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 김성모가 MZ세대에게 "당신도 알잖나, 노력해야 성공한다"

최경민 기자 2022. 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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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아카이브]1-③'만화의 신' 김성모 인터뷰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 아카이브'는 인터뷰 전문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김성모 만화가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근성의 신' 혹은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만화가 김성모 작가의 경기 안양 화실을 지난 3일 찾았다. '쇼미더 럭키짱'이 네이버 웹툰 1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다. 특히 '월화수목금' 연재를 하며 '미리보기 30개'를 쌓아놓은 근성의 원천을 질문하려했다.

화실 곳곳에는 '김성모 굿즈' 박스들이 널려있었다. 그 박스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학원물(럭키짱), 범죄 액션(대털), 판타지(마계대전), SF(스타크래프트), 스포츠(스터프 166km) 등 안 한 장르가 없는 김 작가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시도로 자신의 '혈맹'이라 불리는 30여명들의 직원들을 책임지고 있음을 '굿즈 박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근성'은 '책임감'과 동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의 직원들은 김 작가를 '대장'이라고 불렀다.

김 작가는 자신과 15살 차이나는 MZ세대 박태준 작가의 스토리를 받아들여 '쇼미더 럭키짱'을 내놨다. 자신의 세계관을 비틀고 패러디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0대 작가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독자들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바뀌고 변신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재미있는 만화를 빨리, 많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30년간 생각한 작가의 책무"라며 "옛날부터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다른 작가들이 고리타분한 작가주의를 말할 때 나는 '만화는 돈'이라고 했다. 돈을 벌어야 스태프들에게 돈을 주면서 작품도 좋아진다. 나를 '쓰레기 작가'라 한 사람들도 있지만 현재 그 시대부터 살아남은 것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요즘 사람들도 안다. 노력을 해야 성공을 한다. 어느 시대가 되든 간에 그게 기본 공식이다. 근성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는 '나도 해보리라'와 같은 갈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근성론'을 설파했다. '노력'이 '노오오오력'으로 불리는 시대에도 성공의 법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찐터뷰' 기사를 통해 재구성했던 김성모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을 8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김 작가는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삶의 태도 또한 '근성' 그 자체였다.

- 인터뷰에 선뜻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지금 50대다. 20대 한창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30대도 아니다. 그래서 알려야 한다. 살아 있다고, 살아 있으니 나를 보라고. 이렇게 알려줘야 한다."

- 휴식이라는 걸 해봤나.
▷"휴식해본 적이 없다. 데뷔하고 단 한 번도 쉰적이 없다. 돈벌어야지 하하하. 지금 30명이 좀 안 되는 직원과 함께 하고 있다."

- 직원들과 함께하기 위해 작업을 계속하는 것인가.
▷"우리 화실은 모토가 '히트 쳐서 빵빵 놀자'가 아니다. 만화 그려가지고 끝까지 먹고 살자. 그게 모토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거다. 이왕하는 거 히트치자. 그런 거다."

- 1990~2000년대 만화책을 평정했던 만화가가 20년 후 웹툰에서 1위를 한 게 대단하다.
▷"내가 웹툰에 들어가면 다 죽여버린다 이런 생각이 있었다."

네이버 웹툰을 평정한 '쇼미더 럭키짱'/사진=네이버 웹툰 캡처

- 그런데 2012년부터 시작했던 '돌아온 럭키짱'은 성적이 안 좋았다.
▷그때는 신문연재를 3개나 했다. 그때 최고가 지면 신문이었다. 네이버 쪽에서 웹툰을 해보자 할 때 너무 대충했다. 전념을 아예 안 했다. 그래서 성적이 안 좋았다.

- '돌아온 럭키짱' 이후 10년만에 웹툰 평정의 기회가 왔다.
▷"'쇼미더 럭키짱'의 경우 내가 혼자 한 게 아니다. 박태준 작가가 스토리를 썼다. 철저하게 박 작가의 구상이다. 나에 관한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들을 비틀어서 인기가 있는 것 아니겠나. 이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 기획해 나갈 것이다. 정말 냉혹한 현실, 인간의 희망과 좌절, 분노 이런 걸 보여주는 게 내 만화다. 그게 내 특기다. 그런 정통파 극화를 준비하고 있다."

- 그것도 웹툰으로 나오나.
▷"웹툰으로 해야죠. 액션이다. 액션인데,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는 내용이다. 그들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 예전 인터뷰를 보니까 외과의사 이야기를 준비한다고 하던데.
▷"그건 내가 한 70살 먹어서 할거다. 하하하."

