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주택, 지옥철과 '망국적 집값' 잡을 묘책될까?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1. 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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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지옥철 체험하고 GTX 확장 신설 대책 발표
주민 반발한 김부선(김포~부천) 대신 김팔선(김포~팔당) 제시
일본 거미줄 급행철도와 연계한 주택 개발로 집값 안정
정부, 경제성 이유로 지옥철-주택난 방치, 이젠 선제적 투자 필요
이재명 후보, 공항이전, 고속도로 지하화 그린벨트 활용 등 공약준비

[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윤석열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가 7일 아침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과 지하철 9호선을 탔다. 김포시 풍무역에서 탑승한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이라 불릴 정도로 혼잡도가 극심하다. 윤 후보는 “경전철이 2량밖에 없어서 장기ㆍ풍무ㆍ김포로 들어오는 교통이 아주 불편하겠더라”며 “과거 지방 근무할 때 경전철을 타봤지만, 양이 너무 적다. 더구나 젊은 세대가 많이 타는 지역인데 출퇴근하는데 굉장히 힘들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김포는 인구가 50만이 넘지만, 2량 짜리 ‘꼬마철도’ 김포골드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국토부가 한강신도시와 검단신도시의 광역교통난 해결을 위해 GTX (광역급행철도)계획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요구와 동떨어진 이른바 김부선(김포~부천)을 발표, 지역주민들이 반발했다. 주민들은 김포에서 강남권을 지나 하남까지 이어지는 GTX를 원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단축노선을 제시했다.

작년 5월 경기 김포와 인천 검단 지역 주민들이 서울 강남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 계획에 반발, 촛불을 들고 집단 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김포~강남~하남을 연결하는 노선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김포~부천을 연결하는 이른바 김부선을 제안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7일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GTX 노선을 공약했다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제공

윤석열 후보는 ‘지옥철 체험’ 후 GTX 기존 노선을 연장하고 김포 주민들의 요구 등을 수용한 새로운 3개의 노선 신설을 공약했다. 역사 주변에 25만 가구의 주택도 공급, 수도권 일대의 교통난 해소와 주택공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약했다.

저렴한 주택의 획기적 확대를 약속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윤 후보의 GTX 신설및 주택공급 확대 공약을 배척하기는 쉽지 않다. 이 후보도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김포·성남공항 이전, 그린벨트 해제, 서울 용산공원 활용, 경인선과 경부·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검토 중이다. 윤 후보가 GTX 활용한 주택공약을 제시함에 따라 양 후보의 주택 정책 공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선진국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집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일본의 경우, 도쿄 외곽을 연결하는 거미줄같은 전철망 주변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 일본의 전철은 GTX는 아니지만, 출퇴근시간대에 ‘급행열차’를 운행해 장거리 출퇴근을 가능하게 해 수요를 분산시켜 집값을 안정시켰다.

◇국방부 반발과 국토부 무능으로, 김포골드라인 지옥철로 전락

2019년 개통된 김포골드라인은 한강신도시 등 김포와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경전철이다. 김포 시민들이 김포공항역에서 지하철 9호선과 환승한다. 김포 교통난 해결의 기대주였지만, 개통하자 마자 지옥철로 전락했다. 2003년 한강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만해도 지하철 9호선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그러나 480만평 7만 가구의 한강신도시는 대북 방어 작전을 이유로 국방부가 반대, 385만평 5만6000가구로 축소됐다. 규모가 작아지면서 전철이 아닌 경전철로 변경됐다. 예산 등을 이유로 ‘2량 꼬마철도’ 형태로 건설된 것이다. 4량 철도 차량을 투입하면 혼잡도가 완화되겠지만, 애초부터 역사를 2량만 정차할 수 있게 설계, 확장도 불가능하다. 김포는 사우,불로, 마송, 풍무, 고촌 등 이른바 소규모 쪼가리 택지 개발로 유명하다. 소규모 택지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광역교통망이 부재해서 교통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인근 검단 신도시는 입주를 시작했지만, 뒤늦게 인천 지하철 연장공사가 진행중이다.

