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K방역 허점 지적하자 영상이 지워졌다, 넷검열 공화국
한국 정부, 구글 상대 콘텐츠 삭제 요청 민주국가 중 1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으로부터 삭제당했다가 복구된 가운데, 현직 의사가 K방역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똑같이 삭제당한 일이 벌어졌다. 게시자가 반발하는 가운데 영상은 하루만에 복구됐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정부 차원의 온라인 게시물 삭제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다. 2020년 한국 정부가 구글에 지우라고 요구한 콘텐츠 개수는 미국의 5배, 일본의 50배 수준이다.
◇‘백신패스 지나치다’ 취지의 현직 의사 영상, 의문의 삭제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에서는 지난 6일 함익병피부과의원 함익병 원장이 제작한 영상물 ‘코로나 백신 1부 더 이상 전염을 막지는 못한다’가 삭제됐다.
해당 영상은 한국 방역 당국의 코로나 대응이 무리하다는 지적을 담았다. 한국 정부는 이른바 ‘백신패스’ 등을 통해 백신 접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 그 같은 정부 정책의 효과인 것처럼 홍보해오고 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접종은 감염 위험을 낮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함 원장은 “백신이 델타로 인한 중증과 사망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더 이상 감염을 막을 수는 없다”는 미국 CDC 책임자 로셸 월렌스키의 인터뷰를 정 청장 발언과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틀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오는 것(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게 아니라, 인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심각한 증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싸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백신 접종자도 본인은 아프지 않더라도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영상은 백신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백신에 코로나로 인한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만 영상에서 함 교수는 국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 통계와 미국 CDC 데이터 등을 활용, 정부의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을 막자’는 논리를 비판한다.
◇개 구충제 항암 효과 영상조차 버젓이 시청자 끌고 있는데…
유튜브 측은 “해당 영상이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했다”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개입이나 친정부 성향 네티즌의 집단 행동이 배경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내 한 내과병원장은 “개 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는 영상 등 터무니없는 사이비 의료 지식 영상도 버젓이 시청자를 현혹하고 있는데, 유독 함 원장 영상이 삭제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함 원장은 영상 삭제에 반발했다. 그는 댓글을 통해 “유튜브에서 검열과 삭제가 일어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나?’라고 생각했다. 설사 삭제가 되는 일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과도한 선정성이나 명백한 허위 내용 방송이라서 생긴 일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제가 한 방송이 삭제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적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 해당 영상은 7일 오후 5시쯤 다시 복구됐다.
◇한국, 자유민주국가 중 콘텐츠 삭제 요청 압도적 1위
비슷한 시기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농담을 담은 글과 사진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두 사례 모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삭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단서는 있다. 한국 정부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온라인 상 표현의 자유에 억압적임을 보여주는 통계다.
구글이 발표하는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해동안 한국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 개수는 5만4330개. 미국(9482개)이나 일본(1070개), 독일(1941개), 영국(829개), 프랑스(5475개)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기에는 유튜브 콘텐츠가 포함된다.
정부가 요청한 5만4330건 가운데 35%는 구글이 삭제를 거부했다. ‘이미 지워진 콘테츠’ 등의 이유였다. 그만큼 정부가 삭제 요청을 남발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년 상반기에도 한국 정부는 구글에 총 2만967개 콘텐츠를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보다 이런 요구를 더 많이한 나라는 4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파키스탄이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 쌀로 만든 술과 가공식품 맛 보세요
- 강원도 고랭지 사과, 못생겼지만 더 달아요
- 입맛 돋우는 햅쌀 인기에… 오늘도 ‘도정 24시간 풀 가동’
- [알립니다] 조성진·임윤찬 공연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바로잡습니다] 26일 자 B8면 ‘스니커즈 18켤레로 인생역전 “정품은 접착제 냄새가 달라요”’
- [팔면봉] 변화·쇄신하겠다는 韓, 중도 외연 확장 시작한 李. 외
- ‘딥페이크’ 서울대 졸업생 징역 10년
- “北, ICBM 발사대 배치… 풍계리 핵실험장도 준비 끝”
- 北·우크라 교전 보도… 軍 “선발대 일부 투입했을 수도”
- 한미, 작계에 北의 핵공격 시나리오 반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