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별과 정서와 의식 [박영순의 커피 언어]

2022. 1. 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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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헤는 마음으로 커피를 마실 일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 쓸쓸함이 새겨지듯 한 모금의 커피마다 감성이 피어나는 까닭이다.

한 잔을 비울 때쯤 바닥에서 떠오르는 인텔리젠시아 커피 잔의 붉은 별에 덜컹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별이란 인류에게 원초적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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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 바닥에서 뜨는 별은 묘한 기분을 찾아낸다. 한 잔에 담긴 커피 향미의 끝이 무한대의 우주로 이어지면서 마침내 향미는 의식을 만든다. 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별을 헤는 마음으로 커피를 마실 일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 쓸쓸함이 새겨지듯 한 모금의 커피마다 감성이 피어나는 까닭이다.

에티오피아 함벨라 커피가 아빠와 함께 만든 채송화 밭을 그립게 하고, 콜롬비아 라모렐리아 커피가 굴 바구니를 이고 모랫길을 달려오는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모든 커피가 이토록 진한 정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잊히지 않는 커피가 되려면 간절함이 필요하다. 그것은 한 잔의 커피를 까다롭고 집요하게 찾는 데에서 시작된다. 입안의 여린 점막을 거칠게 만드는 그을린 커피, 개작두보다 단호하게 여운을 끊어 내는 몹쓸 커피, 풍경이 없는 광야를 걷는 듯한 지루한 커피는 우리를 사유로 이끌어 주지 못한다.

커피가 정서가 되려면 깨끗해야 한다. 목을 타고 내려오는 커피가 내 몸의, 내 관능의 일부가 되기 위해선 순수해야 한다. 커피의 제 모습을 오롯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무게를 늘리기 위해 묵거나 썩은 것을 섞고는 어설프게 볶은 냄새만 풍기는 커피라면 기억되질 않는다. 경험한 사실조차 산산이 부서져 허공중에 헤어질 뿐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한 잔의 커피는 그 경험이 분명하게 기억된다. 경험이라는 것이 의식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커피의 향미가 엄마 아빠와의 시간을 사무치게 하는 것은 추상(抽象)이 아니라 경험 덕분이다. 사막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겨두어 아름다운 것처럼 좋은 커피는 의식을 만드는 체험을 선사하기에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한 잔을 비울 때쯤 바닥에서 떠오르는 인텔리젠시아 커피 잔의 붉은 별에 덜컹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별이란 인류에게 원초적 희망이기 때문이다. 블랙커피로 졸음을 쫓으며 야간비행에 몰입해 별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더욱 선명하게 감각한 생텍쥐페리는 소행성 B-612호와 어린 왕자, 바오밥나무와 장미꽃이란 구체적인 속성을 엮어 별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 잔의 커피는 가지고 있는 향미들의 총합보다 훨씬 큰 감성을 선사한다.

별과 커피의 이야기에서 마크 트웨인은 불멸(不滅)한다. 헬리혜성이 지구에 접근할 때 태어나 75년 만에 지구로 돌아온 혜성이 다시 멀어질 쯤 세상을 떠난 마크 트웨인. 하와이 코나 커피에 찬사를 보낸 그를 커피 애호가들은 별로 만들었다. 영원의 문턱을 넘어 별이 된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한 잔의 하와이 코나 커피를 들고 별을 향해 건배한다.

한 모금의 커피는 사라져도 감성은 공간에 깃들고 시간에 묻힌다. 몸을 녹이려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가 문득 우리를 눈물짓게 하는 것은 시공간의 감성이 깨어난 까닭이리라. 때론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 두는 것이 행복하다. 경험이 상상을 그르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달을 보고 더 이상 두 손을 모으지 않는 것은 인류가 달을 밟아본 탓이다. 그러므로 달은 이젠 별이 될 수 없다. 에티오피아를 지나 더 깊이 가야 한다. 오로미아주 구찌존 함벨라 하루마을을 지나 새로운 향미와 정서를 찾아 오지로 가야 한다.

먼 우주로 떠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경이로운 커피를 찾아 아프리카 산속을 헤매는 커피 애호가들의 촉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경험하지 않은 무엇이 아니라 세월에 묻힌 원형과 본질을 향한다. 고향을 향하는 그리운 마음이라고 할까? 제임스웹 망원경이 찾는 것이 135억년 전 우주 탄생의 지점인 것처럼 말이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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