◇선개발, 후교통 대책이 만든 교통난과 망국적 주택대란

7일 아침 윤석열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가 지옥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혼잡한 '김포도시철도'와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국민의힘 제공

경기서부지역의 교통난이 극심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를 통과해 부천까지 이어지는 급행열차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경기도와 주민들이 원했던 노선은 김포, 검단, 부천을 거쳐서 구로, 사당, 삼성, 고덕, 하남으로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이 노선은 이미 2013년 서울시가 2·7·9호선의 혼잡 문제를 완화하기위해 검토했던 남부급행열차 노선과도 겹친다.

그러나 국토부는 강남 출퇴근 교통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김포~부천라인을 확정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완화하기위해 일부 차량은 부천~용산 노선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김용선’이다. 한강신도시, 검단신도시 등 수도권 서부 지역의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후보, 김포 주민 요구 수용한 GTX 노선 공약

윤 후보는 이날 지옥철 체험을 한후 GTX 확대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 공사중이거나 확정된 GTX A, B,C노선을 확대하고 김포 주민들이 요구했던 GTX D 노선도 공약했다. D노선은 김포~대장~신림~사당~삼성~하남~팔당 라인을 기본으로 한다. 김포 주민들이 반대한 김부선(김포 ~부천 노선)대신 김팔선(김포~팔당 노선)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다가 삼성~수서~광주~여주를 잇는 라인을 추가한다.

김포 주민들의 요구를확대 수용해서 팔당까지 연장하는 계획이다. E 노선은 인천시가 제안했던 노선과 유사하다. 인천~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를 연결한다. 김포공항~구리 구간은 신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공항철도와 경의 중앙선을 활용한다. 여기다가 수도권 외곽을 연결하는 F 노선도 제안했다. 고양~안산~수원~용인~성남~하남~의정부~고양 등 서울 외곽을 연결하는 라인이다.

◇재원은 택지개발 수익으로 일부 충당

문제는 건설비용과 경제성이다. 윤 후보는 “재원 17조원 중 역세권 주택을 민간 주도로 공급할 수 있게 해 10조원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GTX 노선을 따라 1만~2만호 안팎의 ‘콤팩트시티’를 건설해 총 25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택지개발 수익금을 전철망 건설 재원으로 활용한다.

GTX건설 계획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땅값과 집값이 급등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낮출 수 있다. 서울에서 재개발, 재건축으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물량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 한계가 많다.

GTX 건설은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 서울 외곽 곳곳에 서울 도심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택지개발은 1만~2만 가구의 압축도시(Compact City)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압축도시는 주거, 상업, 교육, 의료 기능을 압축적으로 개발한다는 의미이다. GTX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5만, 10만가구 급 신도시의 건설도 필요하다. 1만~2만가구의 압축도시는 기반시설 부족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GTX 와 연계한 신도시개발, 택지비축제 등 필요

GTX와 신도시 등 택지 연계개발은 집값과 교통난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책이라는 게 일본 등 외국에서 검증됐다. 그동안 정부는 재원부족이라는 이유로, 신도시를 먼저 개발한후 교통대란이 발생한 후에야 광역전철망 건설이라는 후진적 정책을 되풀이 해왔다.

한국은 재원부족을 핑계로 한 정부의 무능 탓에 ‘집값 폭등→신도시 개발→, 교통대란→ 광역교통망 건설’이라는 악순환을 주기적으로 되풀이 해왔다. GTX노선을 지정하면서 택지도 함께 개발, 토지를 비축했다 집값 상승기에 공급하면 집값 안정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싱가포르처럼 전철망 계획 단계부터 신도시를 지정하고 국민연금과 리츠 등을 활용한 대규모 토지 비축제도 등의 도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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