- MZ세대 작가인 박태준 작가와의 작업에서 "이런 건 너무 나가는 거 아닌가"와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했나.
▷"스토리와 그림은 전부 내가 사전 검토를 하고 있다. 박태준 작가의 작업에 제동을 건적은 딱 한 두 번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작업상의 의견토론 정도다. 박태준 작가와 꽤 나이차이가 나도(15세 차이) 우린 의외로 잘 맞는다."

- 제동을 건 것은 어떤 부분이었나.
▷"태준이도 자기가 볼 때 좀 이상하다고 알아서 고치더라. 나도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랬다. 박태준 작가는 내가 볼 때 천재다. 내가 아는 만화가 후배들 중 제일 반짝반짝하다. 그림도 잘 그린다. 처음에는 모자란 점이 많았는데, 박 작가가 노력형이다. 항상 열심히한다. 인성도 좋다. 차후 우리나라 만화는 박태준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의외로 잘 맞았다면, 처음에는 안 맞을줄 알았나.
▷"나를 보면 후배들이 경직된다. 그런데 태준이하고는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았다. 처음에 보니까 귀엽더라. '형'이라 하라 했다. 심리적 장벽을 깰 수 있을 만큼 친해졌다. 2018년에 트레이싱 논란 때문에 야인이 돼 구르고 있는데 '형, 나 형이랑 이런거 하고 싶어요' 그러더라. 그때부터 '쇼미더 럭키짱'을 얘기한 것이다. 태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내 만화의 광팬이었다. 진짜 놀라운 게 태준이가 스토리를 쓰는데 내가 쓴 거 같다. 그러니까 내 만화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감동이 밀려오더라. 이 놈이 말로만 내 팬이라는 게 아니라 내 전 작품을 다 본 거구나. 이게 느껴지더라."

'쇼미더 럭키짱'의 투톱 박태준 작가(왼쪽)와 김성모 작가./사진='침착맨' 유튜브 캡처.


- 젊은 작가와 작업하면서 나오는 어려움, 전혀 그런 게 없는거 같다.
▷"없다. 으하하하."

- 그림도 보면 김성모 특유의 극화체에 웹툰 식 접근법을 접목한 거 같다.
▷"웹툰도 결국은 만화라는 큰 테두리안에 속해 있다. 기본 만화극화 작화에 웹툰식 접근도 섞어 넣은 것이다. 바뀌고 변신해야 살아남는다."

- '바뀌고 변신해야 살아남는다'는 말, 성공한 기성 작가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거 같다.
▷"변화를 줘야 한다. 인간은 변화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확인한다. 항상 어떤 생각을 할 때 안주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거나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작가의 모든 것은 독자만족이다. 독자들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 독자들은 '쇼미더 럭키짱'의 미리보기가 30개에 달한다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
▷"큰 게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재미있는 만화는 빨리, 많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내가 30년간 생각한 작가의 책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근성을 불태웠다. 우리 화실은 동시에 10개 타이틀 정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팀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시했던 게 팀워크다. 나랑 끝까지 만화로 벌어먹고 살다가 죽자는 것이다. 그게 혈맹이다."

- 과거 어떤 인터뷰를 보니까 '대털'에 들어갈 때 '다 죽여버리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했었다. 지금도 똑같은가.
▷"똑같다. 나는 다른 만화가의 작품들은 나의 스승이자 적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보면서 연구하면서도, 내가 뛰어넘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한다. 히트작을 보면 저 작가의 전투력과 나를 비교한다. 속된 말로 하면 철이 덜들었다 볼 수 있다."

김성모 만화가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 철이 너무 잘 든 게 아닌가.
▷"언제든지 싸운다 이거다. 나는 전사다. 그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 50대에 접어든 느낌을 묻는 건 의미가 없겠다.
▷"나이는 숫자다. 내 마음이 늙어져야 하는 거지. 사실은 지금 화실을 재건한 것이다. 2018년 고교생활기록부 '트레이싱 논란' 여파 때문에 무너졌었다. 3년 동안 화실을 재건해서 다시 올라왔다.

- 처음에는 '고교생활기록부' 분위기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
▷"3주만에 1위를 했다. 방방떴다. 다 쓸어버리겠다고 그랬다. 그렇게 쓸었는데, 후배가 슬램덩크를 갔다가 써버렸다. 3년간의 자숙시간이 있었다. 얼마나 비참했는지 아나. 후배들이 만화를 안 하면 뭐하겠나. 노가다, 청소, 택시운전, 대리 등을 이 나이에 하더라.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다시 하자고 했다. 너의 실력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의 터전을 만들었다."

