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엄' vs '여성 권리'.. 낙태권, 美 중간선거 쟁점 부상 [세계는 지금]
텍사스주, 2021년 9월 낙태금지법 시행
임신 15주 이후 낙태금지 미시시피주법
연방대법원, 위헌 심리 들어가 논쟁 격화
보수파 "임신 24주내 중절 합법화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자체가 잘못"
대법관 구성 보수 6 vs 진보 3으로 재편
반세기전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힐 수도
텍사스 여성들 이웃주로 '원정낙태' 러시
민주당, 낙태이슈 진보 결집 매개로 활용
반대파, 찬성파보다 소극적.. 성공 미지수
◆연방 대법관 구성 보수화로 판결 주목
7일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낙태법 보장 여부를 놓고 지난달 1일(현지시간)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가리기 위한 절차다. ‘생명의 존엄성’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양측 공방은 뜨거웠다. 최종 판결은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미국 내에서는 대법원 성향이 바뀐 점을 들어 반세기 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있다. 대법원이 이전보다 상당히 보수화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공화당 소속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는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시시피주의 낙태 클리닉 단체가 위헌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다.
미시시피주 정부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문제삼아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 항소법원이 지난해 6월 낙태 클리닉 측 손을 들어줄 때만 하더라도 대법관 구성은 보수 대 진보가 5대4였다. 당시 보수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관은 낙태 사안에서는 진보쪽 주장을 지지해 줬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진보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한 뒤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닛 배럿 대법관이 새로 합류했다. 보수 6, 진보 3으로 대법관 구성이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 대법관은 “인생은 잉태에서 시작한다”면서 낙태 시술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보수 대법관 6명이 낙태금지법에 뜻을 모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들이 결국에는 뭉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낙태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태아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부터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지난해 5월 주 의회를 통과했다. 텍사스주 시민단체가 법 효력 중단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텍사스주의 법은 로 대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낙태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법은 낙태 단속을 주정부가 아닌 민간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 시술을 하는 병원이나 중간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개인이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는데, 소송을 건 제3자가 승소 시 주정부가 1만달러(약 1200만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수백만 여성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며 “터무니없고, 비(非) 미국적”이라고 맹비난했다.
CNN은 “내년 중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커져 텍사스를 넘어 미 전역에서 여성 권리가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며 “일부 여성은 패닉에 빠졌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낙태권’ 활용 의도도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한다면 적어도 미국의 50개주 중 11개주에서는 즉각 낙태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미시시피·아칸소·아이다호·켄터키·루이지애나·미주리·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테네시·유타주는 주법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시 낙태 금지를 시행하는 규정을 만들어 놨다.
패티 머레이 민주당 전 상원 선거운동위원회 위원장도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번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십년간 극단적인 성향의 공화당원들이 낙태권을 모든 각도에서 공격한 결과”라고 공화당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크리스티나 아메스토이 민주당 주지사협회 대변인은 지난해 버지니아주지사에 당선된 공화당의 글렌 영킨을 언급하며 “영킨처럼 공화당 후보들이 이 문제를 회피하게 두진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낙태 이슈를 진보진영 결집의 매개로 활용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추락하면서 위기감이 크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2024년 대선 가상 대결 결과 1~2%포인트 차이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 이슈를 계기로 부동층을 다시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 계산이다. 지난달 6~7일 실시된 더힐·해리스X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유권자의 30%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자 중 번복을 주장하는 비율은 41%로, 평균보다 높았으나 부동층에서는 이보다 낮은 25%로 집계됐다.
여론 조사대로라면 낙태 문제를 띄워 표를 모으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다만, 낙태 반대론자들이 옹호론자보다 더 소극적이라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크리스 하트라인 공화당 상원 선거위원회 대변인은 “민주당은 항상 낙태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 했지만 실제 효과를 보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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