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첫 별·외계생명체 수수께끼, 제임스웹이 답 찾을 것"

최준호 입력 2022. 1. 8. 00:02 수정 2022. 1. 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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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첨단의 끝을 찾아서] 임명신 서울대 천문우주연구센터장
임명신 교수가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창조의 기둥’을 배경으로 초기우주천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창조의 기둥은 지구에서 약 7000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의 성간가스와 성간먼지 덩어리를 촬영한 사진이다. 김경록 기자
2021년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 오후 9시 20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 5 로켓이 솟아올랐다. 탑재체는 허블우주망원경의 대를 잇는다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주 반사경의 지름이 6.5m, 전체 길이가 20여m에 이르는 거대 우주망원경이지만, 종이접기처럼 접혀 직경 5.4m의 로켓 위에 실렸다.

제임스웹은 고도 1376㎞에서 로켓과 분리돼,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지점으로 향했다. 목표 지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일. 이 기간 동안 제임스웹은 매미 유충이 우화(羽化)하듯 접혀진 차양막과 반사경 등을 차례로 펴 특유의 돛단배 모양을 갖추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후에도 6개월간 ‘몸’을 영하 233도까지 떨어뜨려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서의 기능을 안정화시킨다.

제임스웹의 미션은 크게 두 가지다. 우주 탄생 뒤 첫 별을 관측하고 외계행성에서 생명체 존재의 증거를 찾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우주 관측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미션이다.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은 6개월 뒤 제임스웹이 보내올 첫 사진을 고대하고 있다.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장을 역임하고, 2020년부터 천문우주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임명신 교수를 지난달 28일 만났다.

“블랙홀 충돌 관측 중력파망원경도 예상”

Q :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발사를 지켜본 소감이 궁금하다.
A : “감개무량하다. 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연구의 초창기 멤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인 1996년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라는 곳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했다. 이 연구소의 주 임무가 허블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당시 허블이 우주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연구소에서 허블을 잇는 차세대 적외선 우주망원경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게 지금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다. 가시광선을 주로 보는 허블로 우리 은하 너머 먼 은하를 관측(허블딥필드)했는데, 차세대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 보면 관측할 수 있는 더 깊은 우주에 대해 연구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제임스웹은 2007년 발사된다고 했는데, 14년이나 더 지나 발사됐다. 하지만 그 덕에 생각지도 않았던 외계행성에 관한 연구도 할 수 있게 됐다.”
(2009년 케플러우주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가면서 외계 행성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케플러는 2016년 수명을 다하기 전까지 2600여 개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다.)

Q : 왜 적외선 우주망원경인가.
A : “아주 먼 천체는 붉게 보인다.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으며,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허블의 법칙이라고 한다. 여기에 도플러 효과가 더해지면 먼 천체에서 오는 별빛이 붉게 보이는 게 설명이 된다. 이 때문에 적외선으로 우주를 보게 되면 아주 멀리 있는 천체도 볼 수 있다. 적외선의 또 다른 장점은 가시광선과 달리 성운(星雲)에 가려진 별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외선은 온도에 민감해 차가운 물체도 잘 볼 수 있다. 행성도 열(에너지)이 있어 전자기파를 내는데, 가시광선 망원경으로는 잘 안 보인다. 예를 들어 멀리 다른 별에서 가시광선으로 태양계를 보면 태양은 보여도 지구는 잘 안 보이지만, 적외선에서 보면 지구를 상대적으로 더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 망원경이 볼 수 없는 많은 천체를 볼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Q : 외계행성 속 생명체의 증거는 어떻게 찾나.
A : “생명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대기의 차이를 보고 판단한다. 지구 대기는 대부분 질소(78%)와 산소(21%)로 이뤄져 있다. 화성이나 금성에 가면 산소가 없다. 산소라는 원소는 다른 원소에 달라붙어 분자를 만들어 버리는 성질이 있다. 이걸 산화라고 한다. 이런 성질 때문에 산소는 원래 그 혼자서 낱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 대기에 산소가 많은 것은 식물이라는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행성의 대기에 산소가 풍부하게 있다면, 그걸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생명체밖에 없다. 물 분자(H2O)나 메탄(CH4) 또한 생명의 흔적이다. 제임스웹은 행성 대기의 스펙트럼을 찍는 것이다. 사실 행성은 아주 어두워 잘 안 보인다. 하지만 그 행성이 별(항성)의 앞을 지날 때 별빛이 행성의 대기를 비추면 구성요소를 볼 수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행성 자체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제임스웹은 워낙 집광력과 해상력이 좋기 때문에 외계행성 자체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Q : 왜 지구에서 150만㎞나 떨어진 곳에서 천체를 관측하나.
A :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빛과 열에 약하다. 옛날 필름에 빛과 열이 들어가면 망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빛과 열을 통제할 수 있는 차가운 우주에 가져다 놔야 한다. 그런데 지구도 뜨거워 열이 나온다. 지구궤도에 망원경을 올려놓으려면 거대한 냉각장치가 필요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지구에서 150㎞ 떨어진 곳에 제임스웹을 두면 그러한 특별한 냉각장치 없이도 망원경이 자연스레 냉각이 되는 큰 장점이 있다. 반사경 아래 5중 차단막을 둔 건 태양의 빛과 열을 차단하기 위한 거다. 태양빛을 차단하면 영하 233도까지 떨어진다.”