- 그리고 보니 학원물, 범죄, 액션, 스포츠, 판타지 등 여러 장르를 시도했다.
▷내가 보물섬으로 만화가를 시작했다. 이후 청소년물을 했다가 성인물로 갔다. 그리고 신문으로 갔다가 웹툰으로 온 것이다. 김성모라는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작품 성향은 놔두고, 외적인 모습은 다 변화를 주는 것이다. 가령 성인물을 했다면 사창가, 도둑놈, 건달, 깡패 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그 시대에 사람들이 관심가질 만한 부분을 파고든다. 그런 기획과 스토리를 다르게 나가는 게 변신이라 생각했다.

- MZ세대가 김성모의 만화를 좋아하는 건 그런 꼰대스러움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젊은 작가의 방패가 돼 '하고 싶은거 해보라'고 판을 깔아주는 이런 면을 좋아하고 리스펙트하는 거 같다.
▷"나는 원래 그랬다. 다른 작가들은 고상한 만화만 그렸다. 그들이 고리타분한 작가주의를 말할 때 나는 '만화는 돈'이라고 했다. 돈을 벌어야 오래간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돈이 있어야 그걸 밑천으로 좋은 작품이 나온다. 작가 혼자서는 절대 롱런을 못한다. 만화 작업은 너무 할 게 많다. 피가 마른다. 뇌 세포가 날아가고 뼈가 부러지는 듯한 그런 작업이다. 이걸 혼자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 작가를 도와주는 스태프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헛소리하지 말라했다. 돈을 벌어야 그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서, 작품도 좋아지는 거라고 했다. 그 당시 그런 얘기를 했다고 욕을 먹었다. 쓰레기 작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작가들 중에 살아남은 건 나밖에 없다."

- 김성모의 주인공은 '근성' 그 자체다.
▷"내 주인공은 완벽하지 않다. 항상 모자르다. 그게 나다. 지켜야 할 가치, 그걸로 인해 육체보다는 정신력으로 극복해낸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 MZ세대는 노력을 '노오오오력'이라 부르지 않나. 그런데 '김성모표 근성'에는 열광한다.
▷요즘 사람들도 안다. 노력을 해야 성공을 한다. 어느 시대가 되든 간에 그게 기본 공식이다. 노력을 하고 열정을 불태워야 성공을 한다. 요즘은 열정을 왜 불태우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자기 마음 속에서 알고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정신력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가. 정신을 건강하게 했을 때 파괴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한 번도 못해본 사람들이 그걸 왜 하냐고 떠든다. 조금만 힘들어도 못하겠다고 한다."

'럭키짱'의 주인공 강건마(왼쪽)와 '대털'의 주인공 교강용


- 젊은 세대가 내면에 숨기고 있는 근성을 끄집어 내주는 것인가. 불을 붙여주는 것인가.
▷그렇다. 그렇게 진지하게 한 게 밈이 되더라. 되게 골때리더라고. 마음 속에는 누구나 갈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해보리라' 이런 게 있으리라 생각한다."

-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나.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정말 멋진 분이었다. 일반적인 교육과는 틀렸다. 초등학교 때 몸이 아파 '학교를 못가겠어요' 이러면 '약 사다줄까' 이러신다. '네 약사주세요'라고 하면 '이리오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일어나라며 발로 걷어 차버리더라. 그게 약이라 하셨다 하하. 내가 삼남매 중 장남이다. 동생들은 내가 알아서 하는 거라 했다. 어영부영 살면 안 된다 했다. 살아보니까 장남이 잘 돼야 하더라. 한 사람만 잘 돼도 집안을 일으키더라. 나는 교육을 잘 받았다. 반드시 올라선다. 반드시 해낸다 그런 게 있었다."

- 웹툰의 시대는 어떠한가.
▷"기존 작가들이 생각했던 데생, 스토리 이런 것들이 아니라 감각의 시대가 왔다. MZ세대의 감각 말이다. 그런 작가들이 나오면서 기존 극화, 기존 만화에 가치를 둔 작가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따라가기가 힘들어졌다."

- 어떻게 웹툰의 시대에 적응하려 하나.
▷"딱 한 가지다. 열정과 근성. 그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것들이 무너지다 보니까 제 또래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접은 그런 상황이 됐다. 웹툰은 이제 남은 만화 인생을 건 모험이 됐다. 인생을 건 모험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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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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