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뚫고 4만여 명 다녀갔다..'굿바이 CES 2022'
직접 전시가 열렸던 2년 전 대비 전체 참가 기업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던 반면 자동차 참가 기업은 오히려 30%나 늘어났다. 대부분이 전기차를 '주인공'으로 들고 나와 이미 IT화된 자동차 산업을 여실히 보여줬다.
BMW는 전기차 iX 기반의 콘셉트카 iX플로우를 선보였다. iX플로우는 E잉크를 탑재해 버튼만 누르면 차량 도색이 검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뀐다. 현장에서 만난 스텔라 클라크 BMW iX 플로우 프로젝트 총괄은 "가장 큰 장점은 색상을 바꾸는데 전력이 얼마 들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전력 효율을 재차 강조했다.
GM도 이번 CES를 통해 전기 픽업트럭인 쉐보레 실버라도 EV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량과 전기차량에 3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소니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소니는 이번 CES에서 비전-S 02라고 명명된 신형 전기차 SUV 프로토타입도 선보이는 한편 올 봄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는 오히려 차를 두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모빌리티 청사진으로 제시한 것으로 '라스트 마일'까지 꽉 잡겠다는 의지다. 현대차는 퍼스널·서비스·로지스틱스 모빌리티와 L7 등 PnD 모듈을 적용한 네 가지의 어플리케이션 콘셉트 모델들을 선보였다.
두산로보틱스는 사과 따는 로봇, 드럼 연주하는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선보였고 현대로보틱스는 F&B 로봇, 방역 로봇 등을 전시해 서비스 로봇 시장에도 힘준다고 밝혔다.
영국의 '엔지니어드 아츠'는 인간과 거의 흡사한 모습의 로봇 '아메카'를 전시해 관객들을 깜짝 놀래켰다. 내장된 차세대 AI(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로 완성한 플랫폼을 통해 인간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가상현실 역시 이번 전시를 관통한 주요 주제 중 하나다. 전시장마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기기가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3596㎡(약 1088평) 규모로 가장 넓은 삼성전자 전시관에는 각종 XR 기술이 적용돼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오토존이다. 이 곳에서 삼성전자는 AR이 미래에 자동차와 만나면 사용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안겨줄지 보여줬다.
전시장 자체를 XR 기술로 구성한 기업들도 있었다. LG전자는 오프라인 부스를 AR과 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간으로 꾸몄다.
롯데그룹도 리테일 메타버스 체험존을 선보였다. VR기기를 통해 하이마트와 면세점 제품, 영화관을 체험해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스포츠 분야도 가상현실과 다양한 접목을 시도했다. 유레카파크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라이트박서'는 VR기기 만으로 실제 복싱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CES 2022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 카테고리 중 '우주기술'을 추가했다. IT와의 융합 영역을 우주로까지 넓힌 것이다.
미국 우주항공기업 시에라 스페이스(이하 시에라)는 드림체이서,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 모형 등을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진풍경들이 연출됐다. 우선 코로나19 탓에 곳곳에서 방역에 신경쓰는 모습들이었다. CES에 참여하려는 기업 및 관람객들은 반드시 백신접종완료, PCR 검사 음성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만 했다. 이번 CES 참가 기업 중 헬스케어 업종의 '애보트'가 만든 신속 자가진단 키트도 배포됐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역시 필수였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위상은 높아졌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SK, 현대중공업, 두산 등은 이번 CES를 빛 낸 주인공이라고 일컬을 만큼 전시 기간 내내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중 현대중공업은 대형 상선 제조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올해 CES에 첫 참가해 IT 기술이 접목된 자율운항선박 등을 자랑했다.
지난해 신설돼 사실상 이번 CES에서 수많은 대중들에 첫 공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LVCC(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루프'는 관람객들의 충실한 발 역할을 해줬다.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의 회사 '보링컴퍼니'가 제작한 이 '터널루프'는 지하 터널을 뚫고 그 터널을 전기차가 정차나 체증 없이 달린다는 컨셉의 새 교통수단이다. 원래는 자율주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당국에서 안전을 이유로 이번 CES 기간중에는 유인주행으로 운영됐다.
메인전시관인 LVCC가 예년 대비 한산한 분위기였다면 800여 스타트업이 참가한 유레카파크는 그 열기가 여전히 뜨거웠다. 올해 유레카파크의 부스는 대부분 국가단위로 꾸려졌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 스타트업을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가운데 CES에서 전시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대만, 이탈리아 등 국가관을 꾸려 '국가대항전'을 방불케했다.
행사 마지막날인 7일, 라스베이거스의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도 눈길을 끌었다. 최대 300km까지 주행 가능한 자율주행 레이싱카로 경쟁하는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유일팀인 카이스트(KAIST)는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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