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그리고 '미싱타는 여자들' [편파적인 씨네리뷰]
[스포츠경향]
■편파적인 한줄평 : 또 기억해야할 그들의 이야기.
수많은 노동인권 열사 중 ‘시다 7번’ ‘미싱사 1번’ 등으로만 불렸던 앳된 소녀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은 ‘전태일’ 뿐만은 아니다. 다시금 꺼내보고 기억해야하는 이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감독 이혁래, 김정영)이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1977년 9월 9일 청계노조가 운영하던 노동교실을 폐쇄한 국가폭력에 맞서 투쟁한 여공들의 그때와 지금의 이야기다. 갓 스무살도 안됐던 꽃다운 소녀들이 이제는 환갑을 바라보는 장년이 되어 어제와 오늘을 재조명한다.
뒤로 갈 수록 힘을 받는 영화다. 시작은 잔잔하나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세 주인공과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들이 충격적 ‘그 날’을 떠올리면서 담담하게 밝히는 사건의 진실엔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젖게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국민학교만 졸업하곤 가족과 생계를 위해 평화시장 시다로 들어온 어린 여공들. 전태일의 분신을 두고도 ‘깡패같은 놈이 죽은 사건’으로만 알았다는 이들이 어떻게 노동 인권에 눈 뜨고 조합까지 제 발로 찾아가 뜨거운 역사에 휘말리게 됐는지 과정을 직접 밝히며 108분간 눈과 귀를 붙잡아둔다. 또한 당시 꽃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과 공소장, 재판 받은 기록, 감옥으로 보낸 편지 등 여러 자료가 교차편집되며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객석에 전달한다.
특히 작품 말미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소녀 투사들이 40년 만에 평화시장을 찾아 곳곳을 둘러보며 옛 기억과 마주하는 순간은 뭉클한 무언가를 넘어선다. 평화시장 벽에 걸린 자신의 옛 사진을 바라보며 “20대의 나를 사랑한다” “그때도 잘 살았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 “참 수고했어”라고 위로와 사랑을 건네는 그들에게선 엄마가 보이고, 소녀가 보이고, 나아가 개인의 고귀한 역사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이들이 함께 모여 노조에서 자주 불렀던 ‘흔들리지 않게’ 역시 영화의 미덕이다. 여성 조합원들의 고초와 슬픔, 그리고 이 모든 걸 이겨낸 지금의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뒤섞이며 웅장한 전율을 선사한다.
다만 진입장벽은 높다. 노동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면서도 초반 시동이 다소 늦게 걸리는 탓에 자칫 지루한 첫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오는 20일 개봉.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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