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잇는 사랑의 목도리..부치지 못한 '정성'
[앵커]
요즘 같은 매서운 한파에 외출할 때 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목도리하시는 분들 주변에 많으실텐데요.
네. 우리보다 북한의 겨울이 훨씬 추울텐데 방한용품이 혹시 부족한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요.
최효은 리포터! 북한 어린이들한테 전달하기 위해 목도리를 만드는 현장에 다녀왔다고요?
네. 직접 가서 봤더니 자원봉사자들이 벌써 10년째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때문에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데 목도리 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은 북한으로 목도리를 보내지 못했는데요.
수천 개의 목도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북한에 목도리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정성을 모으고 있는 현장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대북지원단체 ‘하나누리’ 사무실.
직원들이 책상 가득 쌓인 목도리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전이슬/하나누리 간사 : "(이거 바늘 갖고 와야 될 거 같은데요. 마무리 이상한 거.) 너무 심각하네. 그 친구 따로 빼주시면."]
이 단체는 올해로 10년째 목도리 뜨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전이슬/하나누리 간사 : "후원자분들이 보내신 목도리에요. 근데 이걸 저희가 목도리를 뜨실 수 있게 털실 혹은 뜨개 도구를 같이 보내드리면 그걸로 뜨시고 완성품들만 저희한테 보내주시는 거거든요."]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으로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던 2011년.
이 단체는 민간교류라도 지속되길 바라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전이슬/하나누리 간사 : "북한이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18도거든요. 그래서 방한용품이 실제로도 아주 많이 필요하고 한민족이 이렇게 목도리처럼 촘촘히 엮여 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목도리를 선택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북녘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참여했는데요.
이제는 매년 3천여 개의 목도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통일과 평화의 의미를 담아서 만든 목도리가 이제 2만 3천여 개에 이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목도리를 만들던 학생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하는데요.
겨울방학이 막 시작된 인천의 한 고등학교.
방학을 반납한 채 뜨개질 삼매경에 빠진 남학생들이 있습니다.
["(모르겠는데 당겨봐. 당겨봐). 마무리를 하려면 실을 남겨야 되는데 이게 실 하나로 한 거라서 꼬이지 않을 거예요. 괜찮아 괜찮아"]
막상 뜨개질을 시작했지만, 처음엔 왜 북한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목도리를 한 땀 한 땀 뜨면서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최수한/동인천고등학교 2학년 : "저도 북한에 대해 안 좋은 생각 이런 게 있었는데 북한하고 서로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를 하면 어느 정도 (좋아지지 않을까) 그럴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했고 통일이나 평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목도리 뜨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임유찬/동인천고등학교 2학년 : "(저도 한번 가르쳐 주세요.) 이걸 위에는 시계방향으로 감고 아래는 반시계 방향으로 위에는 시계 아래는 반시계 계속 반복을 (제 실력으론 몇 시간 걸릴까요) 그래도 3일은 걸리지 않을까요."]
그런데 북한의 국경 봉쇄로 인해 정성스럽게 뜬 목도리를 전달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임유찬/동인천고등학교 2학년 : "겨울이라 추운데 목이 추울 텐데 빨리 보내야 될 텐데 제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목도리인데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평소 학교에서 통일 교육을 진행하던 이은영 선생님은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작은 관심이라도 가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은영/동인천고등학교 교사 : "저희가 평화와 관련해서 아이들과 함께 서로 의사소통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그냥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참여를 하게 하고 싶었어요."]
저는 처음 떠보는 목도리라서 참 어설프기만 한데요. 지금은 이렇게 목도리들을 북한엔 보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북한과 교류할 방법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나누리’는 코로나 유행 전까지만 해도 직접 북한을 방문해 목도리를 전달해 왔는데요.
통일부에서 대북 반출 승인을 받아 주로 함경북도 나선 지역 유치원과 보육원에 보냈다고 합니다.
북측도 적극적이진 않아도 내심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시했다고 하는데요.
[전이슬/하나누리 간사 : "2020년 1월에 북에 들어가기로 계획이 돼있었어요. 근데 국경 봉쇄가 되면서 저희가 못 들어갔던 거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지난 7월에 북에서 물자를 받겠다는 움직임이 있고 저희도 연락을 받아서 다시 들여보내려다가 그것도 무산이 돼서"]
그렇게 중국과 국내에 있는 물류창고에는 북녘에 전하지 못한 목도리가 쌓여가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예전처럼 목도리를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전이슬/하나누리 간사 : "지금 남북 관계는 우리가 가장 인간으로서 필요한 부분들을 최소한의 부분들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 그 정도의 교류라도 빨리 물꼬를 터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1미터 남짓 작은 목도리는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메시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목도리에 담긴 작은 정성들이 모여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오기를 기원해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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