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에 뿌려진 '미용실 상간녀 원장' 전단의 진실

김소정 기자 2022. 1. 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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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6~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A중학교 정문 앞에는 충격적인 내용의 전단이 붙었다. 영등포구의 한 미용실 원장의 이름, 사진, 소셜미디어 주소, 전화번호와 함께 전단 하단에는 ‘더러운 상간녀. 메이크업 천재 웃기네. 유부남과 전문적으로 꼬시는 천재겠지. 불륜을 했으면 이런 개망신은 당해야지’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골목에 붙은 원남숙 원장 관련 허위 전단/원남숙 원장 제공

피해자인 원남숙 원장은 지난해 11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전단을 올린 뒤 “미용실과 미용실 주변 근처에 이런 내용의 전단이 뿌려져 있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A중학교는 원 원장의 자녀가 다니는 곳이었다.

원 원장은 지난해 10월 1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증거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CCTV를 통해 전단을 붙인 여성의 모습도 포착했다. 이 여성은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영상 속 여성도 원 원장이 알고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원남숙 원장이 상간녀라는 허위 전단을 붙인 여성의 모습/원남숙 원장 제공

첫 번째 전단이 붙고 한 달 뒤인 11월 밤. 원 원장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왔다. 이번에도 동네 곳곳에 상간녀 전단이 붙었다는 제보였다. 원 원장은 가족들과 밤새 동네에 붙은 전단을 뗐다고 한다.

원 원장은 8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원 원장은 “내가 정말 상간녀도 아닌데 이런 전단이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상간녀면 소송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이 전단지로 피해가 막심하다. 이미 동네에는 상간녀로 소문났고, 손님도 점점 줄고 있다. 오늘은 손님이 1명뿐이었다”고 했다.

원 원장은 동종업계 종사자가 가장 의심된다고 했다. 전단이 붙은 후, 원 원장에게 미용실을 내놨냐는 등의 부동산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원 원장은 “우리 미용실이 평수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고, 영등포구 대형 쇼핑몰을 가려면 우리 미용실 골목을 꼭 지나쳐야 한다. 우리 미용실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오고 싶어서 벌인 일 같기도 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원 원장은 “3개월 동안 끔찍하게 힘들었다. 공황장애 약을 먹으며 버텼다”며 “무엇보다 전단지로 인해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꼭 범인을 잡고 싶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원남숙 원장이 상간녀라는 허위 전단을 붙인 여성의 모습/MBC '실화탐사대'

원 원장은 가족들과 상의 끝에 방송사에 사건을 제보했다. 8일 MBC ‘실화탐사대’는 원 원장의 전단 사건을 보도했고, 전단을 붙인 여성의 모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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