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결산] 주인공 자리 뺏긴 가전..전자업계도 모빌리티-가상현실이 대세

김영신 2022. 1. 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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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소니·파나소닉, 실물제품 전시 안해..삼성전자 OLED TV 미공개
주력 가전·TV 대신 전기차·AR 체험 등 앞세워..中업체, 대거 불참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인 290여곳 참여해 각종 신기술 뽐내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CES 2022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이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는 신기술의 향연 무대였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전시회를 둘러본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라는 이름부터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업종 간 경계와 관행을 허무는 '파괴적 혁신' 흐름이 이전보다 더욱 거세지면서 주력 가전제품 대신 모빌리티, 가상현실, 로봇, 대체가능한토큰(NFT) 등 혁신 분야로 영역 확장을 하려는 전자업계의 변신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매년 제품 성능 개선 정도에 그쳐 '정체국면에 갇혔다'는 지적을 받아 온 가전·TV 분야는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주요 업체는 전시회 현장에 실물 제품을 전시하지 않은 채 가상 체험으로 대체하거나 부스를 전기차 등 미래 사업 아이템으로 채웠다.

'이것이 소니 전기차'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 소니 부스에 전시된 전기 SUV 콘셉트카 '비전-S 02'.

8일(현지시간)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CES에서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다고 깜짝 발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전자업체들이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가 뚜렷하지만, 전기차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소니가 최초다. 소니 부스는 전기차가 장식했고, TV 제품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LG전자와 파나소닉 등 다른 업체들은 현장 참가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직전에 취소해 제품의 실물을 만나볼 수 없었다. LG전자와 소니, 파나소닉은 OLED TV 신제품을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CES 2022 삼성전자 전시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물 관람에 대한 갈증은 삼성전자가 풀어줬다. 삼성전자는 참가 기업 중 가장 넓은 약 3천600㎡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으며, 사흘간 방문 관람객은 3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네오(Neo) QLED TV 신제품을 선보였다. 다만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QD-OLED TV는 이번 전시회에서 일반에 선보이지 않았다.

TV·모니터와 관련해선 새로운 폼팩터(형태) 제품으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나 화면을 띄우는 휴대용 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The Freestyle)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고, 다양한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팀삼성' 개념도 소개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QD-디스플레이'(Display)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QD-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에 무기물인 QD(퀀텀닷·양자점) 물질을 입힌 디스플레이다. QD는 전기·광학적 성질을 띤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빛에너지를 받으면 스스로 색을 낸다.

CES 2022 중국 하이센스 부스에 전시된 미니 LED TV [촬영=김영신 기자]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 측 참가 업체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TCL과 하이센스는 대형 부스를 마련해 미니 LED TV, QLED 등 프리미엄 TV를 대거 공개했다. 다수 전자업체가 실물 전시를 하지 않은 탓에 TCL과 하이센스 부스에는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가는 후발 주자 또는 카피캣(표절) 이미지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센스의 가로·세로 회전 '로데이팅 TV', TCL의 폴더블폰 '시카고'는 삼성전자의 제품과 거의 유사했다.

CES 2022 중국 TCL 부스에 전시된 폴더블 스마트폰 [촬영=김영신 기자]

업계 관계자는 "CES에서 공개되는 TV·가전 신제품이나 AI·IoT 기반 스마트홈의 기술력과 품질이 매년 크게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업계에서 기존의 문법을 완전히 깨는 대변화가 쏟아져 나온 것과 비교하면 전자업계는 큰 반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의 새로운 주인공 타이틀은 이미 모빌리티, 가상현실, 로봇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작품 플랫폼, 가상현실(AR) 기반 미래 운전 정보 시스템, 사람을 따라다니며 상호작용하는 로봇 등을 공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업종을 불문하고 외부와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 [LG전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LG전자는 전면 가상 체험 부스, 가상인간 '김래아' 등을 통해 제품을 뛰어넘는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LG전자 AI 기반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을 공개하는 등 전장 분야도 강조했다.

소니는 전기차 시장 진출 발표 외에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스포츠 공간을 선보였다.

파나소닉 역시 VR 기반의 안경형 헤드셋 등 가상현실 기술과 함께 친환경 지속가능성 비전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CES에는 한국 스타트업도 사상 최대 규모인 290여개사가 참가해 각종 신기술을 뽐냈다.

각국에서 온 스타트업 800여개사 중 36% 이상이 한국 기업이었다.

3차원(3D) 자동 인식 기반 맞춤형 안경 브랜드 '브리즘'을 비롯한 한국 스타트업들은 주로 초기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파크'에 자리를 잡았으며 국내외 기업 관계자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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