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순일 재판 거래' 의혹 뭉개려 폭탄 돌리기 하는 검경
대장동 관련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하면서 변호사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어겼다고 고발당한 사건을 검찰이 3개월 넘게 뭉개다가 경찰에 넘겼다. 검찰은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댔다. 어불성설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부패, 경제, 선거 등 6대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검찰이 수사 대상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데만 100일 넘게 걸렸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선 투표일이 지날 때까지 시간을 끌려고 뭉개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경찰이 사건을 뭉갤 차례다.
검찰은 “고발 사건 중 뇌물 부분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 성과도 없다. 지금까지 검찰은 권 전 대법관 봐주기 수사만 해왔다. 권 전 대법관은 첫 소환 조사도 고발당한 지 60일 넘게 지나서야 받았고, 그것도 취재진이 가장 적은 주말에 지하 통로나 별관으로 드나들며 언론을 따돌렸다.
법원도 재판 거래 의혹 관련 내부 자료에 대해 검찰이 압수 수색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는데도 모두 기각했다고 한다. 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묻자 법원은 “수사상 기밀”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말 못 하는 이유가 뭔가. 재판 거래 의혹은 권 전 대법관의 개인 비리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국기 문란 사안인데도, 대법원은 진상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재판 거래 의혹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직결된 것이다. 이 후보는 2020년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재판에 최고 선임 대법관으로 참여했고 무죄 결론이 나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재판에는 대장동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대장동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챙기고 있던 김만배씨가 이 재판 전후로 오랜 친분이 있는 권 전 대법관을 8차례나 찾아갔다고 한다. 재판 관련자를 대법관이 8차례나 만났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권 전 대법관은 무죄판결 2개월 후 퇴임했고 김씨가 세운 화천대유 고문으로 들어가 월 1500만원씩 받았다. 이는 일부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김씨가 대장동 특혜를 가능하게 해 준 이 후보에게 보은하려고 권 전 대법관에게 구명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억측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이다. 이 후보는 당시 재판에서 유죄가 됐다면 이번 대선에 나올 수 없었다. 이 후보와 권 전 대법관이 결백하다면 이렇게 검⋅경이 폭탄 돌리기를 하고 대법원이 침묵할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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