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북한, 연초부터 미사일 발사..탈북민 '철책 월북'

보도국 2022. 1. 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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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연합뉴스TV 지성림 북한전문기자>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등을 되짚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오늘도 외교·안보 이슈와 북한 문제 등을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2022년 새해 첫 주에 발생한 사안들을 전해드리게 되는데요.

지 기자, 새해 첫 주부터 일이 많았죠?

[기자]

네, 정말 몸살이 올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앵커]

자, 그럼 우선 오늘 어떤 얘기들을 전해주실지 핵심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다들 아시는 것처럼 새해 첫날 한 탈북민이 군사분계선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른바 '철책 월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다음날인 1월 2일에 공개됐는데요.

즉시 군의 경계 실패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엄중한 질책까지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군에 경각심을 당부하기도 했고요.

철책 월북 사건에 앞서 먼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얘기부터 구체적으로 전해드릴까 합니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발사한 건 극초음속미사일인데요.

북한이 직접 공개한 미사일 제원과 우리 군 당국의 평가, 그리고 정부의 반응과 국제사회의 대응에 관해서도 얘기해보겠습니다.

[앵커]

네, 그럼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당일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미사일인지 알려지지 않았죠.

그날 상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수요일,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했는데요.

북한이 오전 8시 10분경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신속하게 언론에 알리고 있는데요.

당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도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발사 당일에는 극초음속미사일이라는 걸 알지 못했고, 군 당국도 미사일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철도협력 사업의 하나인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 건설 착공식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착공식 참석은 이미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북한이 이 행사 계획을 알아내서 일부러 날짜를 맞춰 미사일을 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건 오전 8시쯤이었고, 착공식은 오전 11시에 열렸으니 대통령이 불참하거나 착공식을 좀 미룰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예정대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는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인내하고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됩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남북이 함께 노력하고,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일 때 어느 날 문득 평화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라며 북한도 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네, 북한과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인데요.

그래서 그런가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국제사회는 도발로 여기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도발'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요?

[기자]

정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신속하게 대응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직후 화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역시 지난해 10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도발'이라는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 장관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기 어렵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방향이 우리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건 반드시 도발로 성격을 정할 것이다."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방향이 남쪽이 아니니 도발이 아니다"라는 얘긴데요.

북한은 지금까지 수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쪽을 향해 쏜 적이 없습니다.

남쪽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 그건 도발이 아니라 전쟁인 거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평가하고, 이를 매번 규탄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그래서 이번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는 오는 10일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외교부 당국자들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 장관은 차마 도발이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군사적 위협'은 맞는데 '도발'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버지는 맞는데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의 심정 아닐까요.

국방부 장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당일에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으니 국방부 장관은 그런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겠죠.

또 문재인 정부가 거의 다 꺼져버린 남북관계 불씨를 살려보려고 임기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입장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도발'이란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며 노력한다고 해도, 북한이 그에 감동해 대화 재개에 나서는 일은 없을 거란 사실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앵커]

그럼, 북한의 신형 미사일 제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죠.

작년에 발사했던 극초음속미사일보다 더 성능이 향상됐다고 하던데요?

[기자]

미사일 발사 다음 날 북한 매체가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확인하며 구체적인 특징들을 소개했는데요.

먼저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미사일은 발사 후 분리돼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탄두부)의 비행 구간에서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 방위각에로 120㎞를 측면 기동해서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습니다. 시험발사를 통해서 다계단 활공·도약 비행과 강한 측면 기동을 결합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조종성과 안정성이 뚜렷이 과시됐습니다."

일단 사거리는 700㎞라고 했고요. 가장 중요한 특징은 '활공·도약 비행'과 '측면 기동'입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동체, 즉 추진체에 실려 발사된 탄두가 최대 정점 고도에서 추진체와 분리돼 목표물까지 활공 비행으로 이동하는 방식인데요.

탄두의 속도가 최소한 음속의 5~6배, 즉 마하 5나 마하 6 이상이 돼야 극초음속으로 평가합니다.

북한이 말하는 '활공·도약 비행'은 상하 기동을 의미합니다.

이런 비행 방식은 요격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데, 그것도 다계단, 즉 여러 번 상하 기동을 한다는 겁니다.

