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가장 많이 쓰인 단어

2022. 1. 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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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서핑을 하다가 광복 이후 201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인기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분석한 기사를 발견했다.

시대를 떠나 가사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나'였다.

그러나 대중가요의 특성상 '나'가 화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것을 제외한다면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사랑'이었다.

그렇다면 시대를 초월하여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사랑'이라는 것은 광복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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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서핑을 하다가 광복 이후 201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인기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분석한 기사를 발견했다. 시대를 떠나 가사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나’였다. 그러나 대중가요의 특성상 ‘나’가 화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것을 제외한다면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사랑’이었다. ‘러브’를 합치면 그 빈도는 다른 단어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다음으로 많이 쓰인 단어는 ‘그대’였다. 결국 답은 사랑인 셈이었다. ‘그대’ 없이 어떻게 ‘사랑’을 이야기하며 ‘사랑’을 빼놓는다면 ‘그대’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대중가요의 가사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광복 직후에는 ‘전우’나 ‘해방’ 같은 단어들이, 민주화 열망이 거셌던 1980년대에는 ‘우리’, ‘밤’, ‘눈물’ 등의 단어들이 유독 많이 쓰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시대를 초월하여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사랑’이라는 것은 광복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의미일까.

신문 사회면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자살 관련 기사들, 특히 혼자 살던 이가 사망 후 오랜 시일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나는 상상해 보곤 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저이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저 지경까지 가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니까.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말했듯 사랑받는다는 것은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 것과 같으니까.

어쩌면 노랫말에 사랑이 그토록 많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사랑이 넘쳐서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없는 사랑을 우리가 원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실제로 그 많은 사랑 노래들이 사랑을 하는 기쁨보다 사랑을 잃은 슬픔과 괴로움, 사랑을 갈구하는 쓸쓸함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보아도 그렇다. 문학이 아름다움을 말한다면 세상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그러므로 문학이 아름다움을 말할 수밖에 없듯 대중가요도 사랑을 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코로나라는 재앙과 함께 시작된 2020년대에는 더더욱 노랫말에 ‘사랑’이 자주 등장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사랑을 원하는 마음들이 더 커지고 더 간절해지기를. 그렇게 결국은 사랑이 우리 사회에 넘쳐흐르게 되기를.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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