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 경쟁만큼 뜨거운 남북한 무기 개발 담당자 설전

박대로 2022. 1. 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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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작년 9월부터 남북 무기 개발 경쟁 점화
무기 개발자들 공개석상에서 상호 비판
거듭된 설전, 北에 이중 기준 빌미 제공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두 장의 조합 사진에 북한 모처에서 11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의 발사 모습이 보인다. 북한은 지난 주말 새로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한미일간 북핵 관련 회의가 예정된 즈음에 한반도 안보 정세에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09.13.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남북한 무기 개발 담당자들이 공개석상에서 기술 수준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비 경쟁만큼 뜨거워지는 공방 속에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남북 군비 경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지난해 9월2일 국방부는 핵심 표적에 대한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북한은 같은 달 13일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존재를 공개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9월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15일에는 철도기동미사일연대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KN-23)을 쐈다.

한국군이 이에 응수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서욱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다. 이 밖에 국방과학연구소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항공기 분리 시험, 탄두 중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 등에 성공했다고 같은 날 한꺼번에 발표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우리나라가 독자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최종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국방과학연구소가 15일 밝혔다. 사진은 15일 오후 우리 군이 독자설계하고 건조한 최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는 SLBM.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영상 캡처) 2021.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이 또다시 응수했다. 북한은 9월28일 극초음속 활공체 화성-8형을 시험 발사했다. 10월19일에는 8·24 영웅함에서 신형 SLBM을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지난 5일 다시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다며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처럼 남북이 경쟁적으로 신무기를 개발하고 시험하는 가운데 양측 무기 개발 담당자들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상대방 무기의 허술함을 공격하는 것을 넘어 연구 활동 전반에 관한 품평을 하며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북한 무기 개발 담당자 중 최고위 인사인 장창하 북한 국방과학원장은 지난해 9월20일 '남조선의 서투른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이라는 글에서 한국의 SLBM 발사를 혹평하며 "남조선은 계속 쏟아져 나오는 우리의 미사일 개발 소식에 더더욱 커가는 안보 불안을 어떻게 하나 눅잦히고 자기들이 강력한 선진 국방기술 보유국이 됐다는 것을 내외에 알리고 싶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원장은 "이번에 남조선이 공개하고 크게 광고한 미사일이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이라고 볼 때 초보적인 걸음마 단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아직은 남조선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전략 전술적인 가치가 있는 무기로, 위협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일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한국 무기 개발 총책임자인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장이 북한 순항미사일을 혹평했다.

박 소장은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순항미사일 분야를 보면 북한은 최근에 아음속, 즉 소리 속도 보다 느린 비행기 엔진으로 가는 것을 2차례 시험 성공했다고 했지만 저희는 20년 전에 이미 개발 완료해 전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신형 SLBM 발사 장면. 2021.10.20.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어 "9월15일에는 순항 속도가 소리의 100배 이상 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도 개발했다. 세대가 다른 것을 개발한 것"이라며 "이런 기술적 차이를 비교하면 개발 경험으로 비춰 봐도 순항미사일 분야에 있어서는 20년 정도 차이가 있다"고 북한과의 수준차를 재차 강조했다.

잦아드는 듯했던 양측의 충돌은 신년 벽두부터 재개됐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의 능동구간 비행 조종성과 안정성, 측면기동 기술 등을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미사일이 120㎞를 측면기동하고 700㎞에 설정된 표적에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액체연료 앰풀화가 재검증됐다고 북한은 밝혔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부문에서의 연이은 시험 성공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 전략 무력의 현대화 과업을 다그치고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을 완수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자 한국 무기 개발 담당자들이 해당 무기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국방과학원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6일 보도 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2.0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9월28일 쏜 HGV(극초음속 활공체)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북한이) 가야 할 길이 멀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급하게 4~5개월 만에 (다시) 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현무-2C(탄도미사일)도 (고도) 100㎞로 올리면 마하 9 정도 된다. 우리도 극초음속"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표현 안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탄도탄은 포물선이지만 이것(극초음속 활공체)은 수평으로 비행한다. 그래서 밑이 납작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쏜 원추형은 저항이 너무 크다. 공기 것에서 오래가면 열이 많이 난다. 그래서 내열 설계가 어렵다. 북한이 사거리 짧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앞으로 넘어야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 무기 개발 담당자들이 이처럼 강도 높게 비판함에 따라 북한 국방과학원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 이미 8차 당 대회를 통해 극초음속 무기 등 각종 신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만큼 북한으로서도 초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반론을 제기하거나 추가 발사를 통해 성능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무기 개발 경쟁과 거듭된 설전이 북한에 핵·미사일 역량 강화를 위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고 북한의 '이중 기준' 주장에 근거를 제공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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