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교통망 공약, 'G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

장슬기 기자 2022. 1. 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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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교통정책으로 GTX 연장·신설 공약…장기 철도계획·재정문제 보단 부동산으로 표심잡기란 평가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출근길에 김포골드라인(경전철) 타고 당사에 출근하며 “지옥철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했다”고 지적한 뒤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을 발표했다.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이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기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과 차별성과 그 이유,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과 현실성 등 다양한 내용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책은 간단했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연장·신설하고 그 노선 인근에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포경전철 노동자 A씨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안철수, 이낙연 등 정치인들이 이미 김포경전철 타고 갔는데 '시민들 힘들겠다' '대책이 필요하다'고만 하지 진짜 개선 의지를 보이는 정치인은 없었다”며 “정치인들은 무분별하게 노선 확장을 발표한 뒤 (임기만료로) 떠나고 실제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면 손실보전방식으로 이득을 보면서 운영은 운영대로 엉망인데, 제발 정치인들이 철도로 공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윤 후보의 공약을 보고도 결국 GTX D노선을 김포에서 강남까지 뚫어서 김포 신도시 집값 올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포경전철은 열차가 고작 2칸(2량)이다. 출퇴근 시간에 밀집도가 심각한 이유는 정치적 이유로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등이 무산되고,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비용을 지나치게 줄인 결과다. 김포신도시 주민들과 이를 의식한 김포 정치인들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도 없는 김포~강남 구간을 GTX D노선으로 만들어달라고 주장했고, 이른바 '자가발전'으로 김포경전철의 한계를 보완할 대책처럼 언론에 보도됐다. 실제 D노선은 김포에서 부천, 용산까지로 계획해 김부선, 김용선으로 불렸는데 이때 김포 신도시 집값 상승 효과는 미미하다.

윤 후보가 이번에 발표한 GTX D노선의 경우, 김포에서 강남 삼성동을 지나 팔당까지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도 없던 김포신도시 주민의 요구가 대선공약에도 포함된 것이다.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동산 가격과 강남 접근성의 관련이 크다는 연구가 10년 이상 누적되고 있는데 이번 발표에서도 D노선에 관심이 모인 것 역시 강남접근성, 부동산 상승 때문이라고 본다”며 “강남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수도권 전체 네트워크 개선을 위해 다른 노선도 충분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7일 수도권 교통망 공약을 발표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국민의힘 선대본부

김포경전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운영주체가 민간일 경우 운영회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비용을 줄이거나 운임을 올리는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현재 김포골드라인운영 소속 노동자들이 저임금 문제뿐 아니라 열차운행 중 위험상황을 경험하는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렇다고 운임을 대폭 올리면 신분당선처럼 다른 지하철에 비해 70%가량 비싼 요금을 이용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윤 후보는 정부가 추진 중인 GTX A·B·C 노선에 대해선 연장하고 D·E·F 노선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총 25만호의 콤팩트도시(압축도시)를 공급해 교통불편을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교통공약은 실은 부동산 공약의 일환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공약 발표로 자신의 지역구가 GTX 연장·신설 구간에 속한 야당 정치인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일부 언론사들도 지역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공약을 환영했다.

지역불균형 해소 등 장기적 관점 담았나

윤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자 대구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은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 가속화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수도권 외형이 더욱 팽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비수도권에 투자해도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GTX를 더욱 확대하고, 수도권에 신규 주택공급을 늘리면 앞으로 수도권은 사회간접자본 예비타당성 조사가 요식화되고 지역은 더욱 소외될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윤 후보는 최근 자신의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도권과 2030남성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 비수도권의 교통망 관련 공약에 대한 언급은 없이 수도권의 철도공약을 통한 부동산 상승 분위기로 표심을 자극했고, 이날 오후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만 써서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의 접근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철도건설 추진계획이다. 장기적인 이 계획에 윤 후보가 내놓은 GTX 공약은 들어맞지 않는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5년짜리 대통령이 장기적인 계획을 함부로 뒤엎어서 되겠냐는 지적과 함께 일단 공약부터 내놓고 보겠다는 거면 'GTX Z노선'도 나오겠다는 조롱에 'G퓰리즘(GTX+포퓰리즘)'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GTX 공약으로 구체적인 철도계획을 제시했다기보다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G퓰리즘'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려면 기존 계획과 배치되는 근거를 상세하게 제시했어야 하지만 윤 후보는 “수도권 어디서나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통행권으로 만들겠다”며 “기존 계획은 3개 노선으로 수혜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타당성조사는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고, 재정조달 계획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윤 후보는 GTX 공약으로 총 17조6440억원이 든다고 추산했는데 이중 국비로 3~4조원을 충당하고 10조원 정도는 역세권주택 도시 택지공급으로 조달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약 4~5조원은 민간자본투자로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민자유치는 그 자체로 공공성 훼손 등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차치하고서라도 10조원 충당 계획도 쉬운 일이 아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발표한 GTX 구상안. 사진=국민의힘 선대본부

전 연구원은 “인구 30만여명짜리 동탄 두 번째 신도시 건설로 8000억원을 충당했는데 한 예로 하남교산 신도시는 10만명 수준인데 과연 얼마나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포노선(D노선) 같은 경우는 (김포시가) 추가 부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철도 신설 공약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계획대로 삽을 뜨지 못하거나 현재 수많은 철도사업장에서 비용 등의 문제로 고용불안과 시민안전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운을 띄운 정치인은 임기만료로 책임질 자리에 있지 않다. 자신의 임기 이후를 고려한 공약을 내놔야 하는 까닭이다.

윤석열 GTX 공약 발표에 없는 것

윤 후보의 이번 공약에 대해 A씨는 “김포시 인구가 약 47만명인데 2035년까지 75만명으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도로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며 “실제 GTX D노선이 들어서면 얼마나 사람들이 탈지 의문인데 과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구했던 지하철 5호선 연장이 출퇴근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도권 교통망 정책을 발표하면서 GTX 외에 다른 철도나 도로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서울 북쪽과 동쪽을 잇는 외곽순환 성격의 GTX F노선의 경우는 북한 방면 철도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연구원은 “서울 북쪽의 교통량이 적은 이유는 북한 방면이기 때문인데 장기적인 철도투자, 향후 대륙철도 등을 고려한 계획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교통 공약에 탄소중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pixabay

탄소중립을 고려해 다른 교통수단을 철도로 전환하는 이른바 '모달시프트(Modal Shift)'를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남겼다. 전 연구원은 '승객 한사람을 1km 움직일 경우 탄소배출량(인킬로)'이 철도의 경우 승용차의 20%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도로보다는 기후위기 완화 대책으로 철도로 모달시프트가 필요하다”며 “GTX, 철도 공약도 이 관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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