Q : 왜 하필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인가.
A : “L2 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다. 여기에 망원경을 두면 지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멀리 도망가지 않는다. 지구와 통신하기에도 유리하다. 지구 궤도를 하루에도 여러 번 도는 우주망원경과 달리 한 천체를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Q : 우주 탄생 후 첫 별을 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A : “우주의 탄생, 즉 빅뱅(Big- bang)의 직후에 고온 고밀도 상태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처음 만들어지고, 수소가 생겨나고, 이게 융합해서 헬륨이 만들어졌다. 이후 우주가 급속히 팽창하고 식으면서 더이상의 핵융합은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인간의 몸을 이루는 원소 중 가장 많은 게 산소이고, 다음으로 탄소다. 그럼 산소, 탄소와 같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는 어디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을까. 그런 원소는 별 속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과정에서, 그리고 초신성, 중성자별의 병합과 같은 고에너지 천체물리현상 발생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류의 기원을 탄생을 캐다 보면 지구의 탄생, 태양계의 탄생, 은하의 탄생 등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최초의 별이다. 우주의 첫 별은 우주의 나이가 2~3억 년일 때 수소와 헬륨만으로 만들어졌다고 예측되고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처음으로 그런 별을 관측하여 산소와 탄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최초로 탄생하기 시작한 과정을 확인하고자 한다. 우주의 첫 별을 관측한다는 건 인류의 기원을 이해하는 하는 것과도 같다고 얘기할 수 있다.”

Q : 제임스웹 이후로 계획 중인 우주망원경은 또 어떤 게 있나.
A : “2023년 유럽우주청(ESA)이 허블보다 200배 넓게 볼 수 있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망원경인 유클리드망원경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우주 팽창의 역사를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2027년쯤 우주로 올라간다는 미국의 낸시로먼 우주망원경은 우주 팽창의 역사 외에 외계행성 탐색도 한다. 중국도 쉰티엔(巡天)이라는 이름의 우주망원경을 2020년대 중반에 발사하려고 한다. 이것은 허블보다 300배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우주의 가속 팽창 메커니즘과 암흑 에너지, 암흑물질 등을 연구하는 게 목적이다.”

Q : 우주망원경은 어디까지 진화될까.
A : “더 커지고 더 다양해질 것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반사경의 직경이 6.5m인데, 앞으론 12m급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망원경이 우주에서 오는 빛을 보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중력의 물결인 중력파로 우주를 보는 중력파우주망원경도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거대한 블랙홀이 충돌하는 것도 관측할 수 있을 것이고, 우주 초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이젠 국제 우주탐사 기여해야”

Q : 우주 초기를 얘기하니 궁금해진다. 빅뱅 이전의 우주는 어떤 형태인가.
A : “그건 나도 모른다. 아직 해답이 없다. 어쩌면 3차원에 살고 있는 인류가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이나 세계가 있을 수도 있다. 우주의 시작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인간의 생각이다. 이쯤 되니 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신비롭고 절대적인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하나를 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신비의 영역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류역사상 이해 불가한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신을 끌어들이는 일도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빅뱅 이전의 우주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티븐 호킹(1942~2018)은 빅뱅 이전의 우주에 대한 질문에 “아무것도 없었다(Nothing was around before the Big Bang”라고 답했다.)

Q : 한국도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같은 거대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지 않나.
A :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당연히 참여하는 게 좋다. 하지만 국가예산 배분의 문제가 아니겠나. 다른 일에 쓸 수 있는 예산을 아껴 우주망원경에 1조원, 10조원(제임스웹우주망원경 예산은 10조원)을 쓰겠다고 하면 불평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 과학에 대한 투자는 인식하기 나름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이 이제 선진국이라면 이런 거대 국제 우주탐사 프로젝트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 임명신

「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홉킨스대에서 천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지구환경과학부를 거쳐 물리천문학부에서 천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2011년 국제공동연구팀의 일원으로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순간을 세계 최초로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2017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았다.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부터 천문우주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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