만만치 않다. 최소 1000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들기 때문에 한국관에 참여하는 기업은 코트라나 한국창업진흥원 등 국가기관에서 지원을 받는다. 이번에 혁신상을 받은 브리즘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박찬영씨는 “최소 약 600만원 상당의 경비를 코트라 등에서 지원받아 부스 설치나 홍보비에 쓴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박 매니저는 “지원을 받더라도 부스 대관, 항공, 숙박비 등 최소 1000만~2000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든다”고 했다.
CES 혁신상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 지원·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통 8월까지 분야 별로 지원서와 제품 사진 및 소개 영상을 담아 제출한다. 이후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박 매니저는 “나름대로 까다로운 선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하지만 국내에서 해마다 200곳 넘는 기업이 참가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S에 참여하는 이유는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이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상까지 거둔 스타트업은 투자자 유치는 물론 각종 기업·기관에서 협업 제안을 받는다. 실내 싸이클링 기구 얼티레이서를 개발해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 리얼디자인테크 이중식 대표는 “수상 이후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일본 무역기구 제트라에서 협업 러브콜을 받았다”며 “최신 기술 각축장답게 여기서 주목을 받았다는 건 유망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실제 CES에는 ‘유레카파크’라는 스타트업을 위한 별도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한국을 포함한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 등 국가별로 스타트업 부스가 마련돼 있어 대항전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맞춤형 안경 스타트업
한국 스타트업이 CES에서 갈수록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다. 국내외 유수의 글로벌 기업도 선보이지 못한 기술과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인 스타트업이 많다.
맞춤형 영양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고케어는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영양제 공급 장치(디바이스)와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한 영양관리 솔루션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CES 혁신상을 받는 게 목적이었다”며 “미국에도 없는 서비스라 우리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싶었는데 혁신상 수상을 통해 실현된 것 같다”고 했다.
개별 안경 제조·유통 브랜드 최초로 CES 혁신상을 받은 브리즘의 수상 비결 역시 기술력이다. 3D 얼굴 스캐닝 장비로 소비자의 얼굴 모양, 머리 둘레 등을 측정해서 최적화된 안경 사이즈와 디자인을 추천한 후, 3D 프린터로 안경테를 만든다.
사람의 얼굴을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페이스룰러’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했다. 안경 다리를 걸치는 양쪽 귀 끝 부분이 수평한지, 안경 코받침이나 귀의 높낮이 그리고 안경부터 귀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분석한다. 이후 치수에 따라 3D프린터로 맞춤형 안경을 뽑아 낸다. 2021년 매출은 30억원, 2022년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형진 브리즘 대표는 “기존 맞춤형 안경은 중국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만들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3D 프린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 얼굴에 맞는 맞춤형 안경 제작 기간을 10일 이내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브리즘은 CES 수상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 박 대표는 “인종이 다양한 미국에서 맞춤형 안경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안경도 맞춤정장처럼 나에게 꼭 맞는 편안한 안경을 쓰는 시대가 올 것”이라 자신했다. CES 2022는 현지시간으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려 8일까지 4일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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