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대선지식창고] 이력의 달인-심상정, 안철수 편
[파이낸셜뉴스]생애 첫 투표를 기억하고 있나요? 학창시절 반장, 회장 선거에서 표를 행사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때는 어떤 후보가 나와 친한지 등의 다소 유치하고 사소한 기준이 선택에 작용했을 텐데요. 그렇다면 대통령을 뽑을 때는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이상적일까요?
한 사람의 이력을 보면 그의 가치관과 비전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선 후보들의 이력에서는 후보가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공약을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 왔는지 이해할 수 있죠. 이력을 알고난 후 공약을 살펴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의도가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이력을 훑어본 지난 기사에 이어, 제3지대에서 도전장을 내민 심상정 후보, 안철수 후보의 인생과 이력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심상정, ’철의 여인’과 ‘심블리’ 그 중심에서
심상정 후보는 사회 운동, 노동 운동을 통해 질풍처럼 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심상정은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에 진학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던 활발한 학생이었는데요.
서울대학교 재학 중, 남학생 중심의 문화에 반기를 들고 여학생으로만 모임을 구성하는 등 사회 변화를 위해 불꽃같은 개혁 의지를 다지게 됩니다. 서울대 총여학생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우먼 파워’의 초석이 되기도 했죠.
심상정은 대학교 3학년 때 노동 운동에 나섰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존중받지 못한 채 혹사당하는 구로공단 여공의 삶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죠. 심상정은 재봉사 자격증을 따고 1980년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했습니다. 그 후, 25년간 노동 현장에 몸 담으며 노동 현장의 문제를 몸소 공부했죠.
그는 여공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하고, 서울노동운동연합 창립에 동참하며 노동 운동의 중심에 섰습니다. 동맹파업을 주도했을 때에는 현상금 500만 원이 걸린 공개 수배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당시 그는 언제든 구두를 벗고 맨발로 철조망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면서까지 노동 운동에 임한 것이죠.
그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사무처장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죠. 이후 사회와 노동 문제에 대한 그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2004년, 심상정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진보신당을 창당해 대표를 지냈습니다. 2012년에는 통합진보당 탈당파와 모여 진보정의당을 창당하고, 2013년에는 지금의 정의당을 창당했죠.
그는 2004년 비례대표를 시작으로 2012년 제19대, 2016년 제20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경기 고양 갑 지역구에 당선됐습니다. 국회 입문 당시 삼성 그룹의 순환출자 문제 등을 지적하는 등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패기를 보여주어 화제가 됐습니다.
2011년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공론화하고, 2016년 관련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기업 처벌을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젠더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죠.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대한민국 최초의 ‘성인지예산제도’를 만들고, 은행권의 성차별 채용을 공론화하며 여성과 노동자들의 인권을 강조해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 왔습니다.
-스펙이 곧 자산! 경험 하면 안철수, 안철수 하면 경험!
의사, 프로그래머, 교수, 벤처 기업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이력을 자랑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강사로 부임했는데요.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의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돌연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발을 내딛더니 1993년에는 국내 최초의 백신 프로그램이자 상용 소프트웨어인 ‘V3’를 개발해 정보 보안 업계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이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 성공한 벤처기업가까지 되었죠.
굵직한 업적을 남긴 그는 2005년 안철수연구소 CEO에서 물러난 후 KAIST 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지내며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그를 존경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졌죠. 그는 ‘시골 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작가, 방송인 김제동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청년과 소통하는 젊은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안철수는 2012년 제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에 진통을 겪은 후 몇 달 만에 불출마로 입장을 바꾸고 미국으로 떠났죠.
돌아와 치른 2013년 제19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60.5%의 투표율로 노원병 지역구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2017년 제19대 대선, 2018년 서울특별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는데요. 모두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2012년부터 줄곧 무소속이던 안철수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았다 탈당한 뒤 김한길, 천정배 등과 함께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했습니다. 당시 당의 대표였던 안철수는 바른정당과 합당을 강행하여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출마했죠.
낙선 후 그는 독일 뮌헨 근교의 막스 플랑크 혁신과 경쟁 연구소에 초빙 연구원 자격으로 간 연수를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 방문학자로 활동하며 학문적 소양을 키우고 비전을 넓혔습니다.
그가 정계로 돌아온 것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귀국 후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2016년 창당했던 국민의당과 동일한 이름의 신당을 창당하여 대표가 되었죠. 그리고 마침내 국민의당의 당 대표로서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현재 활발히 대선을 향한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긴 영화의 결말은 과연?
많은 관심을 받는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들보다 한 발 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심상정, 안철수 후보. 제3지대에 있지만 민생을 어루만지고 정치를 향해 쓴소리를 던지는 행보는 어느 후보들보다도 적극적입니다.
역대 대선의 대부분이 그러했듯, 이번 대선에서도 여당 혹은 제1야당의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까요? 아니면 모두의 예상을 뚫고 제3지대의 후보들이 승기를 들어 올릴까요? 이 영화의 결말은 여러분의 투표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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