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아침에 15분, 저녁에 15분
꿈에 대한 꾸준한 열정 화두 던져
새해도 소설 읽고 쓰는 일상 지속
타인의 삶 관심 기울이며 살리라
해마다 새해 첫날을 보내는 자신만의 습관이랄까 방법이 있을 것이다. 외출하지 않은 채 하루를 집에서 조용히 보낸다거나 영화관에 간다거나 하는. 나는 1월 1일이면 어머니와 떡국으로 점심을 먹고는 구독하는 일간지들과 어머니가 아침에 특별히 사온 다른 신문들을 들고 작업실로 간다. 그러곤 책상에 앉아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특별 지면들을 탐독하면서 새해 첫날을 보낸다. 글을 쓰고 가르치는 직업상, 여러 장르 중에서도 단편소설은 더 공들여 읽는 편이다. 신인 작가의 등단작에 스민 열정과 감각, 단편 속에 응축해낸 이 시대의 삶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 그러고 나면 어느새 저녁이다. 찐 고구마나 떡 몇 개로 간단히 상을 차려 술 한잔 하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일까? 단편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러나 로드니는 알고 있다. 자신이 막다른 길에 좀 더 일찍 이르렀을 뿐이며 “아침에 15분, 저녁에 15분 연습만으로는 전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것도. 이 현실적 아픔 속에서만 소설이 끝났다면 감동은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아이들을 재우고, 로드니와 리베카는 어둠 속에서 대화한다. 그리고 그들은 삶의 어떤 비밀을 알게 된다. 경험과 지식을 통해 지금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그들은 쓰레기통에 버린 불량 쥐 인형을 주워 실패를 바로잡으려 한다.
단편소설에서 필요한 어떤 문장들, 캐릭터의 힘, 인과적인 사건들, 효과적인 시간과 공간 외에도 이 소설이 독자에게 남기는 것은 한 가지 더 있어 보인다. 생활에 쫓기는 삶이지만 아침에 15분, 저녁에 15분을 쓸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
새해 첫 주를 보내며 작업실 청소를 했으나 나는 여전히 몇 년 전 티슈 통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떼지 못했다. “하루 두 시간 고독하게 공부하라”라고 써 둔. 이제 ‘아침에 15분, 저녁에 15분’에 대해 생각할 때가 온 듯싶다. 소설을 읽고 쓰는 일상을 지속하기 위하여. 물론 그것은 아침저녁 15분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나 일단 상징적으로. 좋은 단편소설들은 최근에 나에게 이런 진실들을 알려주었다. 하고 싶은 일을 될 때까지 연습하고 지속하며, 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대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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