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영의 별별영어] 굿모닝, 비얼!
이 “철수야, 안녕” 영어판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쓰게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큰소리로 따라 하는데, 제 짝이 뭔가 살짝 적더라고요. 곁눈질해 보니 “굿모닝 비얼!”이었죠. ‘비얼?’ ‘빌’이 아니고? 갑자기 굿모닝도 ‘굿’, ‘굳’, ‘귿’ 중 무엇일지 헷갈렸죠. 영어를 우리말로 어떻게 적을지는 꽤 어려운 문제였어요. 한글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어떻게든 들리는 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긴 했어요.
그 시절 전 국어가 더 좋았지만 점차 언어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어 사회언어학을 전공한 후 영문과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언어학개론도 신나게 강의합니다. 영문과 필수과목인데 모든 언어의 기초를 다뤄 참 재밌거든요.
국제화와 더불어 누구나 영어를 웬만큼 해야 하는 요즘, 영어를 처음 배우던 날부터 궁금증 많던 이력을 살려 독자 여러분과 가볍게 영어 산책을 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이 학창시절 영어에 소홀했지만 이제라도 잘하고 싶은데 빠른 말소리가 들리지도 않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묻습니다. 저는 쉬운 노래부터 들어보자고 답해요. 언어의 기초는 소리인데, 두뇌를 고루 자극하는 음악을 곁들이면 소리와 쉽게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새해에 어울릴 곡을 추천합니다.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희망을 노래한 뮤지컬 ‘애니(Annie)’ 중 ‘Tomorrow’예요. 비틀스의 Yesterday와 존 덴버의 Today만큼 쉬운데, 어제의 아픔은 잊고 내일을 기대하며 살자고 하죠.
‘Tomorrow, tomorrow. I love you, tomorrow. You’re always a day away. (내일. 난 내일을 사랑해. 넌 언제나 하루만 지나면 있구나.)’ 여기서 love의 첫소리는 혀끝이 입천장 초입을 딱 누르는 분명한 ‘l’로, 리을을 두 개 겹쳐 쓰고 싶은 소리예요. 반면 always의 ‘l’은 혀끝이 입천장에 닿지 않아 발음되지 않을 정도죠. 마치 milk가 ‘밀크’보다는 빠르게 발음한 ‘미역’처럼 들리는 경우와 같아요. Bill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데, 이들보다는 혀끝소리가 약간 더 납니다. 우리말의 ‘ㄹ’도 ‘달’과 ‘나라’에서 조금 다른 것처럼, 영어의 ‘l’도 나타나는 자리에 따라 다르게 소리 나지요. 이런 미세한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면 영어 말소리와 친해지신 거예요.
모두가 내일을 사랑하는 순조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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