또 '측면 기동'은 일정한 고도에서 좌우로 변칙 기동을 한다는 얘기인데요.

이것도 지상에서 발사되는 요격미사일을 피하는 고난도 기술입니다.

이 측면 기동이 지그재그식의 회피 기동인지, 아니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타원형 곡선을 그리는 일종의 선회 기동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북한이 초기 발사 방위각과 목표 방위각 등을 언급한 걸로 봐서는 선회 기동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번에 쏜 극초음속미사일은, 북한의 발표 내용 그대로 해석한다면 추진체에서 분리된 활공형 탄두가 마하 5~6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비행하면서 여러 차례나 상하좌우 변칙 기동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실상 요격은 불가능합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탄도미사일이나 지난해 10월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목표물 타격 직전 종말 단계에서 활공·도약, 즉 상하 변칙 기동을 하면서 요격을 회피하는데요. 이번에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그것보다 요격 회피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얘기입니다.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활공형 탄두에 소형화, 경량화된 핵무기를 장착했다고 하면, 이건 전쟁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겁니다.

이처럼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에 미국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담'을 열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북한과 중국이 개발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요격 체계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고 평가한다면서요?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을 것 아닙니까?

[기자]

군 당국은 어제 오후 국방부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당초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했는데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 성능이 과장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세부 제원에 대해 침묵하던 군 당국이 이번엔 백브리핑을 자처하며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을 조목조목 평가절하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군 당국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러는 의도가 뭔지는 제가 예단하지는 않겠습니다.

우선, 군 당국의 설명은 이번 미사일이 북한이 주장하는 700㎞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고도는 50㎞ 미만이고, 속도도 최고 속도가 마하 6일뿐 평균 속도는 극초음속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현무-2C' 미사일도 최대 속도가 마하 9 정도 되지만 '극초음속'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말하는 '극초음속'은 "그들만의 표현"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특히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 미사일 탄두 모양이 글라이더 형태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 쏜 미사일 탄두는 원뿔 형태에 가깝다며 활공에 적합한 형태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추형 탄부두에 보조날개가 붙어있는 전형적인 '기동식 재진입체'(MARV)라고 주장했습니다.

기동식 재진입체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에도 탑재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엔 쏜 건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당연히 미사일 전문가들의 분석일 테지만, 탄두 모양만 보고 아직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기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단정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군 당국의 주장대로 이번에 쏜 것이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라면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간부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거짓 보고를 했다는 얘긴데요.

식량 생산량을 과장하고 거짓으로 보고하는 것에도 대노하는 김 위원장이 국방 분야의 거짓 보고를 가만 놔둘까요.

북한은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마다 컴퓨터를 통해 미사일의 비행경로와 사거리 등을 살펴보는데, 활공형 탄두인지, 일반적인 기동식 재진입체인지는 탄두의 궤적을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습니다.

상하좌우 회피 기동을 실제로 하는지, 탄두 속도가 극초음속에 도달하는지도 컴퓨터를 통해 다 자료가 저장될 겁니다.

조금 과장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을 요격 회피 성능이 뛰어난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김정은에게 거짓 보고를 할 수 있을지, 그건 각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죠.

[앵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네요. 시간상 '철책 월북' 사건에 대해서는 많이 얘기 못 할 것 같은데, 일단 사건 개요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실, 그렇게 복잡한 사건이 아닙니다. 물론, 군의 경계 실패다, 탈북민 관리 소홀이다,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알고 보면 단순한 사건입니다.

한 북한 남성이 탈북해서 서울에 임대주택을 받고 살다가 1년 조금 지나서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간 사건입니다.

탈북 동기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재입북 동기는 더 알 수가 없습니다.

공안당국의 판단으로는 간첩은 아니었다고 하고, 실제로 지금은 북한 간첩들이 군사분계선을 철책을 날아 넘는 시대는 아니죠.

핵심은 군의 경계 실패입니다.

