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자는 자가진단부터 받게 한다

최원국 기자 2022. 1. 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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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진자 폭증 사태 대비.. 현행 PCR 검사는 고위험군 먼저

오미크론 변이로 국내 확진자가 폭증하는 사태에 대비해 새로운 코로나 검사 방식이 추진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7일 “현행 PCR(유전체 증폭) 검사는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는 등 감염 가능성이 크거나 고령층을 비롯한 고위험군에게 우선 하고, 무증상자 등은 신속항원검사로 돌리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항원검사는 유전자 증폭 과정을 거치지 않고 채취한 검체를 그대로 활용해 양성·음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6시간 이상 걸리는 PCR 검사에 비해 15~30분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PCR 검사 대비 정확도가 17~40% 수준이라는 게 문제다. 코로나 감염자 10명을 검사하면 2~4명만 양성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음성으로 잘못 진단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감염력이 델타 변이보다 2~4배 높은 오미크론 환자가 폭증할 경우 PCR 검사로 다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보겠다는 취지다. 방역 당국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그때 PCR 검사를 해도 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는 세계 곳곳에서 거세게 번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이어 7일(현지 시각) 인도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11만명을 기록, 지난달 30일 1만명대에서 8일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오미크론 확산 영향으로 코로나 일 감염자 수가 71% 증가했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3억2021명으로 3억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도 모두 547만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5844만명으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았다.

최근 국내에선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신규 확진 규모, 위중증 환자 등 방역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감염이 계속 나오고 최근 이동량이 늘고 있어 방역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동량이 늘면 그 후 확진자가 증가하는 패턴이 이전에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현재 2300여 명으로 지난 3일 1318명에서 4일 만에 1000명가량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12월 27일~1월 2일) 살던 지역(시·군·구)을 벗어나는 이동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5% 늘었다. 관광이나 스포츠, 쇼핑 등이 주 목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위드 코로나’가 도입되고 11월 말(11월 22~28일) 이 이동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하자 2주 뒤 일평균 확진자는 7000명대로 급증한 바 있다. 그 뒤 거리 두기 강화 등으로 확진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이동량이 계속 늘면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 있는 구조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월 말 이후 오미크론 유행 규모가 커지면서 3월 초·중순 확진자가 2만명에 도달하고 코로나 중환자가 2000명 이상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양상은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이후 코로나 상황이 안정세를 보였던 일본에서는 새해 들어 3개월 만에 확진자가 2600여 명 발생하는 등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새해 연휴를 맞아 귀향객이 증가하는 등 이동량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국민 이동량은 2020년 12월 이후 계속 코로나 이전보다 낮게 유지되다 작년 12월 말 급격히 늘었고, 이어 확진자가 증가했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급증하면 코로나 검사 역량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PCR 검사 역량은 일 75만건. 최근 하루 검사 건수는 45만 정도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 폭증 시 언제든 용량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기존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을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어 고위험군 중심 방역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기호 연세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낮아 감염된 사람이 음성인 줄 알고 안심하고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도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양이 많아야 검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고, 오미크론 변이 검출에 취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속항원검사는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채취한 분비물을 검사 키트에 넣으면 15~30분 안에 양성·음성 여부가 나오는데 약국에서 1만5000원이면 살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와 같은 방식이다. 직접 하면 콧속 깊숙이 면봉을 잘 넣기 어려워 정확도가 떨어지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속항원검사를 약국에서 파는 자가진단키트로 대상자가 직접 할지, 아니면 의료진이 검사소에서 해줄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PCR 검사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했는데 신속항원검사는 비용을 지원할지 본인이 부담하게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먹는 코로나 치료제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다음 주에는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국내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화이자 먹는 치료제 76만2000명분과 머크 24만2000명분 등 100만4000명분을 확보한 상태다. 먹는 치료제 투약 대상과 치료제 공급 기관 등은 다음 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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