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잘 나가는 스타트업 돌연 국적 미국으로 바꾸는 이유

류석 기자 2022. 1. 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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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증시 상장·투자유치·인재 확보 목적
美 글로벌 기업들, 자국 SW 업체 제품 선호
센드버드·스윗 등 플립 이후 큰 성장세 기록
플립을 통해 유니콘으로 성장한 센드버드.(사진=센드버드)
[서울경제]

국내 벤처 업계에서 스타트업들의 미국행 시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차원을 넘어 본사 자체를 이전해 회사의 국적을 바꾸는 방식이다. 국경선을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려는 K-스타트업들의 이러한 도전은 국내 벤처생태계의 성장과 함께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러 스타트업이 국내 본사를 해외 법인으로 전환(플립)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다. 국내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 미국으로 법인 전환 후 빠른 성장세를 기록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채팅 솔루션 업체 센드버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센드버드는 2013년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이듬해인 2014년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고, 현지에서의 적극적인 영업 활동이 필요했었던 까닭이다.

센드버드의 미국행 전략은 적중했다. 현지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이용자 수가 1억 명이 넘는 기업용 채팅 서비스 시장 글로벌 1위 업체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미국계 대형 헤지펀드와 투자사로부터 지속적인 투자 러브콜을 받았으며, 최근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2017년 국내에 설립된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스윗테크놀로지스'도 지난해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후 더욱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업무용 메신저와 업무관리 기능을 결합한 '스윗'이 대표 상품이다. 전 세계 184개국 3만 7,000여 개 회사가 스윗을 사용 중이며, 주요 고객사로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톰슨로이터, 위워크 등이 있다.

스타트업들이 해외 법인 전환에 나서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요 배경으로는 해외 증시 상장과 원활한 해외 투자 유치를 꼽을 수 있다. 또 해외 인재 유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영업력 강화 등도 거론된다.

특히 해외 사업을 강화하려는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들의 경우 해외 법인 전환 필요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정보보안, 시스템 안정성 등의 이유로 자국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는 특성이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미국이 아닌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미국 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해외 유명 개발자나 연구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급여 외에 스톡옵션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보다는 미국 기업의 스톡옵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스윗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경우 미국 법인 전환으로 얻는 것이 매우 많다"며 "특히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글로벌 인재들이 많이 모여야 하는데 미국 법인 전환이 인재 유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의 미국 법인 전환(플립) 추진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의 관련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조짐이다. 뤼이드는 지난해 손정의의 비전펀드로부터 2,000억 원을 유치하며 유니콘 반열에 오른 국내를 대표하는 AI 스타트업이다. 국내 유니콘 중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사례가 없었던 까닭에 국내 벤처업계에 적잖은 파장도 예상된다.

야놀자도 해외 법인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지난해 비전펀드로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해외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비전펀드는 투자 기업에 해외 시장 상장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파두(FADU)도 미국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 법인 전환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기보다는 주식예탁증서(DR)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하이테크놀로지(첨단기술)를 바라보는 측면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더욱 후한 평가를 하고, 이해도도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에 나가면 원활한 투자 유치가 가능하고, 증시 입성 시에도 국내보다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여러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행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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