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새해에도 '공연 정치'..경제난 속 한계
[앵커]
지난주 신년특집 방송에서도 전해드렸지만, 북한은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맞이 경축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자정 너머까지 실황 중계했습니다.
네. 수만 명의 평양 시민들이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특별공연이 펼쳐졌고, 오색찬란한 불꽃들이 밤하늘을 밝혔습니다.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써가며 대규모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김정은 체제 공연정치의 특징과 한계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2021년 마지막 날 평양 김일성광장.
신년 경축 공연을 보려는 평양 시민 수만 명이 모여들었다.
하나둘, 조명이 꺼지고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北 노래 ‘설눈아 내려라’ : "설눈아 내려라. 어서야 내려라. 산에도 눈에도 하얗게."]
북한의 대중가요부터 김정은 위원장 찬양가까지..
[北 노래 ‘김정은 장군께 영광을’ :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 장군께. 영광을 드립니다. 김정은 장군께."]
만수대예술단을 비롯한 여러 예술단체의 합창 공연이 50여 분 동안 이어졌다.
뒤이어 2022년 새해를 알리는 시계탑 종소리가 울리자 화려한 불꽃들이 평양의 밤하늘을 물들였다.
[조선중앙TV/1월 1일 : "축포가 오릅니다. 새해 2022년의 경축의 축포가 터져 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비상 방역 상황에서도 예년과 다름없이 대규모 공연과 불꽃 축제를 강행한 북한.
그 이면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북한의 주요 공연과 행사들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과 함께 큰 변화를 맞았다.
전에 없던 대형 무대와 화려한 레이저 조명들이 등장하는 등 대중성이 한껏 높아졌다.
대규모 불꽃 축제는 김정은 체제의 가장 특징적인 공연 예술로 평가된다.
새해맞이 축포 행사의 경우 주민 반응이 뜨거웠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예전에 그런 불꽃놀이를 많이 했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테지만, (신년 불꽃놀이가) 처음 보는 대규모 행사였거든요. 북한은 원래 전기 사정이 안 좋다 보니까 저녁에 일찍 잠드는 습관이 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밤 10시면 잤어요. 8시 정도는 초저녁이었고요. 10시는 자는 시간이었는데, 12시에 (불꽃놀이) 행사를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자지 않고 설레는 맘으로 나와서 행사를 구경했단 말이에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행사였어요."]
2019년 북한은 신년 경축 공연에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새해맞이 공연을 처음으로 야외에서 진행한 것이다.
모두 실내에서 진행됐던 예전 새해맞이 공연과 달리 대형 무대가 김일성광장 한가운데 들어섰다.
[이지영/2020년 탈북 : "(2019년 신년공연에) 모란봉악단이랑 배우분들도 나오셨거든요. 텔레비전에서는 많이 보지만 실제 생활에선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무대에서 직접 볼 수 있으니까 많이 좋아했던 거 같아요."]
이날 공연의 정점은 밤하늘에 새겨진 새해 메시지였다.
수십 대의 드론까지 동원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연정치는 심야 열병식으로까지 확대됐다.
[조선중앙TV/2020년 10월 : "10월의 밤하늘을 환희롭게 장식하는 영용한 비행사들에게 평양 시민들과 관중들이 환성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당 창건 기념 열병식 행사에선 형형색색의 LED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불꽃을 터뜨리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함께 열린 조명축전에는 건물 외벽에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미디어 파사드 기법도 동원됐다.
지난해 북한의 주요 기념일 행사들도 대부분 야간에 진행되면서 첨단 장비들이 다양하게 활용됐다.
공연이나 행사 대부분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하고 있는 북한.
결국 화려한 공연의 주목적은 선전에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TV : "황홀한 풍경 속에 빛나는 승리상을 바라보시며 생각도 깊으셨던 우리의 총비서 동지"]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심야 열병식의 불꽃놀이부터 LED를 단 드론까지 동원하는 것은 선전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대중에게 일종의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각종 레이저 조명이 동원된 야간 행사를 자주 여는 것으로 봐서 시각화를 통한 선전선동에 꽤나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맞이 공연이 끝났지만, 평양은 여전히 화려한 야경을 유지하고 있다.
가로수엔 형형색색의 전구가 달려 있고,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평양 시민들은 이런 불빛에서 새해의 희망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평양시민 : "이렇게 아름다운 밤 풍경은 더 좋아질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평양시민 : "맞이하는 새해에도 눈부신 성과만을 이룩하자는 우리들의 마음, 그 눈빛들이 수도의 불 야경 속에 다 담겨있는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
북한이 계속되는 경제난 속에서 신년 공연을 개최한 이유도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사회주의는 인민에게 혁명에 대한 자발적 동기 부여를 끊임없이 고취시켜줘야 합니다. 이번 북한의 신년맞이 대규모 공연과 불꽃 축제는 이런 맥락에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이 공들이는 공연정치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대규모 공연과 행사가 평양에 집중돼 있어 전기가 부족한 지방에선 TV 중계로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지영/2020년 탈북 : "평양 시내 사람들에게나 그런 (선전)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닐까요? 사실 지방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거든요. 지방하고 평양하고의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 그걸 실황 중계해서 방영을 한다고 해도 지방은 전기가 안 나오기 때문에 웬만한 집들에선 그걸 그렇게 자주 챙겨보지 않거든요."]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신년 경축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체제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해마다 화려한 공연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KBS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경기 좋다는데 주가는 반대…“1,200원 된 환율을 보라”?
- ‘응급 드론’이 3분 만에 배달…심장마비 환자 살렸다
- [영상] 12명 목숨 앗아간 美 필라델피아 화재는 다섯 살 어린이의 불장난 때문?
- 대리운전·배달기사도 고용보험 가입…현장서는 “수수료 폭탄”
- 코로나19 확진 임산부 국내 첫 사망…신생아는 ‘음성’
- 조선 ‘내방가사’ 전시회…한글로 뽐낸 여성 주체성:서주연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사 인터뷰
- 스타벅스 최대 400원 올린다…인상 적절성 논란
- “천장 콘크리트도 곳곳 뚫려”…참혹했던 화재 현장
- “오미크론 대유행하면 3월 확진 2만 명, 최악은 8만 명”
- 화재로 중증 장애인 숨져…안전알림 지원 대상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