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멸공' 글 올리는 재벌 회장, 윤석열 수준" 정용진 "리스팩"
윤석열 "현 정부가 중국에 편향적 정책"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7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과 함께 ‘멸공’이라는 글을 쓰는 등 최근 ‘멸공’을 외치고 있는 것을 비난했다. “거의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준”이라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7일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썼다. 정 부회장은 8일 인스타그램에 조 전 장관의 이 글을 올리고 ‘#리스팩’이라고 썼다. ‘리스펙’은 존경한다는 영어 단어 리스펙트(respect)를 힙합 뮤지션들이 상대방의 랩을 듣고 실력을 극찬하면서 쓰는 말이다. 정 부회장은 반어적인 표현으로 ‘리스팩’이라고 쓴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정 부회장이 이날 밤 ‘게시물이 삭제됐습니다’ ‘회원님의 게시물이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합니다’라는 인스타그램 측 경고 메시지를 캡처해 올리고 이에 항의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멸공 단어가 포함된 이전 게시물이 40여 개가 되고, ‘멸공’ 관련 다른 사용자들의 글이 1000여 건이나 되는데, 왜 특정 게시물만 지워진 것이냐”며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라고 반발했다. 정 부회장의 글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스타그램 측은 6일 오후 “해당 글이 시스템 오류로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고, 정 부회장의 글을 복구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멸공’ 단어를 넣은 게시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평소 알고 지낸 피자집을 응원한다는 취지로 이 가게의 기념품인 붉은 색 지갑을 손에 든 사진을 올렸다. 그는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ㅠㅠ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면서 ‘#난공산당이싫어요’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정 부회장은 주위 사람들이 “강렬한 빨간색이 중국 공산당을 연상시킨다”고 농담하자, 별 뜻 없이 이런 설명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이 친여(親與)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되자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쓴 글’이라는 해석이 붙었고, 일각에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대해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정 부회장은 이후 ‘공산당이 싫다’는 발언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난 6일에는 오후 11시쯤 인스타그램에 시 주석 사진이 들어간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 한다’는 내용의 기사 캡처 화면을 올리면서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 게시물이 논란이 되자 정 부회장은 사진을 삭제했다. 그는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에 대한 멸공이고 나랑 중국이랑 연결시키지 말길 바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소국으로 칭한 것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반감 때문에 나온 반응이었다. 다들 괜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현 정부가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써왔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엔 그렇지 않았는데 중국 사람들, 중국 청년 대부분이 한국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한미일 튼튼한 공조에 기반해 중국을 상대했을 때는 서로가 굉장히 호감을 갖고 사업이나 문화 협력 등에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양쪽 국민 모두 호의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정부 들어서서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펴고, 미중 간의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관계가 나쁘게 끝났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전날 검찰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혔다. 작년 6월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1월에 인천지방검찰청이 정 부회장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았다. 제공된 내역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해지일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정 부회장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지난해 6월은 그가 인스타그램에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을 썼을 때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6월 가재, 우럭 등 식재료 사진을 올리면서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을 썼는데, 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글을 풍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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