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과정, 이렇게 아름답다니"..수만년 시간 담은 특별한 사진 [사이언스라운지]

이새봄 2022. 1.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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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라운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다. 하지만 인간의 짧은 생에서 이들의 탄생과 죽음을 목도하기는 쉽지 않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인 항성은 가스, 먼지와 같은 성간 물질에서 만들어지고 성간 물질의 밀도가 높은 영역에서 물질들이 구 형태로 모여 탄생된다. 이렇게 탄생된 별들은 전주계열, 주계열, 후주계열 단계를 거치며 죽음에 이르게 된다.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과 CT전공 재학생인 정준혁 씨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수천 개 별의 광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통해 표현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열린 기초과학연구원(IBS) 제7회 아트인사이언스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IBS 아트인사이언스는 과학의 아름다움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된 과학·예술 융복합 프로젝트다. 과학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맞닥뜨린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이미지와 영상을 공모 받아 2015년부터 매년 시민에게 선보이고 있다. 2020년부터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작가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전의 형태로 개최됐다.

지구의 기원 /블룸워크 <IBS 제공>
광학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한 '지구의 기원'이라는 작품도 주목받았다. 미생물은 지구 역사의 절반 가까이 되는 긴 시간 동안 지구의 유일한 생명체였으며,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의 탄생과 생존에 근본이 되는 생물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 광학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생물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미생물의 비밀을 푸는 것이 지구의 기원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게 작품을 출품한 디자인그룹 '블룸워크' 측의 설명이다.
Mothers hands/CLARISSA ELIZABETH MARIA <IBS 제공>
리포솜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된 불규칙적인 구조들은 '엄마의 손(Mothers hands)'이라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리포솜은 지질이 만든 구형 혹은 타원형의 구조체다. 인지질 같은 분자는 한 분자 안에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띠는 부분과 물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는 부분을 동시에 가진다. 이런 분자를 물에 넣으면 친수성을 보이는 부분은 물에 접근하려고 하고, 반대로 소수성 부분은 물을 피해 소수성 부분끼리 응집하면서 동그란 구조가 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터져서 특색 있는 불규칙적인 구조들을 만들기도 한다. 울산과학기술원 학부생이자 IBS 인턴인 작가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이 구조를 보며 엄마의 손을 떠올렸다. 한국에 온 외국 유학생인 작가에게 엄마가 멀리서도 본인의 안전과 행복을 바란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것은 나무가 아니다/KAIST 강석<IBS 제공>
언뜻 보면 나무와 같아 보이지만 작품 제목처럼 '이것은 나무가 아니다'. 이는 공초점 형광현미경으로 촬영한 태어난 지 5일 된 마우스의 장 주변을 둘러싼 혈관과 림프관이다. 혈관은 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림프관은 장에 도달하면서 분해된 영양분을 흡수한다. 따라서 림프관은 안과 밖이라는 서로 다른 우주를 연결해 주는 통로이고, 이를 통해 안과 밖이라는 우주는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의 우주가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의 본질은 나무가 아니며 '서로 다른 차원을 연결하는 우주의 문'이라고 설명한다.
설화(雪花) /POSTECH 박준호 <IBS 제공>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소나무 잎이 다시 찾아온 따스한 봄 햇살에 날아온 봄꽃과 다시 만나는 장면처럼 보인다. 눈 속에서 피어난 꽃 '설화'라는 이름의 위 사진은 유기 반도체 소재인 TCNQ 필름 합성 중 찍은 광학현미경 이미지다. 작가가 대학원 박사 과정 초반 연이은 실험 실패로 힘들어하는 과정에서 유기 반도체를 합성하다 우연히 얻은 현미경 사진이다. 작가는 "당시 목표는 깔끔한 필름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유기층의 결합 이방성에 의해 와이어 형태로 자란 것을 확인해서 또 실험에 실패했다는 좌절이 먼저 들었다"며 "하지만 2년 후 원하는 연구 결과를 얻고 다음 논문을 준비 중에 다시 이 사진을 꺼내 보니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과거가 지나고 나도 봄을 맞아 이런 나날을 누리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사진을 힘들게 자신의 삶을 이겨내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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