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종전선언 침묵하더니.. 北 '미사일 추적 회피' 능력 키웠다 [박수찬의 軍]
문재인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실질적인 호응을 하지 않은 채 한미 연합군의 감시정찰 및 요격망을 돌파,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9년 모습을 드러낸 KN-23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지난해 등장한 열차 발사 미사일에 이어 지난 5일 북한이 쐈다고 밝힌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미 연합군에 치명적 일격을 가하겠다는 북한의 집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군은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지난 5일 쏜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탄도미사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의 능력과 의도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군은 북한이 주장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사거리, 측면기동 등 성능이 과장됐다는 평가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북한 미사일에 대해 “속도는 마하 6, 고도는 50㎞ 이하, 비행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700㎞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일단 평가한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개발 완료된 기동 탄두 재진입체(MARV) 탄도미사일로 본다”며 “측면기동이라는 것은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똑바로 날아가면서 지그재그로 회피 기동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이 주장한 측면기동은 선회기동으로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시험발사됐던 현무-2C와 유사한, 기동형 날개를 붙여서 정확도를 높인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이다.
군 당국이 탄도미사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극초음속활공체(HGB)는 글라이더 모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국이 개발중인 C-HGB처럼 북한이 5일 쐈던 미사일과 비슷한 원뿔형도 있다.
북한이 글라이더형과 원뿔형을 함께 개발하면서 극초음속활공체 기술 축적을 진행하는 단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5일 쏜 미사일 고도는 50㎞. 활공체가 분리되는데 필요한 높이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일반적인 극초음속미사일 특성과 비교하면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거리로 발사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할 경우 벌어질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비행거리를 줄이는 변칙적 시험을 했을 가능성, 활공비행제어 등 각 부분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실증하는데 주력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이라 주장하는 미사일의 1단 추진체가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것도 이같은 의혹을 더한다.
사거리가 5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2형은 추력이 85t으로 기술적 신뢰성이 확보된 미사일이다. 극초음속활공체가 일반 탄두보다 더 크고 무겁다는 점을 감안해도, 활공체를 고도 100㎞ 상공에 올려놓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지만, 이번 발사에서 고도는 50㎞였다.
북한은 과거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발사각을 높여 비행거리를 줄인 ‘고각발사’를 여러 차례 진행하는 등 변칙적 발사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고도나 속도를 줄이고 세부 기술실증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시험했을 가능성도 있다.
암풀화는 액체 연료가 담긴 용기를 미사일에 장착하는 것이다. 액체연료는 부식성이 강해 미사일 발사 전 주입을 해야 해 발사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려 적에게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암풀화된 연료는 미사일 내에서 수십일 동안 보관할 수 있다. 그만큼 신속하게 쏠 수 있어 적에게 탐지될 위험도 낮춘다.
암풀화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러시아가 1970~80년대 개발했다.
반면 액체연료는 추진력이 고체연료보다 강해 장거리 발사에 유리하다. 극초음속 활공체를 가능한 멀리 보내려면 1단 추진체가 강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발사체가 더 적절하다.
화성-12형은 직경이 1.7m에 이르고 추력도 강하다. 다만 액체연료의 특성상 발사준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북한은 암풀화 기술을 통해 발사 시간을 단축하면서 정확도와 사거리를 높이려 시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액체연료를 고체로 대체하려는 추세를 감안하면,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탑재 전에 기술적 특성을 검증하는 과도기적 성격의 무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성능 감시정찰 및 지휘통제체계 필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는 2019년 등장한 KN-23과 지난해 시험발사된 열차 탑재 미사일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조셉 뎀시 연구원은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이 HGV인지 MARV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어떤 경우든 회피기동이 가능해 기존 미사일방어체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밝힌 국방과학발전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4년 후에 화성-12형에 기반한 극초음속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속성과 정확성이 대폭 향상된 KN-23, 열차 발사 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이 한반도 내 주요 표적을 겨누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위험도 있다.
발사 준비 및 비행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한미 연합군에게 요격할 여유를 빼앗는 것과 같다. 스커드B 미사일이 발사돼 서울을 타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분 미만. 고체연료 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이 수도권으로 날아온다면, 그 시간은 스커드B보다 더 짧다.
군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킬 체인(Kill Chain)과 미사일방어체계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킬 웹을 구현하려면 고성능 감시정찰 및 지휘통제체계가 필요하다. 북한 미사일 동향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한 뒤, 이를 지휘부와 요격부대에 실시간 전달해야 킬 웹 개념이 가동될 수 있다.
대용량 고속 데이터링크, 정찰위성과 무인기, 인공지능(AI) 기반 정보융합체계, 의사결정지원체계 등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까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한미 연합군의 방어망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파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전략무기를 만든 원천이었다.
극초음속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 역량을 집중한다면, 수년 뒤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충분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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