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성취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작심삼일을 자책하지 말라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2. 1. 8.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실 새해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목표란 성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목표일 때가 많다. 또 새해 목표란 것들은 대게 12월 31일이 지나 새해가 시작되면 지난해의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새로운 내가 태어나 훨씬 좋은 마음가짐과 정신상태로 이전에는 못 했던 것들을 잘 해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새로 태어난 나에게 이전의 내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잔뜩 부여하는 등 쓸데없이 원대하고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필자의 경우 매년 연초마다 올해는 꼭 100권의 책을 읽자고 다짐하지만 1~2월을 보내며 올해의 나는 작년의 나와 크게 다를 바가 없고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올해 역시 한 달에 두세권도 버겁다는 현실을 마주하곤 한다. 이런 조정 과정을 거쳐 1년에 100권에서 1년에 30권이라는 보다 겸손한 목표를 세우게 된다. 아예 불가능함을 깨달았을 때에는 그냥 목표를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또 ‘시작’이라는 개념은 사람의 마음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예컨대 학생들의 경우 학기 초에 성적에 대한 기대치를 물으면 많이들 A를 받을 거라고 자신한다. 그러다 학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B만 받아도 좋을 것 같다거나 C도 나쁘지 않다고 응답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작점에서는 꿈을 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을 바라보는 식이다. 이렇게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감성에 취해 정하는 목표는 현실보다 꿈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인간의 인지 기능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서 한 번에 여러가지를 하려고 하면 창이 수십개는 띄워져 있는 컴퓨터마냥 버벅거릴 수 밖에 없다. 할 일  리스트에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한다”만 있으면 좋겠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고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밥도 챙겨먹어야 하고 사람들도 만나야 하는데 여기에 추가로 새해부터는 운동하고 책 읽고 저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가 흔하다. 때문에 이 중 하지 않더라도 죽지 않는 목표 한 두가지는 자연스럽게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하던 일을 몇 개 정리하고 새 해 목표를 추가한다면 모를까 기존에 하던 것들도 다 하면서 새해에는 더욱 더 많이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렇게 지나치게 원대하거나 또는 이미 힘든 매일매일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가로 삶에 짐을 더하는 꼴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새해 다짐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따라서 원대한 새해 목표를 만드는 것은 쓸데없는 실패를 굳이 더 늘리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으므로 도움이 되긴 커녕 방해가 된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 새해 목표들이란 워낙 빠르게, 또 완벽하게 실패하기 마련이라 되려 연초부터 해당 목표에 대한 흥미와 희망을 꺾고 불안한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열심히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작심삼일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얼마 안 가서 “또 망쳤어. 나는 너무 게을러. 내가 그럼 그렇지 모. 어차피 안 될 거야” 등 첫 목표 위반을 나라는 인간의 존재적 실패로 과대해석하며 자책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작은 미끄러짐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다 낭비였다는 둥 과격한 해석을 붙여 버리면 그 일을 아예 외면해버리는 행동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100권 읽기 달성에 실패했어도 여전히 1권이라도 읽는 것이 0권보다는 나을 텐데 아예 책 읽기를 중단하거나 5kg이 아니라 0.5kg 밖에 안 줄었다고 체중 감량을 아예 포기하는 등 하기로 마음 먹었던 일을 되려 적극적으로 외면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렇게 다짐하고 나름 노력했는데도 안 됐어”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실패경험을 쌓게 된다. 

생명체들은 기본적으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든지 즐거운 일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고 하기 싫은 건 아무리 애를 써도 가급적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성취감을 느끼기 전에 반복적인 실패 경험을 통해 어떤 일을 어렵고 쓰기만 한 일로 만들어 버리면그 일을 가까이하고 잘 하게 될 확률은 점점 낮아진다. 배움과 경험을 얻기 위한 실패 말고 쓸데없는 실패 경험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새해 목표들처럼 비현실적이고 비인간적으로 설계되어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목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불필요한 실패를 피하고 성취 경험들을 쌓는 것이다. 우선 갑자기 새해가 되었다고 수년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원대한 목표로 삼는 일을 피해보자. 100권 읽기보다 매달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한권 읽기 또는 책이 아니어도 좋다. 이번달은 책이 어려울 거 같다면 만화책이나 잡지로 대체하는 등 유연한 목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전문학을 파헤치는 것이 진짜 목표였다면 책뿐 아니라 관련 강의, 영화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뭐가 되었든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이렇게 했더니 성공했고 생각보다 해볼만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요령들을 만들어보자. 성취하고 싶은 목표와 관련해서 쓴 경험만 쌓기보다 달달한 경험들도 잔뜩 쌓아보자. 

두 번째는 목표를 위반하는 행동을 과대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또 지나친 자기비난을 피하는 것이다. 죄책감은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효과가 있지만 딱히 해결할 자신이 없으면 죄책감의 대상을 아예 피하게 만들거나 되려 적대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사과할 방법이 없어서 계속 피했다거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쳐서 죄책감이 들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아니라 일을 하지 않고 구걸하는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한 예다. 이렇게 지나친 자기비난과 죄책감은 때로 문제를 바로잡기보다 멘탈 방어를 위해 문제를 회피하게 만들거나 자기 합리화를 부추긴다. 죄책감과 자기비난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불러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기 연민에 빠져 감정만 소모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 90%의 사람들이 다 그럴텐데 새해 목표를 벌써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충격 받지 말고 실패가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실패에 충격 받고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자존심 상할 시간에 덤덤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렇다면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볼까?' '목표를 조금 수정해볼까?'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묻자. 실제로 실패 후 모두가 이따금씩 실패하며 자신도 그런 한 명의 사람일뿐이라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존심 상해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거나 절망에 빠지는 일 없이 계속해서 덤덤하게 목표 행동을 이어나갔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미국에는 1월에 하루 새해 목표를 다 버리고 자신을 너그럽게 봐주는 날이 있다. '새해 목표를 내팽개치는 날(Ditch new year’s resolution day)'이라고 하는데 이날 하루는 다이어트를 멈추고 햄버거를 왕창 먹는다거나 하는 날이다. 이렇게 지칠 때쯤 하루 정도 나를 돌보는 날을 갖는 것도 좋겠다. 

※참고자료

-“Today’s The Official Day To Ditch Your Stupid Resolutions” https://www.refinery29.com/en-us/2020/01/9220491/ditch-resolutions-day-2020
-Dunkley, D. M., Zuroff, D. C., & Blankstein, K. R. (2003). Self-critical perfectionism and daily affect: dispositional and situational influences on stress and cop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 234- 252.
-Tangney, J. P., & Fischer, K. W. (Eds.). (1995). Self-conscious emotions: The psychology of shame, guilt, embarrassment, and pride. Guilford Press.
-Neff, K. D., Kirkpatrick, K. L., & Rude, S. S. (2007). Self-compassion and adaptive psychological functioning.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41, 139-154.
-Leary, M. R., Tate, E. B., Adams, C. E., Batts Allen, A., & Hancock, J. (2007). Self-compassion and reactions to unpleasant self-relevant events: The implications of treating oneself kind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887–904.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