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90년대 '떡볶이 코트'와 서태지 '컴백홈'에 열광하는 이유

오정은 기자 2022. 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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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는 왜 메가 트렌드가 됐나..90년대 모르는 1020세대가 열광하는 '복고'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컴백홈 앨범 발표 당시 모습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공개한 비스포크홈 'COME BESPOKE HOME' 광고는 열화와 같은 격찬을 받았다. 이 영상의 배경음악이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5년 발표한 신곡 'COME BACK HOME'이었기 때문. 90년대 하교길에 워크맨에 카세트 테이프를 꽂아 서태지의 컴백홈을 듣던 3040세대가 2021년 삼성전자 광고에서 컴백홈을 듣는 순간, 그들은 90년대에 대한 그리움과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미친 센스'를 동시에 느꼈다.

#2022년 초 패션가에는 30대가 된 80년대생이 10대 학창시절에 입었던 그때 그 코트, 일명 '떡볶이 코트'가 유행하고 있다. 떡볶이 코트 뿐 아니라 근육맨 숏패딩,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털신 어그, 오버핏 재킷에서 나팔바지, 무테안경에 기장이 짧은 볼레로 가디건, 배기 팬츠까지 유행이다. 90년대풍 레트로 패션에 그 시대를 기억하는 3040세대는 물론, 그 시대가 기억에 없는 1020세대까지 뜨거운 호응을 보내며 레트로가 패션업계의 '메가 트렌드'가 됐다.

(왼쪽)빈폴 더플코트 (오른쪽) 버버리 더플코트 이미지
팍팍한 현실 속 95년 발표된 'COME BACK HOME'을 듣는 사람들
1990년대를 추억하는 레트로 열풍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기 말을 목전에 두고 있던 1990년대가 '안정된 시기'로 기억돼서다. 코로나19(COVID-19)라는 대유행병이 전 세계를 할퀸 2022년 현재,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와 생존을 위한 투쟁 앞에 지칠대로 지친 채 1990년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8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모든 것이 달라졌다. 2000년 이후 수십개의 '대마불사' 대기업들이 쓰러지면서 너무나 당연했던 정년보장, 고용 안정성은 박살이 났으며 사회초년생에게 취업문은 바늘구멍이 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사람들은 한 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놀고, 언제든 카톡을 보내게 됐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초연결 시대를 맞았지만 24시간 피곤하고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빨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격변의 시대를 맞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금의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 레트로 트렌드는 더 안정되고, 더 예측가능한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1990년대는 초강대국간 경쟁이 종료되면서 자유민주주가 승리하면서 낙관이 지배했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90년대 샐러리맨은 사무실에서 퇴근하면 일이 끝났다. 그때는 인터넷이 안정적이던 기존 산업을 전복하지도 않았고 온라인에서 대중이 분노를 배출하지도 않는 시대였다. 그런 90년대의 매력, 90년대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격변에 휩쓸리기 직전인 그 시대를 10대에 경험한 3040세대의 '추억과 그리움'은 그렇다치고 2000년 이후 태어난 1020세대는 왜, 경험해보지 못한 90년대에 열광하는가. 단순히 새롭기 때문일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Z세대가 90년대 레트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이 재미없어서"라고 답한다. 그는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좌절하고 주식이나 코인에 손대 보지만 결과도 좋지 않고, 대입을 준비하는 10대나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나 다 미래가 답답하고 암울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이렇게 현실이 팍팍하고 재미없는 이들에겐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즐거워보이는 과거가 하나의 도피처와 판타지가 된다"며 "세련되지 않고 촌스러워도 좋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빈폴, 톰보이 그리고 버버리까지…백화점 쇼윈도 장악한 '떡볶이 코트'
올 겨울 패션업계는 90년대 유행했던 더플코트와 숏패딩, 어그 부츠가 대유행 중이다.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겨울 시즌에 앞서 캐시미어 혼방 소재의 더플 코트를 출시했는데 한겨울이 오기도 전에 전량 품절됐다.

과거 중고등학생의 전유물이던 더플코트는 올해 백화점 캐주얼 카테고리의 쇼윈도를 장악했다. 커버낫이나 빈폴, 톰보이 같은 국내 패션 브랜드는 물론 버버리,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에서도 200~300만원대 떡볶이 코트를 앞다퉈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021년 톰보이 겨울 더플코트 판매율은 전년비 20% 증가하며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숏 더플코트의 경우 고객들의 요청에 의해 리오더(재주문)까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톰보이의 긴 기장의 후디 토글코트(더플코트) 가운데 밝은 베이지 색상은 겨울 시즌 초반에 빠르게 품절되기도 했다.

어그 부츠 이미지/사진=신세계

더플코트와 더불어 90년대말~2000년대 초반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어그 부츠도 매출이 급증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어그 연간 매출액은 전년비 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30 MZ세대는 물론, 최근에는 어그 부츠를 신은 어린아이까지 등장할 정도로 베이지색 '털신'이 대세로 부상했다. '코로나 집콕'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어그 슬리퍼 '디스케트'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코로나 시국의 속도감이 사회전체에 피로감을 주고 있으며, 패션시장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코로나 이전의 속도감 있는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느리거나 빠르게 변주한 이후 다시 이전의 빠르기로 되돌아간다는 뜻에서 음악 기호 'A TEMPO(아템포)'를 2022년 패션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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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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