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피로감, 그래도 조금은 차분하게..

한겨레 2022. 1.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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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_카를라 브루니 '모든 사람'
<집사부일체> 출연 모습. 에스비에스 제공

대통령 후보들의 사생활과 가족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진 적이 있었나? 적어도 필자가 기억하는 군부정권 이후로는 없었다. 자식의 병역면제 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했던 정도? 지금은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상황이다. 허위이력, 부동산투기, 불법도박...... 정책 검증은 뒷전이고 후보와 가족을 둘러싼 온갖 비리와 범죄 혐의가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고 이른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은 어떨까? 먼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의 추악한 사생활을 쓰려면 지면이 모자랄 테니 생략하고, 좀 더 도덕적인 이미지를 가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보자.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백악관에서 인턴 직원과 유사 성행위를 즐기고도 임기를 다 마쳤다. 퇴임 후에도 역사상 가장 인기 많은 전임 대통령 중 한명으로 곳곳에서 수많은 초대장을 받고 있다. 현재 대통령 조 바이든이 후보였던 시절에는 마약중독에 불륜을 일삼는 등 둘째 아들이 골치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를 치르는 동안 이런 사실들이 모두 알려졌지만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유럽으로 가보자. 사생활과 가족 문제를 철저하게 불문에 부치는 문화로 유명한 프랑스는 어떨까. 현재 대통령 마크롱이 자신보다 24살 많은 배우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지만, 그의 아내 브리지트가 그의 학창시절 선생이었고 유부녀였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들도 많다. 마크롱의 부모는 학생인 아들이 교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을 전학시켰지만, 브리지트는 2006년 이혼하고 이듬해 마크롱과 결혼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사생활은 지면에 그대로 옮기기 어렵다. 한 가지 사건만 요약하자면, 영부인이 되기 전 브루니는 동거하던 남자의 아들(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다가 결국 이혼하게 만들고 그 남자의 아이까지 낳았다. 그리고 사르코지를 만나 영부인이 되었다. 사르코지는...... 아니다. 이제 그만 알아보자.

우리나라도 이제 대통령 후보의 가족은 신경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외국의 사례를 소개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만의 정치 문화가 있고 정서가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후보의 사생활과 가족의 범죄나 비리에 대해서도 검증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중론 같다. ‘독자님’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문제는 지금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후보들의 사생활과 가족 문제가 너무 많이 터지다 보니 정작 후보들의 실력을 검증하는 데 관심이 덜 가는 것이다. 관심이라는 자원 역시 매장량이 정해져있으니까.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이런 걱정이 든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데, 선의에 자신만만함까지 더해진 무수한 정책들이 오히려 경제를 망가뜨리면 어쩌지? 예를 들어 이번 정부가 직접 실패라고 시인한 부동산 분야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부가 그토록 혐오하던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비슷해 보인다.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물의 흐름을 수많은 보로 통제하려다 강이 썩어버린 것처럼, 돈과 욕망의 흐름을 수많은 규제만으로 통제하려다 망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도 같은 맥락의 실패를 여러 분야에서 반복하면 어쩌지?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이런 걱정이 든다. 그는 지금까지 검찰 밖의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뭘 잘 모르는 모습만 보여줬다.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속성 과외로 배우기에 대통령직은 너무 배울 것이 많은 자리 아닌가? 전문적 영역에 전문가를 잘 쓰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사람을 잘 쓰기는 할까? 기회는 이때다 싶은 파리와 승냥이 떼들이 몰려들면 어쩌지?

새해가 됐다. 봄이 되면 우리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부디 더 이상은 가족 관련 비리와 범죄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선거가 아니더라도 눈과 귀가 피곤해서 못 견디겠다. 설마 또 뭐가 나오진 않겠지?

앞에 말한 프랑스의 전 영부인 카를라 부르니는 모델로서 가수이자 작곡자로서 별처럼 빛났던 스타이며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가수로서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때 필자도 스튜디오에서 만난 적 있는데 설명하기 힘든 기운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쓰인 리메이크 곡 ‘스탠드 바이 유어 맨’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늘은 20년 전에 발표했던 ‘모든 사람’(투 르 몽드)이라는 곡을 추천한다. 겨울날에 듣기 좋고 갓 내린 커피와 함께라면 더 좋다. 우린 차분하게 생각해야 한다.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시사특공대>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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