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미니스톱 인수전' 뛰어든 두 가지 이유
롯데, 예비입찰 패스하고 본입찰 참여
점포 수 확대·이마트24 확장 견제 목적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우리도 모른다"
롯데의 편의점 미니스톱 인수전 참여 여부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인수전에 뛰어든건지 아닌지 명확하지가 않아서입니다. 만일 인수에 나선다면 인수 주체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일 겁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우리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답변입니다. 내부에서도 관련된 정보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그 중심은 아마 롯데지주가 될 겁니다. 인수주체로는 코리아세븐이 나서겠지만 전반적인 인수 구조와 자금 조달 등은 롯데지주가 담당합니다. 지난 2018년에 이미 한차례 있었던 미니스톱 인수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롯데는 치열한 경쟁 끝에 미니스톱 인수 최종 단계까지 갔지만 막판 가격 차이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인수가 무산됩니다.
그랬던 미니스톱이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등장했습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굴지의 유통그룹인 이온그룹의 자회사 미니스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전체 매장 수는 CU, GS25, 세븐일레븐 등에 한참 못 미칩니다. 하지만 미니스톱은 한때 매장당 평균 매출액이 업계 2위를 기록할 만큼 '알짜'였습니다. 그랬던 미니스톱이지만 최근 몇 년사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편의점 업계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겁니다. 2018년 매각 추진 당시 미니스톱의 가격은 약 4000억원이었습니다. 당시 롯데와 신세계 등이 잇따라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매각이 무산되면서 미니스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세월만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일본 이온그룹이 한국 편의점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매물로 나온 겁니다.
3년 만에 반값으로 '뚝'
한때 4000억원을 호가하던 미니스톱의 현재 가격은 약 2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본입찰에 참여한 곳으로 확인된 곳은 편의점 이마트24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입니다. 당초 롯데는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본입찰에는 롯데가 참전 의사를 내비쳤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뜨뜻미지근했던 미니스톱 인수전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의 참전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아무래도 미니스톱을 둘러싸고 롯데와 신세계가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한번 맞붙었던 두 라이벌이 이번에는 미니스톱을 두고 경쟁에 나서게 된 셈입니다. 코리아세븐에서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롯데가 이미 미니스톱 인수전에 참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 논리가 늘 그렇듯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입니다. 미니스톱 인수전에 롯데가 참여키로 한 이상 미니스톱의 가격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2000억원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누가 얼마나 세게 베팅을 하느냐에 달린 셈입니다. 2018년 인수전 당시 3000억원가량을 생각했던 이온그룹에 롯데는 4000억원을 베팅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통 큰 베팅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에는 과거와 같은 통 큰 베팅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니스톱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거든요. 다만 현재 미니스톱이 보유하고 있는 2600개의 점포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미니스톱을 인수한다면 단순 계산상 2600개의 점포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튼튼한 뼈대'가 필요하다
편의점 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곳입니다. 점포 수가 많아야 매출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때 편의점 업체들이 점포 수 늘리기에 혈안이 됐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년 말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 수 1위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로 총 1만4923개입니다. 그 다음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입니다. 1만4688개로 CU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총 1만501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마트24는 5195개로 세븐일레븐과의 격차가 큽니다. 만일 롯데가 미니스톱을 가져간다면 단숨에 점포 수가 1만3000개가량으로 늘어납니다. CU와 GS25의 점포 수에 매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세계가 가져간다면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7000개가 넘어갑니다. 바로 위 세븐일레븐을 맹추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미니스톱을 품으려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재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수익성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코리아세븐은 작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마트24도 매년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외형 확장을 통한 수익성 높이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 계산에 따른 것입니다. 올해는 편의점 점포 재계약으로 약 5000개의 점포가 시장에 나옵니다. 각 편의점 업체들은 기존 점포를 잡는 것은 물론 타브랜드 점포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입니다. 현재 자율규약 등으로 신규 점포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점포 재계약 여부는 편의점 업체들에게 무척 중요한 사안입니다. 각 업체들이 점주들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따라서 롯데나 신세계 입장에서는 미니스톱을 품고 재계약으로 풀리는 다른 점포들을 흡수한다면 충분히 상위 업체들과 경쟁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트렌드가 점포 수보다 각 점포 별 수익성 확보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점포 수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뼈대인 점포 수가 많고 든든해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를 막아라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전에 참여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신세계입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의 입장에서는 이마트24의 성장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물론 아직 이마트24가 세븐일레븐과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신세계의 전략을 되짚어보면 언제든 세븐일레븐을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유통 맞수인 만큼 자존심도 걸린 문제입니다.
롯데 입장에서는 이마트24의 성장을 원천 봉쇄할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가 이번 미니스톱 인수전에 예비입찰 때부터 참여하지 않고 본입찰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에 인수 직전까지 갔던 만큼 롯데도 처음부터 미니스톱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면서 "예비입찰 때 뛰어든 경쟁자들을 보고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 본입찰에 전격적으로 참여키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니스톱 인수전에 신세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재 이마트24 입장에서는 미니스톱이 가진 2600개의 점포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롯데도 이에 대응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예상보다 미니스톱의 가격이 더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니스톱 인수전은 이제 롯데의 참전으로 유통 맞수의 대결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롯데도, 신세계도 인수해야 하는 명분은 충분합니다. 다들 내부적으로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겁니다. 미니스톱은 과연 지난 2018년때와 달리 이번에는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을까요? 그 새 주인은 누가 될까요? 여러분들은 누구라고 보시나요? 함께 지켜보시죠.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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