사실 북한에서 넘어오는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몰래 빠져나가는 사람을 잡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20년 7월 강화도 배수로를 통해 재입북한 개성 출신 김금혁 사건 때도 그렇고 숱한 병력을 배치해서 감시해도 도망치는 사람 한 명을 잡아내는 건 현실에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월북, 재입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 지휘관을 징계하고 문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이 경계 태세에 허점이 있었다고 시인하고 국민께 사과했으니 뭔가 대책과 보완점을 찾아야겠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수요일 이번 경계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라며 군은 특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지라고 당부했습니다.

경계 실패 여부는 합참 전비태세검열단 현장 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당시 철조망 센서를 비롯한 감시 장비는 정상 작동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군 당국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전동진 / 합참 작전본부장> "월책 지점 인근의 감시카메라 3대가 자동 전환되어 월북자를 5회 포착하고 경고등 및 경고음이 발생하는 등 GOP 과학화 경계 체계는 정상 작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감시 장비가 월북자를 5번이나 포착했지만, 감시병이 이를 실시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특히 영상을 복기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부대는 월책 발생 시간이 아닌 엉뚱한 시간대의 영상을 돌려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당시 경고음이 울려 현장에 출동한 소대장 등 6명의 초동조치조도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약 400m 거리의 현장에 6분이 걸려 당도하는 동안 월북자는 2중으로 된 22사단 철책을 4분 만에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철책 높이가 3m라고 들었는데, 그것도 2중으로 된 철책을 4분 만에 뛰어넘었다고요.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는 얘기도 듣긴 했는데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월북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참 궁금하네요.

[기자]

2020년 11월, 1992년생 북한 남성 김모 씨가 동부전선 22사단 관할 구역 철책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해왔습니다.

지뢰밭을 지나오고, 높이 3m가량의 철책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김씨는 군인이 아니었습니다.

듣기로는 황해북도 사리원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기계체조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김씨의 실물 사진을 보니 근육도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였습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체중이 50kg대인데다 철봉, 평행봉을 워낙 잘했다고 하니 철책을 쉽게 넘어왔겠죠.

그리고 탈북민 조사기관과 하나원을 거쳐 작년 3월 서울 노원구에 임대주택을 받아 정착했습니다.

노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기숙사가 있는 업체에서 일하면서 사람도 별로 만나지 않고, TV도 잘 보지 않고, 일하고, 밥 먹고, 잠만 자는 그런 생활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주변에 친구도 없었고, 외롭다, 고향 가고 싶다, 이런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한국 사회에 정착해 처음 신정을 맞이하게 되니 고향 생각이 났을 수 있겠죠.

북한은 음력설보다는 신정을 더 크게 쇠는 분위기여서 신정이 다가오니 집 생각이 났을 겁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 신정에 자기가 왔던 길, 잘 아는 길로 되돌아가 철책을 넘어 다시 북한으로 갔습니다.

자기 집에 간 거죠.

임대주택 보증금도 돌려받지 않고, 통장에 그동안 번 돈 2천만 원 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다 놔두고 그냥 맨몸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저의 얘기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 관점으로 판단하거나, 안보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순수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본 김씨의 삶입니다.

며칠 전에 야근을 서고 이른 아침에 퇴근하면서 국밥집에서 아침을 먹는데,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철책 월북' 뉴스를 보고 나서 다른 종업원에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언니, 월북했다는 그 사람 말이야. 북한에서 살기 힘들어서 여기로 왔는데, 여기서는 더 살기 힘드니까 자기 집으로 돌아갔대."

한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는 본인만 알겠죠.

간첩이 아니냐,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그냥 한국에서 살고 싶어 왔던 한 청년이 기대했던 만큼 삶이 행복하지 않아서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만 사건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 청년이 북한에 가서 어떤 처벌을 받을지, 아니면 별다른 처벌이 없이 쉽게 고향에 돌아가 살 수 있을지는 북한 당국에 달린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보면서 탈북민이든, 아니면 남쪽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북한에 가고 싶다는 사람은 다 보내줘도 되지 않나, 굳이 그걸 우리 정부가 막을 필요는 없지 않나, 이런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앵커]

새해 첫 주부터 이렇게 외교·안보 이슈가 쏟아져나오니 올해 한반도 정세도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까 우려스럽네요.

다음 주에는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협의도 열린다고 하고, 또 북한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목되고, 정세 추이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지 기자,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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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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