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70%에 안심, 영국 거리엔 '노 마스크' 인파

2022. 1. 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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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이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사람들이 지난 1일 런던 밀레니엄브리지에서 새해맞이 빛축제를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2일 영국에 도착했을 때 나는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항에는 체온 측정 같은 별도의 건강상태에 대한 확인 절차가 사라졌다. 방호복을 입은 공무원도 없었다. 입국 서류 검토 시 대기하는 별도의 장소도 없었고, 해외 입국자를 위한 교통편 안내도 없었다.

영국에 도착한 후 나와 아내는 그 누구와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코로나 이전처럼 영국인과 한국인 모두 전자여권 자동입출국이 가능해서 여권을 스캔하고 바로 입국할 수 있었다.

영국 하루 18만 건, 확진자 다시 급증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규제가 다시 강화됐다고 하는데 내가 영국을 여행하던 지난해 11월엔 영국 입국을 위해서라면 한국 출국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도착 후 자가격리 규제도 없었는데, 이건 지금까지도 동일하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영국에서 지낼 곳에 도착한 이틀 후에 자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앱에 올려야했다.

영국이 입국자들을 조사하기 위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책임을 항공사에 전가했다. 영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모든 승객은 탑승할 항공사 관계자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와 영국 정부에서 요구하는 양식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만 하면 추가로 영국 정부에서 승객의 코로나 예방접종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다.

이러한 체계에는 결함이 있다. 우리는 KLM 항공을 이용했는데, 영국 입국 관련 서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확인했다. 이것은 영국이나 한국 서류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는, 새벽 5시에 업무에 지친 네덜란드 KLM 직원이 우리가 제출한 서류를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국 2일 차 신속 항원 검사를 받는 과정도 민간에 위탁한다. 위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NHS(영국 국민 보건 서비스)는 국민이 지속적으로 자가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무료로 신속 항원 검사 키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해외 입국자가 진행하는 2일 차 신속 항원 검사는 외부 업체에 돈을 지불한 후 받는 검사 결과만 인정된다.

영국 입국 후 일상생활은 충격적일 정도로 한국과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마스크 착용과 같은 정책들은 영국 지방자치법에 의해 시행되는데 이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모두 각기 다른 규칙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에는 술집, 식당, 체육관을 제외한 실내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이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어린이와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건강 상태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면제된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일부 사람들이 제대로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영국의 가게나 지하철에 들어가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거리 밖에서는 거의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정부의 지침이 사람들이 밖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제품을 파는 북적이는 가게부터 쇼핑 거리까지, 심지어 런던 중심가의 많은 인파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일상도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콘서트, 연극 극장,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 축제 등은 모두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제외하면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갔던 런던 웨스트엔드의 한 뮤지컬에서는 입장 시 예방접종 증명서를 요구했는데 이때가 우리가 영국에 머물렀던 3주 동안 유일하게 한국 예방접종서를 제출했던 때였다.

결혼식과 장례식 또한 사람들이 무료 신속 항원 검사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영국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한국 결혼식보다 훨씬 더 사적인 행사이다. 보통 이른 오후부터 자정까지 지속되며 두 끼의 식사가 제공되고 파티에서 사람들은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객들 사이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쉽게 퍼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우리가 참석한 결혼식의 신랑 신부는 하객들에게 결혼식 당일 아침 결혼식장에 오기 전 집에서 무료 신속 항원 검사를 해주길 부탁했다.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말 자체는 좋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위드 코로나 정책은 영국이 코로나19와의 전투를 크게 치렀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었다.

내가 영국을 방문했던 것은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11월이었다. 이때에도 영국에서는 여전히 하루 평균 4만 건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하루에 약 18만 건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5만 명가량된다. 확진자는 전체 인구 6800만 중 1350만 명이다. 이쯤 되면 모든 사람이 주변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셈이 된다.

영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그 후 절차는 간단하다. 확진 반응이 나온 사람은 즉시 집에서 자가 격리를 시작하면 된다. 자가격리는 10일간 지속되며, 더이상 증상이 없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즉, 영국인에게 코로나 감염은 단지 10일 동안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의미할 뿐이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가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손흥민. [AFP=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인 손흥민 선수는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손흥민은 3경기를 결장하며 열흘간 자가격리를 했고, 그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곧바로 복귀했다. 그는 복귀 첫 경기에서 골을 넣기도 했다.

영국인 로라(34)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무료 신속 항원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쯤이면 제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코로나를 한 번쯤은 앓은 것 같고 이젠 코로나가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이것보다 더 심한 감기에 걸린 적도 있습니다.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하고 열흘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것은 솔직히 이제 평범한 삶의 일부의 불편함일 뿐이에요” 라고 말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영국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지친 마음과 바이러스에 걸려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국은 지난 2년 동안 대부분의 지역을 완전히 봉쇄했다. 사람들은 가끔 출근, 쇼핑하거나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 외에는 집을 완전히 떠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술집과 식당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스포츠 관련 행사는 엄청난 차질을 빚었다.

코로나 초반 대다수의 영국인은 정부 지침에 따라 집에서 고립된 채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자 과거의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영국은 2021년 크리스마스 전에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았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예방접종률이 높은 국가다. 이는 한국보다는 낮은 비율일 수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꽤 높은 수치이다.

영국 정부 이달 중 방역 강화 가능성

영국에서 내가 대화를 나눈 사람들 대부분은 백신 접종이 그들이 걱정 없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들은 백신 접종이 감염을 아예 멈추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단 백신을 맞았으니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감수할 만한 위험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그들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면 심각한 변이가 아닌 이상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런 태도는 이해가 간다. 한국에도 백신을 접종한 후 마스크를 벗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위험’이라는 점을 간과한 생각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백신 접종 이후의 코로나19 감염이란 독감 정도를 며칠 동안 앓고 만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르지만, 나이 든 고령의 이웃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웃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줄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영국은 현재의 느긋한 태도를 더는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확진자 수가 다시 한번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함에 따라, 영국 정부는 사람들이 좋든 싫든 간에 1월 중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티브(38)는 “오미크론 변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오미크론은 다른 변이보다 덜 위험하다고 들었어요. 마스크 쓰는 것도, 더 작은 규모로 모임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모두가 봉쇄되었던 지옥으로 돌아가는 것은 참을 수 없어요. 그냥 원래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라고 말했다. ※번역: 유진실

■ 짐 불리(Jim Bulley)

「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때 영국 지역 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한국에 왔고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스포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KBS월드, TBS(교통방송), 아리랑TV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및 패널로 출연 중이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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