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 울리며 시속 265km로 슝~CES 무인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 가보니

라스베이거스/김성민 특파원 2022. 1.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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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CES가 열리는 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 경기 참가 레이싱카의 출발 페이스를 조절하는 페이스카가 출발하자, 사람이 타지 않은 자율주행 레이싱카 1대도 서킷을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른 자율주행 레이싱카 1대도 뒤따라 달렸다. 두 무인 자율주행 레이싱카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차량들의 속도는 시속 145마일(233㎞)까지 치솟았다. CES의 관련 행사인 ‘자율주행 챌린지 CES’다.

이 대회는 고속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이는 것으로, 1.5마일(2.4㎞) 타원형의 레이싱 경기장을 1차 예선을 통과한 5대의 자율주행 레이싱카가 질주했다. 독일의 뮌헨공대, 한국의 카이스트, 이탈리아 밀라노공대 등 전기·전자 제어,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서가는 세계 대학 5개 팀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카이스트 심현철 교수가 박사 과정 5명과 함께 팀을 이뤄 나왔다. 고속 무인 자율주행 챌린지는 작년 10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도 경기가 있었다. 당시엔 독일 뮌헨공대가 우승했다.

7일(현지시각) 열린 CES 무인 자율주행 레이싱. 카이스트의 자율주행 레이싱 차량. /김성민 기자

고속 자율주행 레이싱카를 구현하는 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빠르게 달릴 때 주변 장애물과 전방을 확인하는 레이더와 라이다, 센서 등이 고속으로 작동해야 한다. 서킷을 달릴 때의 타이어 온도, 차량의 떨림 등도 실시간 포착해 찰나의 순간에 자동차를 제어해야 한다. 카이스트 팀을 이끌고 대회에 참여한 심현철 교수는 “시속 100km 후반에서 200km 초반대에 센서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 동력기관에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라며 “현재 유럽 대학들의 실력이 가장 좋고, 이들은 시속 250㎞ 이상까지 낸다”고 했다.

경기 방식은 간단했다. 1대 1 토너먼트 형식으로 두 차량이 차례로 출발해, 서킷 안쪽을 달리는 차가 방어(Defender)를, 바깥쪽을 달리는 차가 공격(Attacker)을 맡는다. 공격 포지션 차량이 방어 포지션 차량을 속도로 추월하면 승리한다. 실제 레이스처럼 모든 차량이 동시에 출발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자율주행차가 그만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아직 고속으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와의 충돌을 피하는 영역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여러 대의 차가 동시 출발해 서로 추월하고 추돌을 피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에 나선 5대의 레이싱카는 CES 측에서 제공한 동일 차종이다. 차량에 장착된 자율주행에 필요한 부품들도 똑같다. 각 차량마다 레이더 3개, 라이다 3개, 카메라 5대, GPS 2개가 달렸다. 각 팀마다 차이점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어느 팀이 개발한 고속 무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더 나은지를 겨루는 것이다.

7일(현지시각) 열린 CES 무인 자율주행 레이싱 ./ 김성민 기자

경기가 시작됐고, 한국의 카이스트 팀은 미국의 오번대학 팀과 첫경기를 펼쳤다. 굉음을 울리며 서킷을 질주하던 카이스트의 무인 자율주행 차량은 3바퀴째에 시속 80마일(129㎞)로 달리던 오번대 팀을 시속 100마일(160㎞)로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오번대 팀 차량은 GPS 작동 오류로 서킷에 멈춰섰다.

한 차례 승리한 카이스트 팀은 오후 1시40분쯤 이탈리아 밀라노공대 팀과 경기를 펼쳤다. 카이스트 팀은 방어 포지션을 맡아 시속 115마일(185㎞)로 달렸지만 시속 125마일(201㎞)로 달리는 밀라노공대 팀에 패해 4위에 머물렀다. 카이스트를 이긴 밀라노공대 팀의 차량은 결승전에서 시속 265㎞를 돌파하며 뮌헨공대 팀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고속 자율주행이 완벽한 건 아니었다. 결승전에서 뮌헨공대의 차량은 잘 주행하다가 갑자기 휘청이며 서킷을 벗어나 멈췄다. 경기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모데나·레지오 에밀리아대 팀의 차량도 주행 중 방향을 잃고 서킷 옆 벽을 들이박았다. 갈길이 먼 것이다.

심 교수는 “유럽팀은 차량이 가진 힘의 90%까지 고속 자율주행을 구현하지만, 우리는 아직 80% 수준”이라며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센서 인식 기술 등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고속 자율주행 기술이 제대로 개발되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속도로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다면 모빌리티 기술과 흐름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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