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스테이션 사용하면 돈 돌려준다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현장 가보니..
환경부, 업체 의사 확인없이 참여 기업 작성
시민들 "리필스테이션 확대 등 더 실용적인 방안 나와야"
지난 4일 오전 11시 이마트 은평점 2층. 이곳 한켠에 자리잡은 ‘리필스테이션’ 코너에선 3L 리필스테이션 전용 용기를 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전용 용기를 사면 세제나 섬유유연제를 채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세제나 섬유유연제를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부가 리필스테이션을 사용하면 일부 금액을 돌려주도록 한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역시 제도를 인지하고 안내하는 직원은 없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는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면 추후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다.
리필스테이션에서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거나,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영수증을 받으면 정부가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부가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올해 1월 1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는 예산을 사용해 재활용 제품 구매, 다회용기 구매 등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을 주는 리필스테이션 이용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취지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탄소중립 계획의 일환이다.
하지만 나흘이 지난 4일 현장에 가보니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가 시행되기는커녕 참여 상점으로 거론된 곳조차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환경부가 예산을 들여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참여 상점으로 표기됐던 알맹상점 측 역시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참여 업체에 우리가 들어가 있는데 따로 협의가 이루어지거나 공문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포인트제 실용성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일반 세제 판매대에서 세제를 고르고 있던 주부 이유림(60)씨는 “3L짜리 용기를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일인데 누가 용기를 다시 들고 오겠나”라며 “정부가 돈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불편해서 리필스테이션 용기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주부 임모(43)씨는 “용기를 세척하고 건조하는 과정도 귀찮고 세제는 인터넷으로 많이 사는데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보다 좀 더 실용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리필스테이션 제품의 저렴한 가격과 이용 편리성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부 한정아(39)씨는 “리필스테이션 제품이 일반 할인 제품보다 20%가량은 저렴해야 할 것 같고, 리필스테이션이 더 보급되어 포인트로 바꿀 수 있는 곳이 많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는 현재 성수점을 포함한 13개 지점에서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일반 할인제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찾은 알맹상점에서도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의 허점을 지적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김진영(32)씨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아무도 모르는 것 같고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했으면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세부 계획부터 짜고 예산을 쓰던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부터 이 상점을 찾아왔다는 박세윤(33)씨 역시 “차라리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는 상점에 혜택을 주어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구매 이력 자료를 요청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형식을 고려하는 중”이라며 “현재 기재부와 예산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사 앱을 갖추지 않은 중소 리필스테이션 운영 상점은 구매 증빙이 쉽지 않다.
양래교 알맹상점 대표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참여 기업에 우리 상점이 들어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소상공인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앱 구축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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